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와 환자의 자기결정권

▲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 법률이 2018년부터 시행된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기계에 의해 생명을 연장하는 것, ‘연명치료’다. 어떤 이들은 원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데 갑자기 발생한 사고라면 어떻게 될까. 미리 거부의사를 문서로 남기면 된다. 관련 법률이 공포됐다.

어린 시절 죽음을 생각하면 극도의 공포가 느껴졌다. 그래서 죽음을 애써 외면해야 했다. 그런데 죽음은 정말 ‘나’의 끝일까. 대부분의 종교는 사후세계가 있다고 말한다. 기독교는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간다고 한다. 힌두교와 불교는 카르마가  해결될 때까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본다. 육체가 죽은 후 ‘무엇’이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가. ‘무엇’이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는가.

A씨는 B병원에서 검사를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심정지가 발생했다. 급기야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A씨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 항생제 투여, 인공영양과 수액 공급 등의 보존적 치료를 받아 왔다. 그런데 A씨는 평소 다음과 같은 말을 종종 했다. “내가 소생하기 힘들 때 호흡기는 끼우지 마라. 기계에 의해 연명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A씨 자녀들은 B병원을 상대로 연명치료장치의 제거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먼저 ‘연명치료’가 무엇인지 보자. 대법원이 내린 정의다.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서 이뤄지는 진료행위.”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란 무엇인가. “의학적으로 환자가 의식을 회복할 가능성이 없고 생명과 관련된 중요한 생체기능의 상실을 회복할 수 없으며 환자의 신체상태에 비춰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할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다.”

그렇다면 언급한 사안의 경우 연명치료는 중단할 수 있을까. 대법원의 입장이다.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후에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 따라서 환자가 미리 의료인에게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중단할 수 있다.

A씨는 평소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주위에 표시해 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연명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해 연명치료장치 제거를 허락 했다. 하지만 이를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진입을 했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 대법원의 판결이다.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춰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돼야 한다.”

지난 2월 3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공포됐고, 2018년 2월에 시행된다. 그 결과, 회생 불가능한 상태의 환자가 사전에 연명치료 거부의사를 문서로 남기면 연명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받게 된 것이다.

마이클 뉴턴 박사는 영혼 세계의 놀라운 이야기를 「영혼들의 여행」이란 책에 소개하고 있다. 육체의 죽음 뒤에 영혼은 영혼의 세계에 머물다가 다시 태어나기 위해 새로운 육체를 선택한다는 것이 골자다. 육체는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는 얘기다. 품위 있는 죽음을 선택한 많은 사람들은 내면에서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죽음은 끝이 아닌 하나의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조준행 법무법인 자우 변호사 junhaeng@hotmail.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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