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이야기「좋은 인생 실험실」

탈상품화된 삶 속에서 재밌게 사는 법

옥시 사태 이후로 생활화학용품을 직접 만들어 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더이상 기업 제품을 못 믿겠다는 소비자들의 제스처다. 직접 만들어 먹는 건강한 음식 열풍, DIY(do it yourself) 유행에도 삶에 필요한 물품을 자급자족하겠다는 개인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생산자와 제품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변화이지만 개개인이 자신의 삶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삶의 변화를 찾고 있는 이들이 반길 만한 책이 출간됐다. 「좋은 인생 실험실」이다. 이 책은 ‘소비자’로 머무는 삶에 회의를 느끼던 트레메인 부부(웬디와 마이키)가 마침내 진정한 ‘메이커(maker)’로 도약해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들 부부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픈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선물’하고 싶어 책을 펴냈다고 말한다.

웬디와 마이키는 꽤 잘나가던 뉴요커였다. 웬디는 브루클린에 있는 광고회사의 홍보 전문가였고, 남편 마이키는 월스트리트에 있는 한 은행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1년 봄, 웬디가 한 담배회사의 홍보 마케팅을 전담하면서 이들의 인생은 전환기를 맞는다. 웬디는 당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마케팅 지식과 기술이 얼마나 위험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절감했고 회사를 그만뒀다.

사표를 던진 웬디와 그의 결정에 동의한 마이키가 찾아간 곳은 의류 재활용 축제 ‘스왑 오 라마 라마’였다. 그곳에서는 어떤 것도 판매하지 않았고, 창조하는 데 쓰이는 재료는 전부 공짜였다. 무엇보다 거울이 없었다. 의류 축제에 거울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을 붙들고 “저 어때요?”라고 묻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 사이에 친밀감이 형성됐고, 이들은 금세 친구가 됐다.

스왑 오라마 라마 축제 참가를 계기로 트레메인 부부는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무한 반복적인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된 거다. 마침내 이들 부부는 ‘돈에 덜 의존하는 삶’을 살아보기 위해 뉴욕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소비 대신 직접 농사를 짓고, 먹거리를 만들며, 필요한 물건도 직접 만들어 쓰는 삶을 갈망했던 거다.

뉴욕을 떠난 이들 부부는 뉴멕시코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한 시골로 찾아들어갔다.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그곳은 ‘트루스 오어 컨시퀀시즈(진실 게임이라는 뜻)’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단순한 삶의 방식을 찾아 여러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웬디와 마이키는 그곳에서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는 ‘메이커’의 삶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마침내 그들은 오롯이 두 사람만의 힘으로 3960㎡(약 1200평)의 대지 위에 건물 두 동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트레메인 부부는 말한다. 여러 생필품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을 통해 “그동안 내 삶이 얼마나 상품화돼 있었는지 깨달았다”고 말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돈을 버느라 스스로를 상품화할 수밖에 없는 삶의 사이클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웬디와 마아키는 우리가 받은 가장 소중한 선물인 창조성을 돈과 맞바꾸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선물로 나누기 위해 직접 개발한 요리 레시피와 주방용 가전제품 만드는 방법을 책 후반부에 실었다. 소비자의 삶을 벗어난 새로운 인생 실험에 도전 중인 트레메인 부부. 자유롭게 창조하고 탐험하고 배우며 놀고 먹는 그들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넘겨보자. 

세가지 스토리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김영란 지음 | 풀빛 펴냄

부정부패 방지법인 ‘김영란 법’으로 잘 알려진 김영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법치주의와 정의를 주제로 한 책을 들고 찾아왔다. 지난 2월 ‘비행 청소년’ 시리즈의 10번으로 출간된 책의 보급판이다. 그는 법의 기원과 역사를 설명하고, 법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논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전직 대법관의 의미 있는 법 통찰을 따라가 보자.

「권력이 묻고 이미지가 답하다」
이은기 지음 | 아트북스 펴냄

역사적 인물의 화려한 초상화. 웅장한 건축물. 미술은 언제나 부와 권력이 있는 곳에서 존재해왔다. 권력은 미술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으며, 예술가는 어떤 작품으로 권력에 응답했나. 이 책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정치와 미술이 어떻게 상호 연관성을 갖게 되는지 흥미롭게 풀어간다. 독자에게 미술 작품 속에 감춰진 정치성을 드러내며 지적 쾌감을 선사한다.

「운종가의 색목인들」
표창원·손선영 지음 | 엔트리 펴냄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 출신 국회의원 표창원과 장르소설 분야의 베테랑 작가 손선영이 공동 집필한 추리소설이 출간됐다. 이 책은 ‘셜록 홈즈’가 아편에 중독된 채 조선에 오게 됐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마침 조선 땅에서는 해괴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홈즈는 사건을 추적해 나간다. 조선에서 펼쳐지는 셜록 홈즈의 흥미진진한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 보자.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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