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고금리 논란

▲ 저금리 기조에도 국내 카드사는 여전히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저금리 기조에도 꼿꼿하게 ‘고금리’를 유지하는 곳이 있다. 신용카드 업체다. 최고 대출금리는 대부업체의 수준과 맞먹을 정도로 높다. 정부의 으름장에 금리를 낮췄다지만 기껏해야 1%포인트 정도다. 그 때문인지 국내 8개 카드사의 조달금리 대비 대출 수익은 2배가 넘는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1.25%로 하락하면서 예ㆍ적금 금리도 하락세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첫 0%대 예ㆍ적금 상품도 등장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6월 중순 6개월 만기 정기적금 금리를 기존 연 1.1%에서 0.8%로 낮췄고 1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 역시 연 1.08%에서 0.93%로 떨어뜨렸다. 그런데 저금리 기조에도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는 금리가 있다. 

금융사의 대출금리다. 특히 신용카드사의 카드론, 단기대출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여신금융협회가 공시하고 있는 국내 카드사 8곳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금리를 살펴보면, KB국민카드는 6.40~26.50%, 롯데카드 6.90~26.49%, 비씨카드 7.85~23.28%, 삼성카드 6.14~26.90%, 신한카드 6.14~26.20%, 우리카드 6.40~26.40%, 하나카드 6.90~26.90%, 현대카드 7.50~26.50% 등의 수준이다. 그중 최고금리가 25% 미만인 곳은 비씨카드가 유일했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의 금리도 비슷한 수준이다. 시중 카드사는 5.90~25.90%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현금서비스 금리(6.90~26.90%)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수준이다. 또한 연체이자율 최고금리의 경우, 카드사 8곳 중 KB국민카드와 비씨카드를 제외한 6개사가 법정최고이자율인 27.90%를 적용하고 있다. 대부업체(27.90%) 금리나 신용카드사의 금리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신용카드사의 높은 금리가 최근 두차례나 인하한 결과라는 것이다. 지난 3월 신용카드의 법정최고이자율이 34.9%에서 27.9%로 낮아지면서 금리가 떨어졌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카드사의 불합리한 영업 관행 개선대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카드사들은 금리를 인하했다. 시장에서 ‘생색내기식 인하’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게다가 두차례나 내렸다곤 하지만 금리인하폭은 1%포인트 정도로 크지 않았다.

카드사는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이유가 자금조달 방법에 있다고 항변한다. 수신 기능이 있는 은행과는 달리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낮아진 기준금리의 영향이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론도 많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대출금리가 턱없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의 채권 발행 정보를 살펴보면 국내 카드사에서 발생한 회사채 금리는 2012년 평균 3%대로 떨어졌고 2014년 하반기 2%대로 하락했다.

2015년 이후엔 발행기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 초반에서 1%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카드사의 조달금리도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용카드사의 대출 최고금리는 여전히 법정최고이자율에 가깝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최근 카드사가 금리를 인하했지만 금융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니었다”면서 “이는 소비자의 불만을 줄이기 위한 보여주기식 금리 인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카드를 이용한 대출 고객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대부업체와 비슷할 정도로 높은 최고금리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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