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45) 부모 멘토링 편

1년에 걸친 청춘 멘토링 시리즈를 마쳤습니다. 43명의 멘토 중 다수가 청춘보다 부모가 귀담아들어야 할 이야기를 쏟아냈습니다. 일례로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야 공부도 됩니다. 부모 세대를 지배하는 어떤 경험이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부모 멘토링 편을 덧붙이기로 했습니다.

▲ 멘토들은 “자녀와 좋은 관계를 맺으라”고 조언했다.[사진=뉴시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얼마 전 타계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 말입니다. 미래 세대가 앞으로 종사할 직업이 대부분 장래에 새로 생겨날 것들이라는 이야기죠.

오명 전 과기부총리도 세상이 급변해 앞으로 직업이 다양해지는 한편 상당수의 직업이 사라질 거로 내다봤습니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지금 각광받는 직업도 예외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분은 ‘행정의 달인’ 소리를 들은 테크노크라트지만 두 대학의 총장을 지냈고 신문사 사장도 역임한 분입니다.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할 때 부모들이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와 취업용 스펙 쌓기를 푸시하는 게 타당한지 모르겠습니다. 오 전 부총리 조언대로 직업에 관한 정형화된 인식 틀에서 벗어나되, 부모부터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당신이 만든 최고의 걸작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찰리 채플린이 “다음 작품”이라고 했듯이 내 아이에게 잘 맞을 직업이 지금은 잘나가지만 앞으로 없어질 가능성이 큰 어떤 전문직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죠. 여러 멘토가 자녀의 선택에 대한 부모의 간섭을 우려했습니다. 이런 간섭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부모들은 자녀와 세대 경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 말대로 “부모들이 겪은 현실은 지나간 과거입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거죠.” 그의 지적대로 부모 세대는 자식이 살아갈 시대가 아니라 자신들이 경험한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왜 문제냐고요? 단적으로 과거와 달리 지금은 어느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서강대 경영대 석좌교수를 지낸 최운열 의원의 말입니다. “요즘은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잘 안 됩니다. 출신 대학 브랜드의 직장 결정력이 크게 낮아졌어요. 여전히 대학 브랜드에 연연하는 건 출신대의 결정력이 높았던 시절 대학을 다닌 부모들의 영향이 크다고 봐요.” 한마디로 지금은 부모 세대 때와 달리 학벌이 통하지 않는 시대예요.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에 따르면 올해 국내 최고 대학 영문과 졸업생 취업률이 38%입니다. 만화가 출신인 이 총장의 반문입니다. “취업 잘 되는 명문대 공대 나와 대기업에 들어가도 오래 버텨야 55세 퇴직입니다. 100세 시대인데 그다음엔 뭘 할 건데요?” 그는 “100세 시대는 단거리 선수가 아니라 마라토너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길게 내다보고 페이스를 조절해 뛰어야 돼요. 앞만 보고 달리지 말고 날씨도 즐기고 길가에 핀 꽃 구경도 하면서. 무엇보다 지치지 않아야 돼요. 건강하게 일하는 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두배 더 일해야 합니다. 직업은 3~4번 바꿔야 할 걸요?!”

홍선생교육의 여미옥 대표는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은 어제의 학벌이 아니라 오늘의 실력”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학벌이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까요? 세계가 하나인 시대잖아요? 세계 유수의 대학 강의도 온라인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부모의 요구로 인기학과에 진학했다가 결국 적성에 맞는 과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송 교수는 자녀가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적성, 기질, 기호를 고려하게 하라고 권합니다. 자기 내면의 요구에 귀 기울이게 하라는 거죠. 자신을 컨트롤할 힘이 없으면 대학에 들어가서도 헤맵니다. 엄마와 학원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해 대학에 들어온 아이는 주체적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정민 한양대 인문대학장)는 거죠.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에 따르면 죽어서 옥황상제 앞에 갔을 때 이런 질책을 듣는다고 합니다. “너는 왜 너답게 살지 않았느냐?” ‘왜 착하게 살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전 회장의 말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답게 살아갈 의무가 있습니다. 머리가 시키는 일 말고 가슴이 시키는 일,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게 하세요.”

자식이 말을 안 듣는다고요? 젊은 작가 임건순 씨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만 취업 문제에 관한 한 부모 이기는 자식이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자녀가 자신의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게 해 주세요. 어쨌거나 지금 청년 세대는 아마도 해방 후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가 될 공산이 큽니다. 반면 이들은 한민족 역사상 가장 스펙이 뛰어난 세대입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박사는 아예 “50대 이상이 맞다고 하는 것, 해 보라고 하는 건 절대 하지 말라”고 청년들을 ‘선동’했습니다. 50대는 문화적 보수성이 아주 강한데 그래서 이들이 맞다고 판단하는 건 30년 후의 기준으로는 틀릴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50대의 문화적 감성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야 청년의 살 길이 열립니다. 예를 들면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같은 것들이죠.”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등 여러 멘토가 “스펙은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공병호 박사는 심지어 “능력이 떨어지는 것조차 꼭 나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무엇인가 결핍되고 절박해야 성취할 수 있습니다. 지방대를 나온 것이 5~10년 후 엄청난 축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

혹시 자녀가 결정장애, 선택장애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구자홍 전 동양그룹 부회장은 “젊은 세대가 그동안 부모와 교사가 하라는 대로만 해 스스로 의사결정을 못하고,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심지어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자라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가만히 있는 아이들이 된다는 거죠.

“인생이라는 바다에서도 가만히 있으라고 하면 그냥 가만히 있을 겁니까?” 권수영 연세대 교수는 “전략적으로라도 부모로서 자식을 조건 없이 수용하라”고 말합니다. 누군가에게 무조건적으로 수용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야 남들 앞에서도 당당하다는 거죠.

부모와 관계가 나쁘면 공부하는 데도 문제가 생깁니다. KAIST 공학박사 출신인 원동연 국제교육문화교류기구 이사장은 세인고라는 대안학교를 설립, 대학 진학을 포기한 아이들을 뽑아 개교 3년 만에 졸업생의 92%를 대학에 진학시켰습니다. 그에 따르면 부모ㆍ교사와의 관계가 나쁜 아이는 좋은 이야기를 해도 반감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토플러는 대학 졸업 후 5년간 용접공으로 일했습니다. 기자 생활을 거쳐 여러 기업의 연구원으로 있는 동안 일찍이 컴퓨터, 통신, 인공지능(AI)의 세계를 접했죠. 1928년생으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최장수 MC 송해보다 한 살 아래였던 그는 학자이자 저술가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 시절에 세 번이나 직업을 바꾼 거죠. 그는 “청춘의 매력은 꿈을 위해 무언가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