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이야기「자동차의 사회적 비용」

사회 공통자본 독점한 자동차의 폐해

“당신이 타는 차가 당신을 말해줍니다.” 십수년 전 혜성처럼 등장해 그해를 풍미했던 한 자동차 광고 카피다. 자동차가 개인의 부와 능력, 성공의 상징이란 걸 가장 잘 나타내는 문구로 아직까지 종종 인용된다. 자본과 기술력이 집약된 첨단산업인 자동차는 국가 경제성장의 척도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 자동차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막대한 도로건설비,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 자연 파괴 등 자동차를 도로에서 달리게 하기 위해 사회가 떠안아야 할 비용을 헤아릴 수 없다는 거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는 우리에게 묻는다. “자동차 소유자는 과연 그 비용을 공정하게 치르고 있나?”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은 자동차 보급량이 가파르게 증가하던 1970년대 일본에서 출간돼 큰 충격을 안겨준 책이다. 저자 우자와 히로후미는 일본 도쿄대와 미국 시카고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일본 경제학계의 거장이다(2014년 타계). 그는 이 책을 통해 자동차에 감춰진 사회적 비용과 도로·주거환경 등 ‘사회적 공통자본’을 자동차가 독점함에 따른 폐해가 어떻게 약자들에게 쏠리는지를 밝히며 일본 사회의 각성을 촉구했다.

이 책의 키워드인 ‘사회적 비용’이란 ‘어떤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활동이 다른 경제 구성원에게 뜻하지 않은 손실을 입히고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을 말한다. 특히 자동차의경우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고 있지만 책임지는 이가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가 자동차 문제를 상세히 짚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에 따르면 정부나 당국은 자동차가 불러일으키는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눈을 감고 있다. 자동차가 무수한 연관 산업을 동반 성장하게 하는 국가경제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대개의 국가 정책이 자동차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는 데 집중됐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런 정부 정책이 시민의 삶과 사회 형태를 자동차에 적합하도록 바꿔버렸다는 점이다.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자가용으로 통근하는 직장인이 늘면서 도로와 도시가 계속 확장됐다. 반면 공공교통(철도·버스)은 점점 쇠퇴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주거지에 마구잡이로 침투한 도로, 극심한 도로 혼잡 현상, 교통사고 등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다.

더 큰 문제는 자동차의 폐해가 사회적 약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력 또는 연령에 따라 자가용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뉘는데, 차를 가진 자가 훨씬 많은 혜택을 본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운전을 못하는 어린이나 노약자, 경제적 약자들에게 자동차의 폐해가 쏠린다는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자동차가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자동차가 맑은 공기, 편리한 공공교통, 쾌적한 주거환경 등 모두가 누리던 ‘사회적 공통자본’을 고갈시키고 있다는 거다. 게다가 경제적 약자는 의료비, 교통비 등 더 많은 비용을 떠안게 돼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 책이 출간된 지 30년이 흐른 2005년 “자동차가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 문제는 현재에 더욱 긴급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번역이 다소 늦어졌지만 이 책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세가지 스토리


「2015 위안부 합의 이대로는 안 된다」
김창록·양현아·이나영·조시현 지음 | 경인문화사 펴냄

2015년 12월 28일 갑작스럽게 발표된 ‘위안부 합의’의 실체를 파헤친 책이다. 당사자를 배제하고 한·일 외교장관끼리 결정한 합의의 문제점을 국제법·사회학·여성학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책의 말미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본군·위안부 문제 연표’와 ‘「2015 합의」 관련 자료’를 실었다. 풀지 못한 역사적 과제의 민낯을 들여다보자.

「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
메리 비어드 지음 | 글항아리 펴냄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전학자 메리 비어드가 폼페이 안내서를 들고 찾아왔다. 현재 남아 있는 로마시대 유적을 통해 진짜 폼페이의 일상을 파헤쳐 독자에게 보여준다. 저자는 탄탄한 학술적 연구를 기반으로 폼페이에 대한 기존의 통념들을 통쾌하게 뒤집는다. 상식이 깨지는 순간의 짜릿함과 고대인들의 신기한 일상을 동시에 맛보고 싶다면 책장을 넘겨보자.

「완벽의 배신」
라파엘 M. 보넬리 지음 | 미래엔 와이즈베리 펴냄

오스트리아 정신과 의사 보넬리 교수가 현대인에게 ‘경쟁’과 ‘완벽’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사람이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잘못된 명예심, 완벽주의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불완전성을 유머러스하게 다룬 내용이 흥미롭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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