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 매각으로 살아날까

▲ 한진해운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주요자산을 매각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옥, 상표권, 벌크선, 지분, 항로 운영권….” 한진해운이 올해 들어서 판 자산이다. 그야말로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채권단의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 한진해운이 암초에 걸렸다는 얘기다.

1조2000억원. 한진해운이 내년까지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다. 채권단은 이 금액을 한진해운이 자체 조달하지 못하면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이 막대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일단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자금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하지만 연체된 용선료, 하역비, 유류비 등 운영자금을 충당하는 것도 벅차다. 이 회사는 2분기 연속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 중이다.

남은 카드는 ‘처분 가능한 자산의 매각’이다. 한진해운은 올해 초부터 바쁘게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ㆍ유럽연합(EU) 지역 상표권을 지주회사 한진칼에 1113억원을 받고 판매한 것은 신호탄이었다. 그로부터 3개월 후인 5월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은 4112억원 규모의 추가자구안을 제출했는데, 그중 하나로 742억원 규모의 미국ㆍEU 지역 외 상표권을 한진칼에 팔았다.

벌크선 살다나베이호도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443억원이다. 5월말에는 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던 에이치라인해운 지분 5%(330억원)에 처분했다. 6월에 들어서는 런던 사옥을 현지 부동산 투자회사에 매각(322억원)했다.

자구안에 포함되지 않은 자산도 매각 대상에 포함됐다. 600억원 규모의 동남아 항로 운영권은 한진에 넘겼다. 일본 도쿄에 있는 토지ㆍ건물 지분 일부는 대한항공에 매각(83억원)했다. 이런 매각 작업에도 채권단이 요구하는 1조2000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그렇다고 채권단에 다시 손을 벌릴 수도 없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6월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원이 없다는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그룹 차원의 지원도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지원의 열쇠를 쥔 한진그룹이 각종 악재에 휩싸여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사측이 각각 임원진 고소와 노조위원장 중징계로 맞서고 있는 건 대표적 사례다.

외부 환경도 도와주지 않는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추이에도 주목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영업적자를 이어가는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자금에는 한계가 있다”며 “구조조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악화된 해운업황 속에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숙제”라고 말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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