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잘못된 재무설계의 사례

가계의 정보를 왜곡해서 전달하는 의뢰인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나라도 감추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로 인한 잘못된 재무설계는 가계경제를 되레 해칠 수 있다. 재무설계의 기본은 정확한 재무 상황이다.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재무설계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재무설계는 가계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사진=아이클릭아트]

재무설계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여기저기 들어갈 돈은 많아서다. 다가올 노후를 준비해야 하지만 어떻게 어떤 상품으로 준비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지금 하고 있는 투자가 내 재무상황에 맞는 투자인지, 제대로 된 투자처에 베팅을 한 것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재무설계는 소득 내에서 합리적인 소비와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개개인에 맞는 재무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짜는 일이다. 하지만 재무설계가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 전달된 재무정보로 인해 현실과 다르게 설계가 되는 경우는 허다하다. 윤명주(가명ㆍ32세)의 사례를 통해 재무설계에서 범할 수 있는 잘못을 살펴보자.

윤씨는 결혼 2년차 여성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월급은 270만원,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는 윤씨의 월급은 150만원이다. 가계부를 살펴보면, 남편인 박씨의 카드비로 한달에 120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식비 50만원, 공과금 15만원, 유류비ㆍ교통비 등 기타 지출에 38만원을 사용, 월 223만원을 쓰고 있다.

고정 지출로는 주택종합청약저축에 2만원, 출산준비를 위한 적금 20만원, 주택마련 적금 30만원, 단기적금 10만원 등 60만원이다. 윤씨의 남편이 타고 있는 차량 할부금 60만원(올해 12월까지 납부), 노후를 위한 연금 10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밖에 전세대출 상환에 20만원, 각종 보험료 30만원, 계모임 15만원 등 고정지출로 한달에 197만원을 쓰고 있다. 자산으로는 8000만원의 대출이 있는 반지하 전셋집 1억2000만원, 펀드 1000만원, CMA(종합자산관리계좌) 10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 윤씨는 단기목표로 차량 교환 비용, 출산 및 여행자금 마련 등을 생각하고 있다. 중장기 목표로는 전세자금 마련과 노후 대비를 원했다.

재무설계는 윤씨의 요구에 맞게 이뤄졌다. 출산 이후의 외벌이를 걱정하는 윤씨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마련을 위한 적금(매월 30만원)을 출산자금으로 변경했고, 장기적인 재무목표인 주택자금 마련은 변액유니버설보험(20만원)을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구입에 필요한 자금은 기존에 넣고 있던 적금(매월 10만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차량 구입시 필요한 추가 비용은 펀드 환매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자산 증식을 위한 재무설계는 올해로 끝나는 자동차 할부금 60만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적립식 펀드(매월 30만원)에 투자하고 시드머니 마련을 위한 2년 만기 적금(매월 30만원)을 추가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하지만 윤씨의 재무설계를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나타났다. 재무설계를 담당한 필자가 고객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첫번째 실수였다. 윤씨 역시 가계의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기를 주저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무설계에 확정형은 없어

윤씨의 가계를 다시 살펴보자. 윤씨와 남편 박씨는 최근 이직을 하면서 소득이 감소했다. 게다가 영업이라는 업무의 특성상 적정수입을 계산하기가 어려운 상황인데도 월급여를 고정적으로 계산해 재무설계에 나섰다. 남편의 월급여가 변동될 경우 가계 재무에 구멍이 발생할 수 있는데도 이를 계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객의 제공한 정보에도 오류가 있었다. 윤씨는 재무설계를 하면서 자동차 구입을 단기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할부가 끝나지 않은 남편의 차량 이외에 윤씨의 명의로 된 차량이 한대 더 있었는데, 이를 팔고 중고차를 구매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월소득이 많지 않고 출산ㆍ전세자금 마련 등 목돈 소비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의 차량 구매는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또다른 오류도 있다. 주택에 관한 부분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윤씨는 현재 1억2000만원의 전셋집에 살면서 8000만원을 전세자금 대출로 마련했다. 하지만 주택마련 재무설계는 청약저축 2만원과 주택마련을 위한 변액유니버설보험 20만원이 전부다. 문제는 변액유니버설보험의 경우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가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장 2년 후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윤씨에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다.

전세자금 상환계획도 부실하다. 윤씨의 전세자금 대출 비중은 67%에 달한다. 이는 남편의 이직 전 소득을 기준으로 받은 대출이다. 하지만 자산은 펀드와 CMA로 마련한 2000만원이 전부다. 소득이 감소한데다 남편의 월급여마저 유동적인 상황에서 자산만 배분해선 돈을 모으기 힘들다. 여기에 출산으로 인한 지출이 추가될 경우 윤씨 가계의 재무상황은 심각한 문제에 빠질 수 있다. 윤씨의 재무설계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통장쪼개기와 비상금 마련이다. 통장쪼개기를 통해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전세자금 상환에 대비한 자금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펀드 투자금 1000만원은 환매를 해 안전한 투자처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펀드에 매월 30만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것보다 CMA를 활용한 비상금마련에 나서야 한다. 자동차 구입, 여행자금 등 단기 소비성 목표가 아닌 가계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우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무설계는 예측하지 못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재무목표 설계와 지나친 투자는 오히려 가계 재무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정현진 한국경제교육원 책임연구원 hyun_jj0325@naver.com|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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