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번째 투자활성화 대책

▲ 박근혜 정부는 투자활성화 대책만 10번이나 쏟아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경제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정부가 지난 7일 투자활성화 대책을 또 발표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한 지 이틀만이다. 4ㆍ13 총선 이후 80여일 동안 발표된 대규모 경제대책이 7개다. 열흘 건너 한번꼴로 큰 대책이 나온 셈이다. 투자활성화 대책만 해도 박근혜 정부 들어 이번이 열번째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해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대책을 발표한다. 2013년 5월 1차 회의 이후 4개월에 한번꼴로 회의가 열렸고 대책이 쏟아졌다.

잇따른 회의와 대책 발표는 정부가 엄청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회의와 대책 발표 이후 경제상황이 개선됐는가. 사람들 살림살이가 나아졌는가.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정부 정책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체감하는가.

유감스럽게도 답은 ‘아니오’다. 비슷한 이름의 회의가 자주 열리고 대책도 쏟아지지만 달라지고 나아지는 것을 찾아보기 어렵다. 회의 명칭과 참석자만 일부 다르지 대책은 똑같거나 비슷한 내용으로 발표되기도 한다. 이러니 똑 부러진 정책 한두개라도 실천이 중요하지 정책만 양산하면 뭐하느냐는 식의 정책피로 현상마저 나타난다. 회의會議만 많고 실천이 없으면 회의懷疑에 빠지게 된다.

 
회의 안건으로 올릴 새로운 아이템을 찾기에 앞서 기존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10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기관간 이견이나 규제장벽에 가로막혀 진척되지 못한 채 현장에서 대기 중인 5건의 프로젝트 규제를 풀어 3조60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차 회의에서 발굴한 37건의 현장 대기 프로젝트 중 절반 이상은 3년이 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한 상태다.

이번에 추가된 현장 대기 프로젝트 중 의정부 복합 문화단지 조성안이 있다. 미군부대가 이전하는 산곡동 일대를 K-팝과 뽀로로 등 한류 문화콘텐트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접한 고양에 킨텍스와 연계해 한류월드와 K-팝 전용 공연장을 설치하는 비슷한 계획이 이미 세워져 있다. 기업의 투자의향이나 이용객 수요를 따져 보고 마련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정부가 그토록 투자활성화를 외치지만 30대 그룹의 상반기 투자집행 실적은 연간 목표의 30%에 머물렀다. 올해 투자하기로 한 29조8000여억원 가운데 8조9000여억원만 집행한 것이다(중앙일보 조사). 기업들은 관련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사결정과 규제개혁이 지연되고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 처리되지 않아 투자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국이 고만고만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빠져 있는 사이 중국은 세계 최초로 ‘바퀴 달린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커넥티드카 RX5를 선보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중국 최대 자동차 메이커 상하이자동차가 2년간 공동개발 끝에 출시했다. 핸들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등 기본적인 운전조작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인터넷 운영체제(OS)가 맡는다. 세계 자동차 기업과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주목하는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중국이 가장 먼저 상용화한 것이다.

RX5는 지난해 양회兩會에서 리커창 총리가 선언한 경제운영 방향 ‘인터넷 플러스’의 구체적 성과물이다. 중국 정부의 경제ㆍ정치 운영방향을 결정하는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생활의 모든 영역을 인터넷과 연결하자고 주창했으며, 중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이렇게 도전적이고 선도적으로 나아가는데 우리는 10차 투자활성화 대책에서 부동산서비스, 스포츠산업, 반려동물산업, 할랄(이슬람)ㆍ코셔(유대) 등을 ‘육성해야 할 신산업’으로 제시했다.

열흘 간격으로 회의를 열어 이러저런 대책을 나열만 해선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서비스산업 발전이 필요하지만, 제조업을 냉대해선 곤란하다. ICT와 제조업을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보다 실체적이고, 적극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고 민관이 지혜와 힘을 모아 실천하자.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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