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의 위기극복記

현대상선이 40년 만에 현대의 품을 떠나게 됐다. 한때 법정관리 위기에 내몰렸지만 새로운 해운동맹 가입과 용선료 협상 성공 등으로 반전의 기회를 만들며 기사회생했다. 시장은 회생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현대상선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 7월 15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대주주 차등 감자 안건이 의결되면서 현대상선이 40년 만에 현대그룹을 떠나게 됐다.[사진=뉴시스]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조건을 모두 충족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선다. 3월 29일 자율협약이 결정된 지 100여일 만에 정상화를 위한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14일 글로벌 얼라이언스(해운동맹) 2M과 공동운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2M은 세계 1위와 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로 구성된 단체로 현대상선은 2017년 4월부터 공동운항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2M이 보유한 초대형 선박을 활용할 수 있게 된 현대상선으로선 원가 절감 대외신인도 상승 등 두마리 토끼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현대상선은 2M 가입으로 채권단이 제시한 자율협약 조건 용선료 인하, 채무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 세가지를 모두 충족하게 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악의 국면까지 밀렸던 현대상선이 최선의 결과를 얻어낸 듯하다”고 평했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정부는 자율협약 초반부터 법정관리라는 초강수로 현대상선을 압박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26일 열린 ‘제3차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이 안 되면 채권단의 선택은 법정관리”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시장 안팎에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등장했고 5월 13일 독일 ‘하팍로이드’사가 주도하는 해운동맹 ‘더얼라이언스’에서 제외되면서 이런 우려가 사실이 되는 듯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용선료 인하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5월 19일 현대상선은 벌크선사 선주와 진행할 예정이던 콘퍼런스콜(화상회의)이 당일 취소됐다. 이는 하루 전인 18일 주요 컨테이너선사 4곳과 만나 용선료 인하 협상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용선료 협상의 분위기 반전은 협상기간 마감 하루를 앞둔 5월 29일 이뤄졌다.

용선료 인하에 회의적이던 영국계 컨테이너 선주 ‘조디악’이 현대상선이 제시한 용선료 인하 방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6월 10일 현대상선은 해외 선주들과 향후 3년 6개월 동안 지급해야 할 용선료 2조5000억원 가운데 5300억원을 인하하는 데 성공하며 정상화의 물꼬를 텄다. 현대상선은 협상을 통해 낮춘 용선료 5300억원 중 일부는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2022년부터 5년간 장기채권으로 나눠 받게 된다.

그사이 현대상선은 채무조재조정에도 성공했다. 5월 31일 3건의 사채권자집회를 열고 6300억원의 채무를 재조정하는 데 성공했다. 다음날 1742억원의 채무를 재조정해 올해부터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8042억원의 채무를 전부 조정하게 됐다. 시장은 5년 동안 보호예수가 적용되는 협약채권과 달리 비협약채권 출자전환 주식의 경우는 신주 상장 이후 즉시 매도가 가능하다는 점이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현대 떠나는 현대상선

자율협약에 성공한 현대상선은 현대를 떠나게 됐다. 현대상선은 지난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최대주주 현대엘리베이터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7주를 1주로 병합하는 대주주 차등 감자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은 606만6273주에서 88만6610주로, 현대글로벌 지분은 61만3563주에서 8만7651주로 줄었다. 현 회장의 지분은 57만1428주에서 8만1632주로 쪼그라들었다. 지분율은 20.93%에서 3.64%로 낮아졌다.

여기에 출자전환을 위한 2억8000만주 상당의 유상증자까지 거치면 현대그룹 측 지분율은 1% 수준까지 축소될 예정이다. 채권단은 현대상선 지분 40%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특히 산업은행은 유상증자 공모주 청약결과에 따라 15%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사실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이다.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 때문이다. 법정관리라는 큰 고비는 넘겼지만 정상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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