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마케팅의 비밀

‘시간은 금이다.’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하는 말이다. 바쁜 현대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시간을 영리하게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 있다. 바로 ‘타임 마케팅’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신선식품 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감 시간 전 ‘떨이 판매’ 수준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 시간을 마케팅의 주요 도구로 사용하는 타임 마케팅이 뜨고 있다.[사진=뉴시스]

하루가 25시간인 시계가 있다. 이 시계의 자판은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 시계와 똑같다. 그러나 시계가 가는 속도가 정상 시계보다 조금 빠르다. 1분이 57.6초다. 1시간 동안 2분 24초가 빨라지는 셈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 시계를 사용하면 정상 시간보다 10분 더 빠른 시간을 보게 된다.

“남들보다 한발 더 빨리 일하라”는 주제로 개발된 이 시계는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재미있지 않는가. 세상을 남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살려고 하는 현대인을 풍자한 상품이 인기 상품이 됐다는 게. 실제로 바쁜 현대인은 늘 시간에 쫓긴다.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부족해서다.

주요 선진국 기업들이 ‘타임 마케팅’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는 이유다. 소비자의 일상을 잘게 나눠 그 시간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타임 마케팅의 본질이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특정 시간대에 제품을 할인하거나 한정수량을 선보이는 이른바 ‘타임세일’이다. 타임세일의 전형적인 모습을 쉽게 떠올리려면 대형마트를 연상하면 된다. 폐점시간이 가까워진 늦은 저녁 무렵 대형마트를 방문했을 때 할인된 가격표가 붙은 반찬을 구입해본 경험을 가진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이 타임 마케팅의 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분分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색 업체가 등장했을 정도다. 대표적인 게 일본의 ‘10분 미용실’이다. 큐비하우스(QB House)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가게는 일본 전역에 출점해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대개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지하철 역사 안에 가게를 차린 점이 이색적이다.

이 미용실의 가장 큰 특징은 짧은 이발 시간. 10분 내외면 이발이 완료된다. 가격 역시 1000엔(1만3000원) 수준. 우리나라 이발 가격과 비슷하지만, 일본의 일반 미용실 이발 요금이 3만~4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이 가게는 경기 불황을 등에 업고 내점 고객이 크게 늘어나자 일본 전국에 체인 점포를 500개까지 늘리는 등 영업 확대에 나섰다.

10분이면 이발 끝

미국의 커브스 역시 타임마케팅을 적절히 활용한 기업으로 통하고 있다. 이 회사는 1992년 미국 텍사스에서 사업을 시작해 북미ㆍ영국ㆍ스페인ㆍ멕시코ㆍ일본을 비롯한 한국 등으로 영역을 넓힌 프랜차이즈 업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성장을 지속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룬 기업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정도다. 맥도널드가 6000개의 매장을 신설하는 데 25년이 걸렸는데, 커브스는 단 7년 만에 6000개 매장 출점을 기록했다. 비결은 바로 짧은 운동 시간. 여성 회원 전용인 커브스는 30분 동안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바쁜 우리나라에서도 타임 마케팅이 활발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타임 마케팅은 인터넷과 접목돼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여느 국가와 달리 시간 활용을 다양하게 하고 있어서다. 누구보다 이른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는 ‘얼리 버드(Early Bird)족’, 24시간 밤낮 없이 바쁜 하루를 살아내는 ‘올 데이(All Day)족’, 낮보다 밤이 되면 더욱 말똥말똥해지는 ‘올빼미족’ 등이 대표적이다. 낮과 밤의 경계가 사라져버린 소비자들에 맞춰 기업들 역시 영업시간을 파격적으로 당기거나 늦추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 들어 모바일과 SNS가 널리 퍼지면서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기 쉬워진 것도 요인이다. 이를 잘 활용한 게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모바일 쇼핑을 하는 직장인들을 겨냥한 타임 마케팅이다. 소셜커머스 업체 위메프는 출근 시간인 평일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모닝픽), 퇴근 후인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올빼미의 야夜한쇼핑), 모바일 접속자가 늘어남에 따라 해당 시간대에 특가전을 진행하고 있다.

의미없는 시간을 의미있게

배달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업체인 ‘배달의민족’ 역시 타임 마케팅을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회사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인 ‘배민프레시’는 최근 아침식사 세트 ‘굿모닝박스’를 출시했다. 바쁜 일상 탓에 아침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이들을 겨냥한 서비스다. 굿모닝박스는 배민프레시의 새벽 배송으로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 원하는 곳에서 받을 수 있다. 배민프레시가 자체 보유한 냉장 트럭으로 배송돼 음식의 신선함도 유지하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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