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가랑비를 우습게 여겼다간 옷이 잔뜩 젖는다. 300개의 잠재적 부상자를 허투루 봤다간 중상자 1명이 발생할 수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라는 우리 속담과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결함의 무서운 리스크를 알려준다. 국가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비리 행각이 아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벌써 몇 년전부터 비리 경고등이 울렸기 때문이다. 

▲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을 도와준 것으로 알려진 건축가 이창하씨. [사진=뉴시스]
대우조선해양의 비리 행각이 점입가경이다. 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직원은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대주주이며 감독기관인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는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부실회계를 밝히지 못한 회계법인에도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분식회계가 비리의 시발점이었지만 수년에 걸쳐 은밀하게 또 조직적으로 쌓인 모럴해저드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를 표하고 있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는 대우조선해양의 사태를 보면서 1대 29대 300이라는 경영법칙이 떠오른다. 이 법칙은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으로,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것이다. 1931년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의 손실통제부서에 근무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펴낸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 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 A Scientific Approach」이라는 책에서 소개됐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분식회계가 들통나기 전부터 수많은 비리횡령 사고에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경영컨설팅을 하는 필자도 거래회사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문제점을 수차례 접했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 듯했다. 언젠가는 큰 사건이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주었기에 불안한 곡예를 보는 것처럼 늘 불안했다.

한편으론 그래도 대한민국 정부가 주인인 대우조선해양이 그렇게 어설프게 관리됐겠느냐는 생각도 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언젠간 적절한 시정조치를 취할 것으로 판단했던 거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물론 어떤 정부 당국도 대우조선해양에 메스를 대지 않았다. 만약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을 잡은 2001년에 감사를 진행했다면 최소한 300여개의 사소한 도덕적 해이 현상을 발견했을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감사를 했다면 29개의 경미한 사고는 적발했을 것이다.

이렇게 적발된 내용에 대한 시정조치만 제대로 했어도 최근에 발각된 대우조선해양의 비리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간단한 누수 현상이 국가경제를 흔들 만한 변수가 됐다는 얘기다.

필자는 2010년께 두 기업을 감사한 적이 있다. A, B기업 모두 큰 적발사항이 없었다. 하지만 부주의에서 발생한 사소한 사례들은 많이 적발됐다. 필자는 감사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종합의견을 넣었다. “감사 결과 A등급이다. 우수한 경영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부주의한 사례들이 많이 거론된 것은 경영진이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할 요소다. 이런 사례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짜둬야 미래의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부터 5년여 후, A기업은 승승장구를 거듭했고, B기업은 큰 사고로 부도를 맞았다. 두 기업의 운명을 가른 것은 ‘간단한 처방’이었다. A기업 경영진은 필자의 뜻을 받아들여 사소한 부주의 사례까지 시스템으로 막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반면 B기업 경영진은 ‘굳이 그렇게까지’라면서 부주의 사례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큰코를 다쳤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 기업을 경영하는 CEO가 마음에 되새겨야 할 말이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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