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vs 2016년 세계경제

전세계에 엑시트(Exit) 바람이 분다. ‘넥시트’ ‘옥시트’ ‘프렉시트’ 이름도 다양하다. ‘텍시트’ 등 연방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엑시트 바람에는 보호무역주의, 국수주의, 반세계화 등 1930년대 콘셉트가 들어 있고, 이는 경기침체가 확산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우리가 1930년대의 경제 기록을 들춰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보호무역·극우주의 등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등장했다.[사진=뉴시스]

브렉시트의 파장이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파운드화의 가치는 6월 27일 파운드당 1.3222달러까지 하락하면서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요국의 증시도 출렁였다. 미국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6월 23일 1만8011.07포인트에서 이틀 만인 27일 1만7409.72포인트로 890.98포인트(4.83%)나 하락했다. 코스피지수는 6월 24일 하루 동안 108.8포인트의 변동폭을 기록했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엔화의 가치는 상승했다. 시장 안팎에선 엔화의 가치를 4년 동안 끌어내린 아베노믹스의 성과가 하루만에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엔ㆍ달러 환율은 브렉시트가 결정된 6월 24일 달러당 102.42엔을 기록하며 전날 105.70엔 대비 3.10% 하락했다. 또다른 안전자산인 금가격은 온스당 1320달러(약 152만원)를 돌파하며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행히 국제금융시장은 ‘브렉시트의 먹구름’을 조금씩 걷어내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61조2672억 달러(6월 24일)로 쪼그라들었던 전 세계 증시의 시가총액은 29일 62조2235억 달러로 회복했다. 글로벌 증시가 브렉시트의 공포에서 벗어나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다. 아울러 가파르게 하락하던 파운드화도 진정세에 접어든 국면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됐다는 건 아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조금씩 강해지던 보호무역주의, 국수주의, 반反세계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6월 24일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호무역주의, 국수주의, 세계화 후퇴를 경험한 1930년대 후반의 기록을 들춰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유럽국 사이에선 EU 탈퇴를 공론화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넥시트(Nexitㆍ네덜란드 EU 탈퇴)’ ‘옥시트(Auxitㆍ오스트리아 EU 탈퇴)’ ‘프렉시트(Frexitㆍ프랑스 EU 탈퇴)’ ‘덴시트(Denxitㆍ덴마크 EU 탈퇴) 등의 용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런 ‘엑시트’ 행렬을 주도하는 건 주로 극우정당들이다.

세계에 부는 Exit 바람

넥시트 국민투표안을 발의했던 헤이르트 빌더르스 극우정당 자유당(PVV) 대표는 “네덜란드도 EU 탈퇴와 주권 회복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넥시트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경제가 부진한 가운데 브렉시트를 계기로 각국은 국익 중심의 고립주의를 지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자유무역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반감이 확산될 공산도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단일통화를 재정취약국이 함께 사용하면서 모순과 한계를 드러냈다”면서 “프랑스ㆍ네덜란드ㆍ스페인 등의 EU 탈퇴 이슈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만이 아니다. 연방을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텍시트(Texitㆍ텍사스의 미 연방 탈퇴)’, 카탈루냐주州(스페인)의 분리 독립 등 이슈가 대표적 사례다. 이는 고립주의와 국수주의가 유럽을 떠나 전세계로 번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경기침체와 심화된 빈부격차, 난민과 이민자의 유입 등으로 쌓인 불만이 ‘고립과 국수’라는 이름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은 1930년대 세계경제와 오버랩된다. 1929년 경제대공황 이후 보호무역, 국수주의, 세계화 후퇴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스무트 홀리 관세법(Smoot-Hawley Tariff Act)’이라는 보호무역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전세계적인 보호무역 조치 확산과 경제블록화의 원인이 됐다.

▲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계층간·세대간·지역간 갈등은 계속 증가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그 결과, 글로벌 경제는 더 깊은 침체에 빠졌다. 실제로 1929년 1030억6000만 달러였던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933년 560억4000만 달러로 절반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이렇게 발생한 경기 침체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인 파시즘을 부추겼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참극을 낳았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1930년대 보호주의 확산, 국제적 협조의 결여 등의 문제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넘어 전쟁으로 이어졌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2016년 현재 상황을 간단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이 ‘국제적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지역ㆍ세대간 빈부격차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효율적인 국제공조책 마련해야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미스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6월 27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이렇게 경고했다. “세계화와 교역증가ㆍ이주증가 등으로 발생한 빈부 격차가 세대갈등ㆍ지역갈등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나타나고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선진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계화에 따른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193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거다.

성태윤 연세대(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제가 처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내적으로는 소득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며 “보호무역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세계무역기구(WTO)를 비롯한 국제기구를 활용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930년대 세계 각국은 보호무역, 국수주의로 무장했다. 무역이 침체하면서 경기는 위축됐고, 전쟁이라는 참상이 벌어졌다. 지금 세계경제가 이런 길을 걷고 있다. 브렉시트에서 출발한 ‘반反세계화의 물결’은 보호무역, 국수주의를 다시 불러들이고 있다. 우리가 1930년대에 남은 기록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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