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에 약한 중년남자

▲ 불륜을 저지르는 중년 남성이 늘고나고 있다. 이들의 일탈은 사회적으로 용납받기 어렵고, 자칫 무리에서 쫓겨나 외톨이로 죽는 수사자 꼴이 되기 십상이다.[사진=뉴시스]
영화감독 홍상수(56). 조강지처를 버리고 20세 이상 나이차이가 나는 젊은 여배우 김민희와 도피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중혼重婚에 비교적 관대한 미국 유타주에서 비밀 결혼을 올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예술가로서 재능과 평판, 재력,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 등 모든 것을 갖춘 그가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비뚤어진 애정행각’의 대가로 이제까지 누려왔던 것들을 한꺼번에 내던져야 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지난해 말 이혼녀와 사이에 아이까지 있다고 공개한 모그룹 회장과 비슷한 점이 많다. 56세 동갑내기인 점이 같고, 불륜 공개로 이미지 타격이 심각한데도 감행했다. 무엇보다 아직도 ‘바람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본처가 건재하다는 점도 같다. 물론 모그룹 회장은 사실상 ‘졸혼卒婚(결혼을 졸업했다는 뜻)’의 단계로 이미 기정사실화된데 비해, 홍 감독은 이제 막 시작단계고, 상대가 유명 여배우여서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다르다.

사실 역사적으로 봐도 이런 스캔들은 등장인물과 배역만 다를 뿐 흔한 일이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남녀관계 등 도처에서 이뤄지고 있는 유혹은 현대사회를 읽는 키워드 중 하나다. 남자가 돈과 명예, 권력을 추구하는 동기 중 하나는 여자에게 인기 있는 남자가 되고 싶은 본능이 적지 않게 작용한다.

미국 작가 애서턴은 “아무리 일에 몰두해도 그 가슴 한곳에는 늘 여자가 자리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잘나가던 공직자나 스타급 연예인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돈 아니면 불륜 때문이다. 돈과 관련된 문제는 세월이 지나면 차츰 잊히지만, 남녀문제로 얽히면 평생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불륜이란 여자의 경우 생계를 책임지는 남자가 아닌 최상의 유전자를 가진 남자를 추구하는 형태다. 진화심리학자들은 바람을 피우는 행위는 비도덕적인 현대의 고안물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유전자를 가능한 한 많은 후손에게 전달하기 위한 본능이라는 설명이다.

여성보다 남성의 바람기가 더 심한 이유는 생물학적 특성에 기인한다. 남성은 바람을 피울수록 더 많은 후손을 얻지만 여성은 성적접촉 빈도와 관계없이 1년에 한 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내의 외도를 감지한 순간 남성의 정자 배출 수가 급증한다는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남성이 후손증식에 대한 ‘위험요인’을 동물적으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여자들만 폐경기가 오는 것이 아니다. 남자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갱년기가 찾아온다. 나이가 들수록 남자는 차츰 여자로 변신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대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으로 온몸이 촉촉해진 중년의 남성은 제2의 사춘기思春期인 ‘사추기思秋期’를 맞는다. 드라마를 보고 눈물짓는가 하면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토라진다.

그런데 가족들은 이미 변해버린 남편이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겉은 남자, 속은 여자’인 중년의 남성은 늘 외로워하는지 모른다. 노후 대비가 충분치 않은 대부분의 중년의 남성들은 회사의 퇴직 시기와 맞물려 고민이 심각하다. 먹고사는데 허리가 휠 지경이어서 다른 데 눈을 돌릴 여유가 없다. 이때 상상속의 일탈로 끝났어야 할 소설 속 판타지를 다큐멘터리로 결행하는 ‘간 큰’ 남자들이 있다. 돈과 명예를 쌓아놓고도 유난히 인생의 헛헛함을 느끼거나, 배우자를 향한 애정이 식은 특별한 사례들이다.

이유는 그럴듯하지만 사회적으로 용납받기 어렵고, 자칫 무리에서 쫓겨나 외톨이로 죽는 수사자 꼴이 되기 십상이다. 여자들은 주변 시야가 거의 180도에 달해 길에서 다른 남자를 훔쳐봐도 들킬 일이 없다. 상대방의 이목구비며 옷 색깔까지 한눈에 꿰뚫어보는 능력을 타고 났다. 기억력도 훨씬 뛰어나다. 특정한 날 겪었던 기억을 마치 스냅사진처럼 뇌에 저장해놓고 있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과거를 잊지 않는다. 용서하지도 않는다. 손상된 자존심을 스스로 달래며 기다릴 뿐이다.

반면 남자들은 과거를 흐르는 강물에 이미 떠나보냈다. 마치 전생에 대한 기억처럼 가물가물하다. 남자는 두뇌 구조상 먼 거리를 볼 수 있는 ‘터널 시야’를 가진 대신 망원경처럼 시야가 좁다. 좌우를 살피지 못하니 다른 여자에게 한눈팔 때마다 동행하는 아내에게 들키기 십상이다. 고개를 돌려야 다른 여자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혹에 약하고, 쉽게 들통나고, 잘 기억하지 못하고…. 그래서 나이 들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은 쓸쓸하고 공허하다.  
윤영걸 더스쿠프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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