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이대로 괜찮나

▲ 우리나라 반도체의 강점은 메모리 반도체다. 시스템 반도체 기술력은 아직 부족하다.[사진=뉴시스]
국내 반도체 업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떨어지고 글로벌 업체들에 순위가 밀리고 있어서다. 반도체 강국의 아성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국내 반도체가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 반도체와 균형을 이뤄야 하지 않겠냐는 거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무역시장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효자산업이다. 수출품목 중 반도체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의 두 공룡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1993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뒤 2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반도체 관련 통계가 수상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5월 수출액 1위 품목은 27조315억원(전체 수출액 중 11.9%)으로 반도체였다. 하지만 반도체의 수입액 역시 17조4251억원(9.5%)에 달했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시장을 이끌고 있는 건 맞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입량도 상당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주춤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 순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위(11.1%)와 5위(3.8%)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0.5%포인트, 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부동의 반도체 1위 기업 인텔은 지난해 점유율 14.8%에서 올해 15.6%로 상승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퀄컴 등도 점유율이 오르거나 하락폭이 적어 순위는 올랐다.
 
이 통계가 의미하는 게 뭘까.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인텔에 밀리는 까닭은 또 뭘까. 답은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에 숨어 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관(WSTS)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시장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은 20.5%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은 60.4%로 메모리 반도체보다 3배가량 높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의 중심은 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시스템 반도체는 미미하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만 생산한다. 반면 인텔과 퀄컴 등은 시스템 반도체의 비중이 높다. IHS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인텔이 20.0%, 퀄컴이 8.3%인데 반해 삼성전자는 3.9%에 불과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품종이 많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도 몇몇 품종을 개발해 내놓긴 했지만 아직 설계 기술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스템 반도체의 위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처는 스마트폰ㆍPCㆍ서버에 한정돼 있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의 영역은 사물인터넷(IoT)ㆍ무인차ㆍ드론ㆍ인공지능(AI) 등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반도체를 당장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외면할 게 아니라 설계 기술을 키워 미래를 내다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강성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능형반도체연구부장은 “차세대 첨단 기술을 키우려면 시스템 반도체를 소형화하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기술력이 시급하다”면서 “해외에선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 맞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시스템 반도체를 전량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나마 있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기업수도 점차 줄고 있다”면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에 경쟁력이 밀리고 있어서다”고 덧붙였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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