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민영화 논란

▲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은 사실상 민영화나 다름없다.[사진=뉴시스]
에너지 공기업ㆍ공공기관을 둘러싼 민영화 논란이 뜨겁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내놓은 이후다. 골자는 에너지 독점 사업의 일부를 민간에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에너지 비용을 낮춰 국민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개혁안이 국민에게 이득을 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에너지 공기업ㆍ공공기관의 비효율성과 독과점 구조, 부실 누적이 심각하다.” 지난 6월 14일 기획재정부는 이런 이유를 들면서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내놨다. 골자는 인력 구조조정, 유사업무 통폐합을 비롯한 일부 공적 영역의 민간 개방 확대다. 한국전력이 독점한 전력 소매 사업의 단계적 민간 개방, 가스공사가 독점한 가스 도입ㆍ도매 사업 민간 직수입 활성화, 8개 기관(발전 5개사ㆍ한국수력원자력ㆍ한전KDNㆍ한국가스기술)의 상장 등이 대표적이다.

야권과 시민단체는 ‘에너지 공기업ㆍ공공기관 민영화’라면서 즉각 반발했다. 반면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6월 27일 에너지 정례브리핑에서 “공기업을 민간에 파는 것과 시장에 민간참여를 늘리는 건 다르다”면서 “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건 요금 인하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요한 건 논란의 핵심이 민영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에너지 공기업ㆍ공공기관의 기능조정 방안이 나온 배경은 비효율성 제거, 독과점구조와 재무구조 개선이다. 궁극적으로는 세금 낭비를 막고, 소비자 비용을 줄이자는 취지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전기ㆍ가스 요금이 더 오르고, 서비스가 더 나빠진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문제는 여러 정황을 볼 때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전기사업을 중심으로 추론을 해보자. 현재 가정용 전기요금은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훨씬 비싸다. 유일하게 가정용에만 붙는 누진제를 적용하면 가정용 전기요금은 최고 약 30배까지 차이가 난다. 반면 대기업들은 싼값에 전기를 펑펑 써댄다. 지난 5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제철 등 20개 대기업이 수출가격 경쟁력 제고를 이유로 2012~2014년에 할인 받은 전기요금은 약 3조5000억원이었다.

이런 불균형 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기 소매시장의 문호를 열어 민간기업을 끌어들여 봤자 전기요금을 낮추기 어렵다. 전기 소매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자신들에 유리한 ‘전기요금 할인율’을 줄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정용 전기요금이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

기업에 문호를 개방한다고 국민 편익과 실적이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민영화된 KT는 산간오지에 유선전화망을 깔아달라는 민원이 제기돼도 모른 척하기 바쁘다는 눈총을 받은 지 오래다. 경영방침이 국민편익 증진에서 주주가치 제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배당률은 공기업 시절 10%대에서 현재 50%대로 올랐다. 경영 실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민영화 이후 전체 평균은 되레 공기업 때보다 좋지 않다. 경영 부실의 책임을 진 CEO는 없었고, 직원들은 공기업 시절 대비 절반 이상 잘려 나갔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공공기관의 부채를 줄인다는 것 외에 득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공공기관이 상장을 하면 이익이 최대 목표가 될 테고, 전기수요가 한정돼 있는 과점형태에서 가격경쟁도 나타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방안이 과연 국민을 이롭게 하는지를 정부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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