관광산업 왜 부진에 빠졌나

▲ 우리 관광산업은 유커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관광수지가 적자의 늪에 빠졌다. 2014년에 -17억5800만 달러(-2조649억원)였던 관광수지는 2015년에 -60억9500만 달러(7조1586억원)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그사이 일본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무엇이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집권자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는 관광 정책을 그 이유로 꼽았다.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한국,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3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중국 전담여행사 ‘삼진아웃제(1회 경고ㆍ2회 영업 정지ㆍ3회 지정 취소)’를 발표하면서 입에 담은 말이다.

당시 문체부는 매년 분기별로 유커 유치 실적을 심사하고 가격 합리성이 낮은 전담여행사를 상시 퇴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일부 전담여행사가 비정상적인 가격 경쟁으로 단체관광을 유치해 한국 관광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난 10일부터는 중국 전담여행사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단체관광객들이 중점적으로 이용하는 업소를 집중 점검ㆍ단속하고 있다.

정부가 유커 유치에 열을 올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14년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일본을 찾는 관광객보다 많았다. 그러던 지난해 우리는 역전극의 희생양이 됐다. 2014년만 해도 1420만명에 달했던 방한訪韓 외국인이 1323만명으로 줄어든 반면 방일訪日 외국인은 같은 기간 1341만명에서 1974만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이 근거리 국가인 중화권(중국ㆍ홍콩ㆍ대만)을 사로잡은 게 역전을 이끌었다.

다만 유커로만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우세다. 2015년 기준 방한ㆍ방일 유커 수는 각각 598만명, 499만명이었다. 그럼에도 정부가 유커의 발걸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의존도’에 있다.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중 유커 비중이 25.3%인 데 반해, 한국은 45.2%에 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유커 외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이훈 한양대(관광학) 교수는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특수성과 보편성이 교차하는 매력적인 콘텐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콘텐트의 부재 탓에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는 “우리나라처럼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국가도 드물다”면서 “이를 발굴하고 구현하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의 관광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일본의 관광 정책을 보면 답이 금방 나온다”고 말했다.

일본은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책을 치밀하게 수립해왔다. ‘Visit Japan(관광청)’ ‘Cool Japan(경제산업성)’ ‘Invest Japan(일본무역진흥기구)’를 하나로 묶어 ‘All Japan’ 체제를 확립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싼값으로 유커 모으기 급급
 
일본관광청의 ‘Visit Japan’은 2003년부터 전개해온 외국인 관광객 유치 캠페인이다. 그간 한국ㆍ대만ㆍ중국ㆍ미국 등 14개 중심시장을 대상으로 여행사 초청이벤트ㆍ투어ㆍ공동 광고 마케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경제산업성의 ‘Cool Japan’은 중소기업이나 젊은 디자이너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촉진함을 통해 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전략이다. 2020년까지 세계 시장에서 8조~11조엔의 수익을 올리는 게 목표다.

이런 맥락에서 ‘All Japan’은 관광 관련 부처와 기관의 역량을 한데 모아 힘을 키우는 협력체제인 셈이다. 실제로 이들 부처는 합동으로 ‘방일 외국인 증가를 위한 공동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재외공관과 합동으로 각종 이벤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비자 요건도 완화했다. 동남아 국가들에 비자 면제 또는 체류기간을 연장하는가 하면 일본에 방문하는 부유층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체류 기간을 늘렸다. 기존에는 최대 90일까지 머물 수 있었지만 6개월로 연장된 데다가 한차례 추가 갱신이 가능해 최대 1년간 일본에 머무를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일본이 입국 장벽을 낮추고 오래 머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동안 우리는 집권자의 성향과 정치의 흐름에 따라 정책이 이리저리 바뀌었다. 김영호 대표의 말을 들어보자. “21세기 관광은 먹고 마시고 자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세계 관광산업을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관광산업을 책임지는 관광공사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김 대표는 이어 “근시안적인 정책만 내놓다보니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말을 이었다. “일본은 도시별로 관광정책을 긴밀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방 곳곳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다.

All Japan 체제의 의미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지방까지 내려가는 것은 아직도 한참이나 멀었다. 그렇다면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이기라도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서울에 와야 할 당위성을 부여하지 못하는 거다. K-팝? K-컬처? 허울만 좋은 환상일 뿐이다.”

쇼핑을 하러 온 관광객은 쇼핑만 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화를 경험하러 온 이들은 문화를 경험하러 왔다가 쇼핑도 하고 간다. ‘쇼핑축제’라는 근시안적인 관광정책이 아니라 ‘지속가능 관광산업’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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