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어찌 놓아 보내겠는가”
“원수를 어찌 놓아 보내겠는가”
  • 이남석 발행인 겸 대표
  • 호수 200
  • 승인 2016.07.2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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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이순신공세가 123

진린과 순신은 독대를 했다. 진린은 일본 소서행장의 뇌물을 받은 터. 길을 열어달라고 이순신에게 청을 하려던 거였다. 하지만 이순신이 누구이던가. 그는 진린에게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수적불가종견讐敵不可縱譴”. 원수를 그저 놓아 보낼 수 없다는 뜻이었다.

1598년 11월 13일 소서행장의 군대는 순신과 진린의 수군의 공격에 전멸하고 말았다. 소서행장은 분이 나서 명나라 포로 40명을 결박하여 앉히고 포로 두명의 팔뚝을 끊어 명군 쪽에 보냈다. “너희 명나라 장수들이 우리를 속여 오기를 몇 해나 하였느냐? 이번에도 또 속이니 내가 가지 않고 기어코 사생결단을 하더라도 싸움을 속행하겠다.”

유정은 이렇게 회답했다. “우리 육군이 한 일이 아니라 수군이 한 행동이니 수군제독 진린에게 다시 길을 빌리게 하라.” 그러자 소서행장은 다시 진린에게 은 100냥과 보도 50자루를 보내고 길을 빌려 달라고 하였다. 진린도 금은에 정신이 현혹돼 두말 않고 허락하였다.

소서행장은 다시 8척의 병선을 길을 여는 선발대로 내어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순신의 함대에 길이 막혔고, 토벌을 당했다. 소서행장은 다시 진린에게 약속을 위반한 것을 책하는 질문을 하기로 하고, 사자를 진린의 진으로 보냈다.

그날 밤 순신은 탐망군의 보고를 받았다. “적의 소선 한 척에 적장이 타고 수행원 7인을 데리고 장도에 들어와 도독의 진중으로 들어갔소.” 순신은 다시 정찰을 보내어 알아본즉 적장 오도순현이 술과 안주를 가지고 와서 무슨 비밀 담화를 하고 돌아갔다고 하였다.

▲ 진린은 이순신의 강직함에 존경심을 표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 이튿날인 15일 순신은 진린을 찾았다. 진린은 소서행장과의 강화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날도 적의 사자가 세차례나 진린의 진중에 출입하였다. 16일에는 진린은 부하 진문陳文이란 자를 소서행장에게 답례사를 보냈다. 진문은 소서행장에게 “이번 책망은 명나라 수군에 있지 아니하고 이순신의 함대가 한 일이다”고 변명하였다. 진문이 간 지 얼마 되지 아니하여 오도수五島守라는 적장이 병선 3척을 타고 준마, 창검 등을 실어다가 진린에게 바쳤다.

뇌물에 흔들리는 진린

이로부터 적선이 빈번히 왕래하고 그럴 때마다 무슨 상자 같은 물건이 진린에게로 배달됐다. 물때는 또 사리가 되었지만 뇌물에 팔린 진린의 마음은 변하였다. 순신은 국가대사가 틀어지는 것을 깊이 한탄하기를 마지 아니하였다.

중국인의 돈 좋아하는 버릇과 재물을 탐내는 마음이란 천하 만국 중에 특별히 우월하다. 「맹자」에 “왕은  ‘어찌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하고, 대부는 ‘어찌하면 내 집을 이롭게 할까’ 하고, 서민은 ‘어찌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 하고” 라는 구절이 나오듯이 상하가 이욕만 추구하는 것이 중국인의 대명사다. 그래서 이욕을 초월한 사람은 성현이라 한다. 진린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순신 장군은 진린의 견제와 저지가 없었으면 일본과의 싸움에서 대승첩을 거뒀을 것이다. 또한 사천과 한산도도 회복을 했을 것이다. 아, 영웅의 말로사업末路事業이여. 단지 개탄을 더할 뿐이로구나.

16일 저녁에 진린이 순신을 자신의 진중으로 청하였다. 진린은 진수성찬을 차리고 술을 은근히 권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공, 이것이 일본 요리라오. 담백하고 푸짐하여 선미를 겸하였소. 나 혼자 먹을 수 있겠소. 한 잔 드셔보오.” 순신은 “소인은 적이 주는 음식을 먹을 수 없소”라면서 뿌리쳤다.

진린은 조금 무안하였으나 다시 청안을 띠며 웃는 낯으로 “적장 행장이 여러 번 사자를 보내어 자기네는 속히 돌아갈 터이라고 화친을 청하니 저희가 돌아간다는 것을 구태여 싸울 것은 무엇 있소? 나는 이공의 의향을 들어서야 대답한다고 말했소만 화친을 허하는 것이 좋을 듯도 하오” 하면서 이순신을 설득했다.

이것은 거짓말은 아니었다. 진린은 진정으로 순신을 경외하여 차마 순신 모르게 화친을 허락하지는 아니하였던 것이었다. 순신은 말을 아니하고 지필을 당겨 글을 써보였다. “대장불가언화大將不可言和 수적불가종견讐敵不可縱譴”이라는 12자의 엄정한 글을 써서 진린의 앞에 돌려놨다. ‘대장이 화친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아니하다, 또 원수를 그저 놓아 보낼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 글을 본 진린은 참괴한 마음이 솟아나서 안색이 변하며 아무 말도 못하였다. 순신은 “소인은 물러가오”라면서 나와 버렸다. 그날 밤에도 소서행장의 사자가 왔는데 진린은 “나는 너희를 위하여 이순신 통제사에게 말하다가 거절을 당하였으니 이제는 다시 말할 수 없다”고 회답을 하였다.

순신 흔드는 소서행장

진린의 회답을 본 소서행장은 일이 틀어지는 것을 깨닫고 한편으로 사천의 도진의홍과 남해의 송포진신의 무리에게 구원을 청하고 원병이 올 동안에 일종의 기미책을 사용했다. 이를테면 사자를 순신에게 보내어 조총 보도 및 방물을 바치고 한번 만나보고 의사를 교환하기를 간절히 애원하였다.

이순신은 행장이 꾀가 많은 것을 잘 안다. 요시라를 시켜 조선의 장군들을 우롱하던 것이 생각났다. 순신은 여러 가지 방물을 받지 아니하고 엄히 거절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임진 이래로 싸워서 얻은 전리품인 총검이 산과 같이 쌓였거든 너의 것을 받을 까닭이 있느냐? 또 만나기는 무엇 하려고 만난다는 말이냐? 전장에서 만나면 나의 날랜 칼에 너희 대장의 수급밖에 쓸 것이 없다!” 이순신의 단호함을 확인한 소서행장의 사자는 감히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하고 물러갔다.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겸 대표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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