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위한 조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 예측 불가능한 시나리오 앞에 선 투자자들은 글로벌 증시가 언제까지, 얼마나 더 떨어질까를 걱정했다. 그러나 며칠 뒤 투자자들이 180도 변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발빠른 유동성 공급으로 증시가 안정을 찾으면서다. 이제 이들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수혜주에 몰릴 공산이 크다.

▲ 브렉시트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브렉시트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슈다. 영국 여론이 ‘잔류’로 기울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돌발변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증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6월 24일에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27일 이후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오르자 현재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브렉시트 우려를 완전히 털어낸 모습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시장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브렉시트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해질 수는 있지만, 유럽과의 실물경제 연관성이 크지 않고 정책 여력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지난해 대對영국 수출액은 73억9000만 달러(약 8조7024억원)로 총 수출액의 1.4%에 불과하다. 국내에 투자한 영국 자금도 지난해 기준 2억6000만 달러(약 3055억원)로,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1.2%밖에 안 된다.

앞서 그렉시트(Grexitㆍ그리스의 유럽연합 탈퇴)로 시끄러웠던 2011년 우리나라는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으면서 국채가격이 오른 경험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아시아 신흥국은 선진국보다 경제여건이 양호한데다 영국과의 정치적 연관성이 적은 만큼 반등 여지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아 평가했다. 브렉시트보단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대응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은행의 움직임에 따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은 6월 24일 시장 불안 진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에 합의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이례적으로 우려 성명을 내고 세계 금융시장에 달러를 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연준은 “중앙은행들과의 스와프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필요한 만큼 제공할 준비가 됐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압력은 미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 연준은 금리인상을 미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안에는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전망뿐만 아니라 금리인하설까지 등장했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영란은행(BOE)은 브렉시트 결정 당일 2500억 파운드(약 405조원)를 풀었다. 이어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매입 범위를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브렉시트발發 불안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브렉시트 영향 단기에 그칠 것”

다만 EU 회원국 간의 갈등 고조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불씨는 남아 있다. 영국의 완전 탈퇴까지는 남은 시간은 2년. 당장 7월부터 EU와의 무역협상과 어획협상 등의 절차가 추진된다. 협상이 순항하면 우리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영국의 탈퇴 절차가 지연되고 스코틀랜드 독립, 스위스 등 비非유로존 국가의 추가 탈퇴 여론이 일 경우 유럽 경제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떤 관점을 갖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지수 추종보다는 종목 위주의 대응을 주문한다. 특히 수출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다.

브렉시트에 따른 엔화 강세가 수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엔저 정책 기조는 그간 우리나라 수출 실적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던 엔화가 브렉시트 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치가 급등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엔화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유동성 공급이 안전자산의 수요까지 떨어뜨릴 순 없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받는 수출주는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업종이다. 브렉시트로 엔화가 강세를 보일수록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영국 수출 비중이 낮아 브렉시트의 영향도 적다. 그동안 영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때 적용되던 관세 혜택이 사라질 수 있지만 당장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제약과 미디어주도 수혜주다. 국내 의약품 수출에서 영국 비중이 1%에 불과하고 가격 탄력성이 낮은 특성상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주 날개 펼 수 있을까

인터넷, 게임, 엔터테이먼트 업종도 환율에 따른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 이들 업종은 일본 지역 매출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등 해외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철강업계 역시 엔고 현상이 단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 이슈에만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7월 시작되는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시즌이 양호할 전망인 만큼 추가 반등 이슈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