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를 위한 조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 예측 불가능한 시나리오 앞에 선 투자자들은 글로벌 증시가 언제까지, 얼마나 더 떨어질까를 걱정했다. 그러나 며칠 뒤 투자자들이 180도 변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발빠른 유동성 공급으로 증시가 안정을 찾으면서다. 이제 이들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율 수혜주에 몰릴 공산이 크다.
브렉시트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슈다. 영국 여론이 ‘잔류’로 기울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돌발변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증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6월 24일에 크게 출렁였다. 하지만 27일 이후 뉴욕증시와 유럽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오르자 현재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브렉시트 우려를 완전히 털어낸 모습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시장의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브렉시트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해질 수는 있지만, 유럽과의 실물경제 연관성이 크지 않고 정책 여력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지난해 대對영국 수출액은 73억9000만 달러(약 8조7024억원)로 총 수출액의 1.4%에 불과하다. 국내에 투자한 영국 자금도 지난해 기준 2억6000만 달러(약 3055억원)로,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1.2%밖에 안 된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은 6월 24일 시장 불안 진화를 위한 유동성 공급에 합의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이례적으로 우려 성명을 내고 세계 금융시장에 달러를 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연준은 “중앙은행들과의 스와프를 통해 달러 유동성을 필요한 만큼 제공할 준비가 됐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압력은 미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제 연준은 금리인상을 미룰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안에는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전망뿐만 아니라 금리인하설까지 등장했다. 브렉시트 결정으로 인한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영란은행(BOE)은 브렉시트 결정 당일 2500억 파운드(약 405조원)를 풀었다. 이어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준비를 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매입 범위를 확대하는 시나리오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브렉시트발發 불안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브렉시트 영향 단기에 그칠 것”
다만 EU 회원국 간의 갈등 고조가 우리나라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불씨는 남아 있다. 영국의 완전 탈퇴까지는 남은 시간은 2년. 당장 7월부터 EU와의 무역협상과 어획협상 등의 절차가 추진된다. 협상이 순항하면 우리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영국의 탈퇴 절차가 지연되고 스코틀랜드 독립, 스위스 등 비非유로존 국가의 추가 탈퇴 여론이 일 경우 유럽 경제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떤 관점을 갖는 게 좋을까.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지수 추종보다는 종목 위주의 대응을 주문한다. 특히 수출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좋다.
브렉시트에 따른 엔화 강세가 수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엔저 정책 기조는 그간 우리나라 수출 실적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던 엔화가 브렉시트 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치가 급등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엔화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유동성 공급이 안전자산의 수요까지 떨어뜨릴 순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주 날개 펼 수 있을까
인터넷, 게임, 엔터테이먼트 업종도 환율에 따른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 이들 업종은 일본 지역 매출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동남아 등 해외에서 일본 업체와 경쟁하고 있는 철강업계 역시 엔고 현상이 단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수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브렉시트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이 이슈에만 매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7월 시작되는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시즌이 양호할 전망인 만큼 추가 반등 이슈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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