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완판 단지에 숨은 비밀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로 주택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다. 여기에 공급과잉 논란이 더해져 하반기 주택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런 혼란스러운 흐름 속에서도 특별히 높은 분양성적을 기록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있다. 이 단지들은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교통交通과 교육敎育시설을 잘 갖췄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청약이 줄줄이 마감되는 이들을 두고 ‘쌍교 단지’라고 부르고 있다.

▲ 3040세대가 주택시장의 주요 구매층으로 부상하면서 우수한 교육환경을 갖춘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뉴시스]

■ 길 따라 움직인다 = 교통 수혜를 받는 대표적인 지역은 제3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이 확정된 곳이다. 최근 국토부는 2025년까지 10년간 국가철도망에 약 70조원을 투입해 시속 200㎞ 고속화철도가 전국 주요거점을 연결하고, ‘수도권 내 30분권역’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의 최대 수혜지역으로는 파주 운정신도시가 꼽히고 있다. 지역의 숙원사업이었던 GTX 파주연장안과 3호선 연장안이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파주시가 제출한 계획안에 따르면 이번 GTX 연장노선은 킨텍스~교하 차량기지까지 연결하는 총 11.6㎞로, 운정3지구와 1ㆍ2지구의 사이를 지난다.

3호선 연장안은 기존 종점인 대화역에서 운정신도시까지 약 7.6㎞를 연장해 약 3개역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노선이 모두 만들어지면 경의선에만 의존하던 운정신도시의 철도교통망이 비약적으로 좋아진다. 분양 중인 운정신도시의 잔여 물량도 소진 속도가 빨라졌다.

 
‘수도권 내 30분권역’이 목표

현대건설이 운정신도시 A24블록에서 분양하고 있는 ‘힐스테이트 운정’의 경우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100% 계약이 완료됐을 정도다. 고양 삼송지구와 은평뉴타운의 부동산 시장도 떠들썩하다. 그간 논의해오던 신분당선 삼송 연장안이 계획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신분당선 삼송 연장안은 동빙고에서 삼송지구를 연결하는 19.42㎞의 노선으로 광화문을 거쳐 은평뉴타운, 고양 삼송지구까지 이어진다.

이 연장노선이 실현되면 기존의 이용하던 3호선보다 더 빠르게 강남권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화성시 봉담읍도 수혜지로 꼽힌다. 기존 수원 호매실까지 예정됐던 신분당선 남부 연장 노선이 봉담읍까지 연장되는 안이 이번 계획에 포함됐다.

업계는 철도 노선이 신설되면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물론, 생활 인프라 증대로 이어져 실수요자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경기도 평택시는 큰 수혜를 입었다. 수서~평택간 SRT 노선(평택 지제역)과 평택~부발선 계획 발표 때문이다. 2012년 6441건에 불과했던 평택 주택 거래량은 2013년 8535건, 2014년 8497건에 이어 개발ㆍ교통호재가 본격화된 2015년에는 1만1936건으로 급상승했다.

투자자들도 군침을 흘린다. 계획 발표 시점부터 개통 때까지 인근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할 공산이 커서다. 실제로 지하철 9호선과 인천공항철도가 연결되는 호재가 발표된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는 검암역 주변 아파트 매매가격이 10% 이상 올랐다. 지난해 2억6000만원 수준이던 ‘검암역 마젤란21’의 전용면적 84㎡(약 24평)의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4000만~5000만원 올랐다. 4월 기준 최고 3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 주택시장의 맹모삼천지교 효과 = 최근 주택시장을 견인하는 실수요자는 3040세대. 이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건 아이들을 키우기에 부족함이 없는 교육환경이다. 특히 명문대학교 캠퍼스 유치가 확정된 지역이 실수요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명문대가 들어서면 단지 인근에 우수한 교육 인프라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특화단지에는 실수요자가 몰렸다. 한라건설이 지난해 11월 시흥 배곧신도시 특별계획구역 C3ㆍC4ㆍC5블록에 분양한 총 6700가구 규모의 ‘시흥 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는 서울대와 연계한 ‘교육특화’를 내세워 3개 단지 전 세대를 완판시켰다. 초ㆍ중ㆍ고등학교가 단지와 맞닿아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단지 내에 스터디 센터와 어린이집이 만들어진다. 스터디센터에는 개방형 도서관과 더불어 개별 독서실, 스터디룸으로 구성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김포시는 지난 4월 국민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풍무역세권 개발사업지구 내에 캠퍼스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남양주시는 2020년까지 남양주 다산지구 인근 양정역세권에 융합학부로 구성된 서강대 남양주캠퍼스 설립을 추진 중이다. 양정역세권은 그린벨트 부지 176만㎡(약 5만3000평)에 1만2000가구가 거주하는 교육 및 기업 융복합도시로, 복합쇼핑몰ㆍ주택 등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덕분에 인근 땅값이 1년 전과 비교해 10~15%가량 상승했다는 후문이다.

2010년 송도에 국제캠퍼스를 마련한 연세대는 신입생 5000여명을 입학과 동시에 1년간 이 캠퍼스에 기숙하게 한다. 동국대는 2011년 일산 식사지구 인근에 바이오메디캠퍼스를 열었다. 서울 본교에 있던 바이오시스템대학, 약학대학, 한의과대학, 의과대학이 자리를 옮겨 최근 지역에 안착했다.

수도권, 대학 캠퍼스 품다

지자체와 대학교의 협업은 앞으로 증가할 공산이 크다. 지역과 대학 모두가 만족할 만한 상생 전략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대학 입장에서는 좁고 비싼 서울 땅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혜택도 많은 수도권 부지가 탐나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교육 호재가 부족한 수도권 지자체로서는 서울 소재 대학교의 캠퍼스 유치가 주택시장의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학들이 지역 캠퍼스를 국제대학, 이공계대학 등 일부 단과대를 옮겨 놓는 ‘캠퍼스 확장’ 개념으로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더 높다. 수준 높은 학생들이 지역에 거주하는 것을 학부모들이 교육 호재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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