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식의 재테크연구소 | 화폐가치 지키는 법

▲ 저금리 시대의 예ㆍ적금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자산손실과 똑같은 결과를 불러온다.[사진=뉴시스]

투자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화폐의 절대가치 올리기에만 매몰돼 물가상승에 따른 가치하락을 간과하는 거다. 저금리 상황에서도 예ㆍ적금에 매달리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는 자산손실과 똑같다. 그렇다면 손실을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길게 보는 안목을 가지면 된다.

투자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금리는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흥국의 경제침체도 심상치 않다. 그만큼 투자자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시기에 투자자가 잊어선 안 되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화폐가치의 하락을 방어해야 한다는 거다. 20여년 전 1000원의 가치와 현재 1000원의 가치를 비교해보면 쉽다. 당시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과 지금 1000원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그동안 화폐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의 가치가 하락함에 따라 발생하는 손해에 민감한 투자자는 많지 않다. 투자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안전자산을 선호한 결과, 매년 화폐가치만큼 자산이 줄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예컨대 집을 사기 위해 열심히 적금을 넣었다고 치자. 만기가 도래했을 때 분명 절대금액은 불어난다. 하지만 부동산가격 상승률은 더 빠르게 오른다. 이 때문에 아무리 적금을 넣어도 목표로 삼은 집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화폐의 가치하락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투자기간을 최대한 늘려 수익을 극대화하면 된다. 장기로 필요한 자금은 조금씩 길게, 단기 자금은 공격적으로 짧게 투자하라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자산의 현금흐름을 먼저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인 가계의 현금흐름은 ‘소득→소비→잉여→투자→소득→소비’ 구조를 띤다. ‘쓰고 남는 돈’으로 투자를 한다는 얘기인데, 이는 퇴직 등을 이유로 소득이 줄었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소비보다 저축이나 투자에 먼저 돈을 쓰고, 소비를 조절하면 잉여금을 늘릴 수 있다. 원활한 현금흐름을 꾸준히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이런 조건을 갖췄다면 투자할 준비가 된 셈인데, 이때는 투자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조금씩 쪼개서 다양한 투자처에 장기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내가 투자를 해서 얼마를 벌 수 있느냐는 건 투자수익률과 투입금액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

목돈일수록 길고 적게 투자

따라서 투자자는 연간 투입금액을 통제해야 한다. 연간 투입금액은 최대한 적게 넣으면서 투입효과는 가장 크게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투자기간이다. 만약 이자율 6%(고정ㆍ복리일 때)인 상품에 투자해서 5억원을 만들려 할 때 투자기간이 10년이면 월 317만원씩 약 3억8040만원(만기 시 5억139만원)을 원금으로 넣어야 한다.

하지만 투자기간이 30년이면 월 53만원씩 약 1억9080만원(만기 시 5억281만원)의 원금만 넣으면 된다. 5년 단위로 월 적립금이 약 45%씩 늘어나는 셈이다. 월 적립금은 264만원, 총 투자금은 1억8960만원을 덜 내지만 만기 시 받는 돈은 비슷하다.

수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이 투자를 할 때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강조하는 건 이 때문이다. 그래야 화폐가치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 따라서 3가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 첫째, 시간은 수익을 올리는 최고의 무기다. 둘째, 금융이든 부동산이든 다양한 투자처에 조금씩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 셋째, 자신의 투자성향과 투자금, 감내할 수 있는 시간 등을 고려해서 투자해야 한다.

결국 투자기간과 리스크, 투자 성향에 따라 상품군이 달라진다. 때문에 어느 한 가지가 좋다고 그 상품에만 투자하는 건 결코 좋지 않다. 자신의 투자성향이 매우 안정적이고 보수적이라고 해서 은행 예ㆍ적금만 고집하는 건 더더욱 경계해야 한다.

화폐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투자가 필수다. 다만 기간을 세분화해서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목표수익률을 낮게 잡아도 충분히 화폐가치를 지킬 수 있다. 수익의 성패는 시장환경적 요소보다 개인의 상황적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윤완식 프라이빗 재무컨설팅 대표 nopages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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