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속 기회 찾는 방법

굳이 돈을 좇지 않더라도 부를 쌓을 수 있을까. 예전 같으면 상상하기 힘들다. 돈은 돈을 부르고 부는 부를 다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에 발을 맞추면 새로운 방식의 부자가 될 수 있다. 트렌드를 유심히 관찰해 비어 있는 시장을 공략하면 시장의 1인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당신은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다.

▲ 행복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사진=뉴시스]

많은 이들이 부자를 두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조사한 ‘부자에 대한 인식 조사(성인 남녀 1199명 대상)’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의 부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부자의 부 축적 과정을 물은 결과를 보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 부자가 더 많다’는 응답이 63%를 차지했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23%에 불과했다. ‘부자들 중 존경할 만한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의 66%가 ‘존경할 만한 부자가 많지 않다’고 답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돈만 따지는 사람을 보고 천박하다며 거북해한다. 돈이 많은 부자를 두고 긍정적인 대답을 선뜻 내놓기 어렵다는 거다. 하지만 우리에게 돈은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긴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유용한 수단이라서다. 돈이 많다는 상상만으로도 꽤나 즐겁다. 돈 앞에서면 누구나 그럴 것이다. 오늘도 많은 서민이 로또 판매처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는 이유다. 결국 누구나 많은 돈을 가진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부자가 되고 싶다’고 꿈을 꾸면서도 정작 ‘얼마가 있어야 부자가 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궁전 같은 집에서 기사가 따로 운전하는 고급 세단에 올라타는 본인의 모습을 상상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를 갖고 있어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우리나라 ‘부자’ 400명을 꼽아 조사했다. 1차 선정 기준으로는 세계적으로 흔히 통용되는 기준인 ‘100만 달러 이상 투자자산을 보유한 개인’을 적용했다. 지난해 기준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부자들은 21만1000명으로 추산됐다. 2014년(18만2000명)보다 3만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쉽게 말해 한국에 ‘백만장자(Millionare)’의 숫자가 이 정도 된다는 얘기다.

이들의 재산과 소득 평균치는 이렇다. “보유재산 43억원, 금융자산 22억6000만원, 연소득 2억6000만원, 비근로소득 1억1000만원, 퇴직 후 적정 생활비 715만원.” 이쯤은 있어야 우리나라에서 ‘중간은 가는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거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일반인이 이런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실마리를 풀기 위해서는 이들이 부자가 된 방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자산을 축적한 가장 주된 방법은 ‘사업체 운영(38.8%)’이었다. 이어 ‘부모의 증여ㆍ상속(26.3%)’ ‘부동산 투자(21.0%)’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흥미로운 점은 자산 규모가 큰 부자일수록 부모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부를 축적한 ‘금수저’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총자산 30억원 미만 부자의 경우 자산형성의 가장 주된 수단으로 ‘사업체 운영(34.0%)’을 꼽은 반면, 총자산 100억원 이상의 부자는 ‘부모의 증여ㆍ상속(40%)’이 자산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부자일수록 자녀에게 물려주는 부富가 많다는 거다.

2년 전,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21세기에는 자본이 자본을 낳는 ‘세습 자본주의’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들어맞은 셈이다. 피케티는 300년에 걸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자본수익률이 국민소득증가율보다 역사적으로 항상 크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열심히 일해서 버는 소득보다 자산을 이미 가진 부자들의 소득이 항상 크다는 것이다. 결국 이런 통계는 ‘부자가 될 기회는 있다’고 믿는 서민들의 믿음을 배신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동산 투자에 성공해 ‘졸부’로 거듭나는 경우라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다르다. ‘부동산 투자’에 의한 자산 축적은 2011년 45.8%에서 올해 21.0%로 감소했다. 부자들의 전체 자산 중 부동산 자산 비중 역시 51.4%로 2011년에 비해 8.1%나 하락했다. 이는 과거처럼 부동산 투자만으로는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자수성가형 부자가 되기도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저성장ㆍ저금리ㆍ고령화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이런 환경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환경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박스권에 갇힌 주식시장

먼저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금리를 살펴보자.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큰 경제위기 속에서 등락을 거듭하긴 했다. 그럼에도 평균적으로 5~6% 내외의 성장률을 보여왔다. 하지만 2011년 이후 3%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2% 수준에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도 2009년 2% 수준에서 2011년 3.25%까지 상승했으나, 최근엔 역사상 처음으로 1%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물가상승률도 최근 1% 미만으로 낮아져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번지고 있다. 일본식 장기불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게 증가했다.

