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살돈시대 ❸

▲ 주인공 수미와 혜진은 90kg가 되면 론칭쇼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다이어트 회사의 대표는 선발된 우리(수미와 혜진)에게 최대한 뚱뚱해지라고 요구했다. 두달 동안 40㎏ 이상 체중을 늘리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체중이 90㎏을 넘어설 즈음 제품 론칭쇼를 할 것이고 그때 우리는 세상에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예쁘고 날씬한 모습으로 살아온 우리가 흉하게 살찐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선다는 건 생각만 해도 괴롭고 창피하다. 하지만 어차피 얼마 후엔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거다. 1억이 든 통장을 품에 안은 채 말이다.

강원도 철원의 산골짜기에 있는 합숙소에 들어간 우리는 박 강사라는 다이어트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인 살찌우기 작전에 돌입했다. 김 실장이라는 자가 총괄을 맡고 모든 음식은 박 강사의 주문으로 외부에서 들여왔다. 잘 관리된 체형의 소유자인 박 강사는 50대 초반의 늙수그레한 자인데 냉소적이며 언행이 거칠다. 회사에서는 왜 살이 쪄야 할 우리에게 주방장이 아닌 다이어트 강사를 붙여 놓았을까. 뚱뚱해지기 위해 다이어트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김 실장은 “남의 몸에 붙어 있는 지방을 긁어내는데 일가견이 있는 자들은 인간을 돼지로 만드는 것에도 능통한 법이니 걱정 말라”고 했다.

박 강사는 우리에게 달고 기름진 음식, 다시 말해 열량이 풍부한 음식을 마음껏 제공해 줄 테니 너희는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하라고 요구했다. 너희를 뚱녀로 만들기 위해 늦은 밤에 집중적으로 음식을 먹일 테니 각오하라는 대목에선 몇몇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너희에게 족발이나 치킨 등을 먹이고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도 줄 테니 각오해라.”

박 강사가 비장한 각오로 일장 훈시를 할 때 우리 모두 식탁을 두드리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평소에 우리가 간절히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박 강사가 심각하게 얘기하는 것이 너무 우스웠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리는 돈이 쪼들리는 ×들이니까 못 먹어 죽느니 차라리 먹다 죽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우리 중 누군가의 말에 박 강사는 비웃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굶어 죽으면 나중엔 잠자듯 편히 죽지만 배불러 죽으면 남긴 음식 아까워서 눈 뜨고 죽는다 이것들아!”

굶어 죽든, 먹다가 배가 터져 죽든 우리는 두달간 먹어야 할 운명이다. 그동안 몸매 관리에 굶주린 우리들은 박 강사가 시킨 음식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돈에 미친 ×들이 산골짜기에 모여 별짓을 다 하는구나.” 과도한 씀씀이 덕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슈퍼모델의 한마디에 우리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가장 나이가 많은 미스 해운대 출신의 돌싱은 닭다리를 급하게 뜯다가 목에 사레가 들려 켁켁거리고 있었다. 먹고 마시고 떠들며 그렇게 산골짜기의 하루 하루는 지나갔다. <다음호에 계속>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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