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갤러리 | 최은경 조각가

▲ ❶ The Forbidden ❷ Books & Animal ❸ FORGIVENESS

우리 사회는 과열된 교육열로 많은 시간과 경비를 지출하고 있다. 자신의 자식이 남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 때문이다. 또한 교육을 곧 사회구성원으로서 안정된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여기는 사회분위기 탓도 크다. 하지만 안정된 직장이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안정된 삶과 질을 찾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이가 많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이들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시골로 향한다.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다.

최은경 조각가는 십여년 전 강화도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그는 강의 시간을 빼곤 작업실에 머물러 자신만의 시간을 즐긴다. 책을 소재로 꾸민 작업실은 거대한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작가의 책에서는 문자를 좀체 찾기가 힘들다. 그의 작품에 활자화된 문자는 지워져 있거나 뭉개져 있다. 살아 숨 쉬는 책이기보단 책의 본질을 드러내는 상징적 오브제라서 최은경 조각가는 편협한 시각으로 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많은 지식인들이 책을 통해 내면을 채우고 이를 통해 세상을 이끌어가지만 세상은 탐욕과 부정 그리고 불의로 가득 차 있다.” - 작가노트-

작가는 유리, 스테인리스 스틸, 도자기 등 다양한 재료를 다룬다. 그중 도자기로 만든 책에 대한 감정이 남다르다. 우리 도예를 바라보는 서구와의 시각차 때문이다. 서양인들은 아시아의 도예로 중국·일본을 떠올리는데, 도자기로 빚은 책은 이에 대한 반증이다.

이스라엘 뮤지엄엔 성경을 주제로 한 그의 작품이 설치돼있다. 성서 위에 칼을 꽂은 작품은 마치 성서의 죽음을 보여주는 듯하다. 성서 내용과는 다른 인간의 감춰진 위선에 살해당하는 성서를 표현한 것이다. 또한 작품 속엔 문화적 상징인 책과 반대되는 야생동물들이 등장한다. 탐욕적인 육식동물로 치타를, 연약한 초식동물로서 사슴을 드러내 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게 한다.

결국 문제는 책이 아니라 그것을 읽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책을 통해 감동이나 지식을 얻지만 정작 이를 실천하지는 않는다. 책이 지식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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