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부동산 정책

▲ 전매거래를 제한하는 규제가 무의미하다. 이 때문에 불법 전매거래 단속은 효과가 미미할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불법 전매거래가 문제라면서 ‘거래제한기간’을 늘리지 않는다. 치솟는 분양가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면서 정작 분양가상한제는 없애버렸다. 떴다방이 기승을 부리지만 떴다방은 자취를 감추지 않는다. 모호한 정부 정책이 부동산을 산으로 이끌고 있다. 모호한 정부정책의 폐해를 살펴봤다.

“부동산 투기를 잡아라.” 정부가 행동에 나섰다. 지난 6월 21일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주택시장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부동산에 몰리는 불법 투기 수요를 억제해 치솟는 분양가를 잡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재건축 열풍으로 분양권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는 강남구와 수도권 일대,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토부가 주 단속 대상으로 삼은 건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 불법 전매거래, 청약통장 거래 등이다. 하지만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논란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불법거래행위 단속책으론 투기 수요와 치솟는 분양가를 억제하지 못할 거라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투기의 주 원인인 전매거래를 제한하는 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전매거래는 분양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는 것을 말하는데,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거래제한기간은 고작 6개월(수도권 민간택지)이다. 지방은 제한기간이 아예 없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불법 전매거래가 문제가 아니라 전매거래 자체가 문제”라면서 “현재 전매거래 제한기간이 너무 짧아 중도금 없이 계약금만 가지고도 투기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토부의 불법 전매거래를 단속하겠다는 행보가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 이유”라면서 “정말 실효성을 거두려면 최소 3년은 전매거래를 제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 등이 단속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투기를 통해 분양가가 오르고 사람이 몰리면 그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이득이기 때문이다. ‘떴다방이 있어야 인기 있는 택지’라는 말이 괜히 나도는 게 아니다.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건지 올리겠다는 건지 방향성이 모호한 정부 정책도 문제다. 분양가를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책은 미미하거나 있던 정책마저도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 바 있다. 문제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 뒤로 분양가가 가파르게 치솟았다는 데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3월까지 3.3㎡(약 1평)당 1600만원대를 유지하던 서울 평균 분양가가 상한제를 폐지한 이후 치솟기 시작해 지난 5월에는 2000만원에 육박했다.

강남, 서초 지역만 따져봤을 땐 약 4000만원을 호가했다. 국토부가 헛물을 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승섭 부장은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선 후분양제를 도입하거나 재산세, 임대소득세 등을 강화해 불로소득을 줄이는 것이 최선책”이라면서 “하지만 차선책인 분양가상한제도 폐지하는 마당에 정부가 취하는 부동산 정책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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