정부가 민간 경기 회복을 유도하긴 했다.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를 개편하면서다. 문제는 결과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는 점. 올해 3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223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4%나 늘었다. 2011년 916조원에 불과했던 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6월 기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식시장도 깜깜하긴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코스피는 6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소위 ‘박스피 장세’에 머물러 있다. 코스피 상단을 돌파할 만하면 쏟아져 나오는 기관 매물과 펀드 환매 물량 때문이다. 호재가 반짝 나타나면 주식시장에 돈이 들어와 주가를 밀어 올린다. 하지만 좀 올랐다 싶으면 불현듯 의구심이 드는지 적당한 선에서 주식을 팔기 시작한다.

성장률과 통화가치 같은 거시경제, 상장 기업들의 미래 성장 동력 등에 대한 의문이 동시에 부각되기 때문이다. 결국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기성 자금 성격의 머니마켓펀드(MMF)의 잔고만 크게 늘었다. 7일에는 MMF의 잔고가 120조원을 돌파하면서 연중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과 투자 환경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예금금리 또한 역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 서민 가구의 자산 축적이 가능할 리 없다.

이런 환경에서는 부자들도 자산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 자녀가 자신만큼 잘 살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부자가 있을 정도다. 부자들 중 반수가 넘는 58%가 ‘자녀세대는 나만큼 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73%가 ‘자녀세대는 자수성가하기 힘들어졌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먼저 우리는 왜 부자가 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부자가 되려는 대부분의 사람의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어서다. 문제는 돈과 행복의 연관성이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들을 다루는 설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도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모순적인 통계도 있다. 이들 연구가 주장하는 바는 이렇다. 돈을 좇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사회적 유대관계와 여가 생활을 방해하기 때문에 행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복한 부자가 되라”

또한 부가 증가할수록 새로운 비교 기준이 생기기 때문에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없어도 문제지만 많아도 문제인 것이 돈이란 얘기다. 돈에 대한 현명한 태도는 ‘나를 써서 얼마만큼 돈을 벌 것인가’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위해 돈을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가 중요한 셈이다. 돈 버는 것 자체가 가장 즐겁다면 모를까, 돈 버는 과정이 고통스럽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결국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돈을 벌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방법이 막혀있는 건 아니다. 경제 침체 속에서 오히려 쉽게 돈을 번 역사가 있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후에 돈을 많이 번 인물도 그랬고, 옛 소련이 분할되면서 돈을 많이 번 러시아 재벌도 그랬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세상을 읽는 법을 알았다는 점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큰 부자들은 세상을 미리 읽는 기술이 남달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세상 읽는 눈은 대단하지 않았던가. 현장을 발로 뛰면서 트렌드를 읽었기에 그는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을 게다. 다시 말해 정주영 명예회장의 특징은 ‘눈’이 아니라 ‘발’로 세상을 읽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의 전설 짐 로저스 역시 1999년 한국의 여성 인권 향상을 보고 한 피임약 업체에 투자해 6년 만에 15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2006년 일본 방문 당시엔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을 보고 즉시 유아乳兒 관련주를 사들인 것이다. 이건 순전히 그가 세상을 알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그는 1990년 오토바이를 타고 1년 동안 세계 일주에 나섰다. 22개월간 52개국 10만4000㎞를 달렸다. 1999~2001년에는 116개국 24만3000㎞를 자동차로 여행했다. 투자의 귀재답게 그는 세계 곳곳에서 투자의 혜안을 얻었다. 결국 우리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 새로운 방식의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트렌드를 유심히 관찰하고 비어있는 시장, 태동하는 시장의 1인자가 되라는 얘기다. 굳이 돈을 좇지 않더라도 당신은 행복한 부자가 될 수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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