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하게 붙고 도전하라

▲ 인터넷의 발달로 PC통신 시대는 막을 내렸다.[사진=아이클릭아트]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해야 한다.” 약 10년 전, 전문가들이 강조했던 얘기다. 그런데 최근 10년 전과 똑같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전히 새로운 성장엔진을 못 찾았다는 건데, 왜 그럴까.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기 위한 도전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무너진 IT왕국’ 하이텔의 사례부터 확인해보자.

# 1990년대 하이텔의 최대 회원수는 약 350만명. 하이텔은 당시 거의 모든 온라인 사용자를 회원으로 거느린 IT업계의 절대 강자였다. 하지만 하이텔은 2004년 7월 ‘파란’이라는 포털업체에 통폐합(파란은 2012년 8월 다음에 통폐합)되면서 공식적으로 간판을 내렸다. 하이텔이 문을 닫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1999년 이후 통신기술의 발달로 PC통신(폐쇄형 정보공유 방식)이라는 서비스가 인터넷(개방형 정보공유 방식)으로 빠르게 대체되면서 존립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 2005년 67시간의 논스톱 세계일주 단독 비행에 성공한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모험가 스티브 포셋. 그는 2년 후인 2007년 9월 또다른 비행을 하다 실종돼 2008년 10월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는 죽기 전까지 수많은 도전을 펼쳤다. 1985년엔 영불英佛 해협을 헤엄쳐 건넜고, 1992년엔 세계에서 가장 길고 험난하다는 ‘알래스카 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에 참가했다. 1996년에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인 ‘24시간 르망 모터레이스’에 도전했다.

위험한 도전들이 많았던 만큼 죽을 고비를 넘긴 것도 여러 번이다. 1997년 열기구 단독 세계 일주 첫 도전 때는 러시아에 불시착했고, 1999년에 재도전했을 때는 폭풍우를 만나 호주 해안에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5번의 실패 끝에 결국 지난 2002년 혼자서 열기구를 타고 13일 8시간 33분 동안 3만3195㎞를 비행, 세계 일주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였다. 스티브 포셋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그의 위대한 도전정신은 미국인들에게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자! 이 사례들을 보고 무엇이 느껴지는가. 그렇다. 두 사례는 도전 정신이 부족했던 하이텔처럼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채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지, 스티브 포셋처럼 꾸준히 새로운 도전을 펼쳐 영원한 모험의 아이콘으로 남을 것인지를 묻는다. 

경기 침체, 그 암울한 전망

왜 하필 도전정신일까. 몇년 전부터 세계 경제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남유럽 재정위기, 최근의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처럼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현재의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를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공부깨나 한 모든 박사도 꼬리를 내리고 숨어 버렸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나 일반인이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건 매한가지라는 얘기다.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 같지도 않다. 여기저기서 글로벌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경기 둔화, 일본ㆍ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기 회복세 제한, 브렉시트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확산, 26조6600억 위안(약 4800조원)에 달하는 중국 부채 문제의 심각성 등으로 인해 글로벌 저성장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브렉시트 여파로 세계 경기가 침체할 확률이 종전의 30%에서 40%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월 경기 침체 확률을 20%로 예측했다가 지난 3월 30%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주요 금융기관들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기존 3.1%에서 3.0%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3.4%에서 3.0%로, 노무라종합연구소는 3.1%에서 2.9%로, JP모건은 2.5%에서 2.4%, 씨티은행은 2.5%에서 2.4%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낮췄다.

거시경제가 신통치 않은 만큼 기업 사정 역시 혹독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기업의 역동성 저하 점검’ 보고서를 통해 300인 이하 중소기업이 300〜500인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비율이 0.06%, 1000명 이상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0.0007%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창업 이후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라는 얘기다. 지난 2006년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든 게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라서다. 

도전은 기업의 생존 좌우

하지만 새로운 성장엔진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발굴해야 손에 쥘 수 있다. 문제는 왜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새로운 성장엔진을 못 찾고 있느냐는 점이다. 그건 바로 도전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 스티브 포셋은 억만장자였지만 도전정신 덕분에 모험가로 더 유명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구상에 영원한 먹거리가 없고, 따라서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간단한 진리를 많은 경영자들이 망각한다는 거다. 서두에 도전정신을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전정신이 없으면 새로운 성장엔진도 없고, 새로운 성장엔진이 없으면 기업의 항구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원칙은 대기업이라고 해서 비껴가지 않는다. 현재 대기업 계열사들이 그간의 안일함 때문에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도전정신은 그만큼 중요하다.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안심할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야 한다. ‘도전’이라는 단어가 인생에서 사라질 때, 젊음도 사라진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김영호 겸임기자(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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