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

‘소비행동모델’이 바뀌었다. 이전엔 ‘관심→흥미→욕구→동기부여→구매’의 과정이었다면 인터넷 등장 이후엔 ‘관심→흥미→정보탐색→구매→공유’로 변화한 것이다. 정보탐색과 공유의 과정이 순환한다는 건데,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기업은 소비자를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용구 교수는 “소비 자본주의로 변화하면서 소비자의 권력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스토리텔링, 브랜드 저널리즘 등 다양한 형태의 마케팅 전략이 있다. 그중에서 펫네임(Pet Nameㆍ애칭) 마케팅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펫네임 마케팅의 가장 큰 특징은 소비자가 직접 마케팅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애용하는 제품의 장점과 특징을 살려 애칭을 붙인다. 이 애칭이 소비자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면 입소문이 퍼지고 자연스럽게 홍보 효과가 발생한다. 애칭이 붙었다는 건 그만큼 소비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거다. 판매 실적이 좋은 것도 당연하다.”

✚ 원래 마케팅은 생산자의 몫이 아닌가.
“기존 마케팅은 생산자의 몫이었다. 생산자가 제품을 팔기 위해 스토리를 붙이고 프로모션 전략을 짰다. 그런데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시장에서 소비자의 역할과 힘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다. 프로슈머(Producer+Consumer)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기존에는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영향을 미쳤다면 이제는 소비자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고 이미 출시된 제품의 재정의ㆍ재생산까지 이뤄지고 있다.”

✚ 소비자가 알아서 홍보를 해준다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 아닌가.
“그렇지 않다. 생산자의 기획 의도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기존의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면 생산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품의 이미지를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펫네임 마케팅은 방향성이 소비자에게 달려 있어 제품 이미지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기업 입장에선 이익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되레 손해일 공산이 크다. 기업에는 소비자 한명 한명이 미스터리 쇼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 그렇다면 펫네임 마케팅이 주목을 받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첫째는 인터넷 때문이다. 사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탄 제품이 판매 증가로 이어진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의 파급력이 커졌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SNS, 1인 미디어 등이 등장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 인터넷 등장 이후 소비행동모델이 변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 전통적으로 소비행동모델은 관심→흥미→욕구→동기부여→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등장 이후엔 관심→흥미→정보탐색→구매→공유로 변화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보탐색과 공유의 과정이 계속해서 순환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에 애칭을 붙이면 그것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검색된다는 것이다.”


✚ 펫네임 마케팅이 부각되는 또다른 이유는 뭔가.
“뉴 노멀(New Normal)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저성장ㆍ저소비ㆍ고실업률 등으로 고객 확보가 어렵다보니 그만큼 고객의 목소리가 중요해지고 있다는 거다. 최근 블랙컨슈머 문제가 불거졌던 것도 권력의 중심이 소비자로 이동하면서 생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심리적인 이유도 있을 것 같다.
“결국엔 신뢰의 문제다. 기업의 자본이 거대화하면서 소비자와의 괴리가 커졌다. 그러다보니 기업의 상업적인 마케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인터넷 상의 누군가일지라도 소비자가 말을 하면 더 믿는 시대라는 얘기다. 이들의 신뢰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형성돼 있다. 이는 시장만의 얘기가 아니다. 대학교에도 학생들만의 커뮤니티가 있다. 학생들은 그곳에서 교수와 강의를 평가한다. 공식 강의평가제도가 있지만 학생들은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더 신뢰한다.”

기업보다 소비자를 더 신뢰


✚ 펫네임 마케팅은 소비자의 입소문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엔 생산자가 의도적으로 소비자 여론인 것처럼 꾸며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쓰고 있다.
“앞서 말했듯 소비자를 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 자생한 애칭과 생산자가 의도한 애칭에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쉽게 말해 소비자로부터 공감과 인정을 받았느냐 그렇지 않느냐다. 아무리 기업이 철저한 분석과 연구의 과정을 거쳐 제품을 내더라도 향후 소비자로 인해 어떻게 재정의 될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게다가 의도적인 마케팅은 되레 소비자로부터 버림을 받을 공산도 크다. 과거 입김이 대단했던 파워블로거가 기업과 결합하면서 점차 신뢰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다. 운칠기삼이란 말이 있지만 마케팅은 운구기일이다. 모든 것은 소비자에게 달려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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