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축통화 지위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

브렉시트(Brexit)의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무엇보다 파운드화의 가치하락세가 가파르다. 국제결제 비중이 줄어들면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이는 실물시장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수입물가 상승으로 내수시장이 위축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콧대 꺾인 파운드화의 시련의 계절을 취재했다.

▲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이후 파우드화 가치는 등락을 오가고 있지만, 6월 24일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진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영국이 본격적인 경기침체에 직면했다.” 6월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일간지 가디언은 자국의 경제상황을 어둡게 전망했다. 영국의 경제를 부정적으로 내다본 건 국제신용평가사도 마찬가지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6월 27일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두단계나 떨어뜨렸다.

유럽 강대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한번에 두계단 떨어진 건 전례 없던 일이다. S&P는 신용등급 강등 이유로 “브렉시트로 영국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정부의 재정능력과 외부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피치도 같은날 영국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렸다. 무디스는 이보다 3일 앞선 24일 ‘Aa1-안정적’이던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Aa1-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실물시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브렉시트(Brexit)의 영향으로 2034년 세계무역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3% 아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파운드화’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키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외면을 받으면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어서다. S&P는 “영국의 경제가 신통치 않으면 파운드화는 기축통화 지위를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파운드화의 국제결제 비중은 하락세를 탄 지 오래다.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의 발표에 따르면 파운드화의 올 5월 기준 국제결제 비중은 7.87%로 지난해 8월 8.50%에 비해 0.63%포인트 하락했다. 국제적 위상만이 아니다. 파운드화의 가치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6월 24일(현지시간) 런던 외환시장에서의 파운드화 가치는 전일 파운드당 1.4982달러 대비 11% (1.3229달러)나 하락했다. 6월 27일에는 1.3222달러까지 추락, 달러화 대비 31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파운드화 환율이 24일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파운드화 가치가 단기적으로는 지금처럼 10% 안팎의 등락률을 보일 전망”이라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영국 내에선 브렉시트 관련 재투표 요구가 빗발치고 있고, 영국이 EU와 추가 협상을 언제, 어떻게 진행할지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은 파운드화의 가치하락이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브렉시트에 따른 단기 충격은 극복할 수 있겠지만 추세적인 하락세는 벗어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파운드화가 올 3분기 1.25달러, 연말에는 1.2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먼삭스는 6월 27일 파운드화의 3개월 전망치를 1.32달러로 낮췄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메릴린치는 올 연말 파운드화 전망치를 1.59달러에서 1.30달러로 하향조정했다.
 
파운드화 가치하락, 英 수입산업에 악영향

이는 영국경제에 심상치 않은 시그널이다. 파운드화의 가치하락은 영국 내수시장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운드화 가치가 요동치면 결국 수입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환율 변동 상황이) 감당할 수 있는 폭을 벗어나는 순간, 관련 업계는 ‘판매 가격 상승’이나 ‘유통 마진 하락’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파운드화의 절하가 당장 물가상승을 견인하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론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영국 의류업체 NEXT의 최고경영자 고드 울프슨은 “내년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오면 환율시장의 변동성이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경제의 자존심 ‘파운드화’의 날개가 꺾였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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