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살돈시대 ❷

▲ 주인공 수미와 혜진은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최종 5인에 뽑혔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예상했던 대로 오디션장은 북적거렸다. 이 좁은 땅에 늘씬한 미녀들이 이렇게 많았나 의문이 들 정도였다. “돈 필요한 예쁜 것들이 아주 많구나!” 옆에서 수미의 친구인 혜진이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경쟁률은 100대 1을 훌쩍 넘었다. 돈에 눈이 멀면 외모에 대한 착각이 과대망상으로 발전하는 법이다. 한눈에 봐도 오디션 깜이 안 되는 여자들이 시치미를 떼고 앉아 있었다.

‘장내 정리를 위해 육안 심사를 먼저 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온 후 절반 이상이 오디션 장 밖으로 쫓겨났다. 심사 기준인 WHR 0.7과 BMI 17 이하를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데, 이는 동양인으로는 나오기 힘든 비현실적 체형이기 때문이었다. 엉덩이가 34인치라면 허리는 24인치 이하, 키가 170㎝인 여성은 체중이 49㎏ 이하가 돼야 1차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문으로 쫓겨난 여성들이 뒷문으로 들어오는 등 행사장은 시장통을 방불케 했는데 응모자 중엔 모집요강을 잘못 이해한 비만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체중 감량을 많이 한 자에게 상금을 주는 줄 알고 일부러 체중을 불린 탓에 ‘자기 살을 책임지라’며 주최 측에 항의를 하는 여성도 있었다.

엉덩이가 60인치에 허리가 42인치인 흑인 여성은 허리, 엉덩이 비율이 0.7이 맞는데 왜 안 뽑아주느냐며 울부짖기도 했다. 미스코리아를 꿈꾸던 수미와 혜진이는 무사히 1차 예선을 통과했다. 둘은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저 멀리서 여자 심사관의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흑인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1차 오디션을 통과한 10명의 여성은 뜻밖에도 연기력 테스트를 받아야 했다. 비만의 늪을 빠져나와 희열에 찬 모습을 가장 실감 나게 표현하는 여성에게 높은 점수를 준다고 했다.  평생을 비만으로 살던 이들이 기적처럼 날씬해졌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바로 이 부분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최종 오디션의 핵심이었다.

비만을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에겐 쉽지 않은 연기였다. 그러나 10명의 여성은 눈물까지 흘려가며 최선을 다해 심사관들의 마음에 들고자 노력했다. 다이어트 회사의 대표와 직원들은 자신들의 맘에 들 때까지 오디션 참가자들의 연기를 지적하며 열연을 독려했다. 10명의 여성들이 녹초가 될 정도로 많은 양의 촬영이 이뤄졌다. 수미 역시 경험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주최 측에서 초빙했다는 연기력 지도자가 나와 그들의 동작을 세심하게 지적하고 재촬영을 반복하는 지루한 오디션이 이어졌고, 수미와 혜진은 최종 5인에 선정됐다. 탤런트를 할 것도 아닌데 왜 연기에 집착하는 것인지 의아하기도 했지만 최종 5인이라는 기쁨에 젖어 그날의 의심스러운 기억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