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식의 재테크연구소 | 노후파산 피하는 현명한 방법

▲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입원이 부족하면 노후파산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사진=뉴시스]
노후 삶의 만족도는 한달에 얼마만큼의 생활비를 쓸 수 있느냐와 비례한다. ‘노후준비는 20대부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후에는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테크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만큼 노후를 위한 자산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소득 감소를 최대한 늦추는 거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일수록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지난 4월 국민연금연구원은 ‘중고령자 일상적 스트레스와 대처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국 4700여가구 중 중고령자 가구주(남성 약 3200명, 여성 약 1500명)를 연령대별로 나누고 일상생활 스트레스 정도, 경제 상황, 건강문제, 삶의 만족도, 주관적 생활수준 등을 조사한 자료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령대가 가장 높은 80세 이상 응답자의 삶의 만족도는 16.7점으로 가장 낮았다. 반면 가장 연령이 낮은 60세 미만 응답자의 경우 삶의 만족도 점수는 18.8점으로 가장 높았다. 60~69세는 17.7점, 70~79세는 17.2점이었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삶의 만족도 점수가 높았다는 얘기다.

또하나 주목할 점은 삶의 만족도 점수가 평균 생활비 수준과 정비례한다는 거다. 우리나라의 50세 이상 중고령자가 한달에 필요로 하는 평균 생활비는 약 153만원(2014년 기준)이었다. 연령별 월평균 생활비는 50대가 211여만원, 60대가 129여만원, 70대가 98여만원, 80세 이상이 93여만원이었다.

학력별 생활비 편차도 크게 나타났다. 고학력자일수록 평균 생활비는 높게 나타났다. 대졸 이상은 월평균 265만원으로 무학자인 85만원보다 3배가량 많았다. 또한 취업자 가구가 비취업자 가구보다, 공적연금 수급자가 공적연금을 수급하지 않는 자보다 지출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자료를 종합하면 연령대가 낮고, 공적연금에 가입돼 있으면서 일을 하고 있는 고학력자일수록 평균 생활비가 높고, 삶의 만족도 점수 역시 높았다는 얘기다. 스트레스 강도도 낮았다. 반면 공적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고, 저학력에 취업도 하지 않은 고연령자의 경우는 스트레스 강도가 높게 나타났다.

달리 말하면 젊을 때 공부를 열심히 하고, 빨리 사회에 진출한 후 공적연금에 가입해서 월평균 생활비 수준을 높여놔야 노후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젊은층에서 ‘노후준비는 20대부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노후파산이 그만큼 무섭다는 것이다. 이유는 더 이상의 대책이 없어서다. 아직 젊다면 일을 해서 재기라도 할 수 있지만, 나이가 많은데 일자리는 없고 기댈 곳도 없다면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

노후 준비는 오십년지대계

그럼 몇년 후 닥칠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은 20대부터 준비를 못했으니 희망이 없는 걸까. 물론 아니다. 앞서 통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이가 들수록 평균 생활비는 줄게 마련이다. 그만큼 소득이 줄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노후 준비는 소득이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는 쪽에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조기은퇴, 사업실패, 가족해체, 이혼, 노인사기, 투자실패, 의료비 증가 등 노후파산을 가속화하는 요인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는 얘기다.

먼저 조기은퇴를 대비하는 방법은 소득구조를 다변화하는 거다. 핵심은 현금흐름을 원활하게 만드는 것이다. 부동산을 재산이라고 끼고 있을 게 아니라 연금을 가입하든, 자본차익을 누리든, 이자를 매월 수령하든 다양한 항목에서 꾸준하고 반복적인 현금흐름이 발생할 수 있는 자산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매도차익형 부동산보다는 수익형 부동산을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찬가지로 주식이나 펀드 등 자본투자를 할 때에도 고정적인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의료비도 신경써야 한다. 실제로 노후를 맞은 후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거나 자녀에게 손을 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보험가입을 통해 일정한 수준의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비상시 자금도 준비해야 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자산축적보다는 자산을 잘 사용하는 게 관건이다. 다만 현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자산은 가급적 처분을 유보하는 게 좋다. 현금이 들어오는 자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결국 월소득이 감소하고, 삶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은 필수

마지막으로 개인연금과 주택연금은 필수다. 부족한 노후자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적연금만으로는 힘들다. 공적연금과 기업연금(퇴직연금과 퇴직금), 개인연금, 거주용 부동산까지 합해야 고령이 되더라도 만족도가 높은 삶을 살 수 있다. 주택연금을 활용해 부족한 월소득을 충당하면 다른 자산을 무리하게 늘리는 것보다 유리할 수 있다. 따라서 요건이 충족되는 거주부동산은 연금화해 놓는 게 좋다.

교육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면 노후준비는 오십년지대계五十年之大計다. 노동력이 충만한 시기에 노후준비를 잘 해놓지 않는다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각자의 노후 값어치를 올리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준비되지 않은 ‘노후=재앙’이라는 걸 명심해 몇년 혹은 몇십년 후 설문조사에서는 노후 만족도가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윤완식 프라이빗 재무컨설팅 대표 nopagess@nate.com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