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기간 중 잊혀지기 쉬운 5가지 이슈

천둥이 칠 때는 종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때로는 천둥소리에 갇힌 작은 종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있다.

▲ 이상득 전 의원의 선거공판일은 8월 17일이다.
지구상 가장 큰 축제인 올림픽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다. 7월 28일부터 8월 13일까지다. 2주가 조금 넘는 기간이지만 실제 올림픽 축제는 이보다 더 길다.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사전 홍보 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한 달이 올림픽 이야기로 지나간다.

기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올림픽 특수를 잡기 위한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누군가는 벌써부터 시간표를 짜 두고 어떤 경기를 시청할지 고민 중이다. 올림픽 일정이 휴가철과 맞물리면서 영국으로 날아가려는 이들도 줄을 잇고 있다.

이처럼 올림픽은 온 나라를,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글로벌 잔치다. 하지만 잔치에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해 일상이 지장을 받으면 안 된다. 잔치는 잠깐이지만 일상은 연속이기 때문이다.

2002년 6월 서울시청광장을 붉게 물들인 한일월드컵. 많은 사람이 월드컵 열풍에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
 
다. 월드컵에 정신이 팔려 다른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같은 기간 경기도 화성에선 참극이 벌어졌다.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화성에선 ‘곡(哭)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우리는 ‘대한민국’을 흥겹게 외치고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박태환 선수가 자유형 400m 경주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한국은 다시 한번 들끓었다. 직전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는 힘을 잃었다. 이명박(MB) 정부의 민간인 사찰 논란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올림픽은 그해 8월 막을 내렸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고, 민간인 사찰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MB 측근비리 관심 가져야

2012런던올림픽은 글로벌 재정 위기 속에서 열린다. 남유럽 재정 위기 후폭풍은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더구나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까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어떤 언론은 이렇게 쓸 것이다. “올림픽이 경제를 책임지는 당국과 MB를 살렸다”고 말이다. 그래서야 되겠는가. 런던올림픽 기간 우리가 잊지 말고 짚어야 할 사안을 모아봤다.

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7월 11일 구속 수감됐다. 17대 대선이 있던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저축은행(솔로몬•미래)과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다.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다.

핵심은 이 전 의원이 각 금융회사로부터 3억원씩 건네받았다는 것이다. 2010년 신한은행 경영진의 횡령•배임사건 수사에서 용처가 밝혀지지 않았던 비자금 3억원이 이 전 의원 쪽에 흘러들어갔다는 증언도 있었다. 이중 일부 혹은 상당액은 MB의 당선 축하금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구속 수감하면서 2007년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MB 정부의 도덕성을 뿌리 채 흔들 만한 사안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정치외교학)는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정권 심판론은 묻히고, 이상득 전 의원 얘기는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야권이 “정부는 지금 올림픽만 바라보고 있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이유다. 이상득 전 의원의 선고 공판일은 8월 17일이다.

여수세계박람회(여수엑스포)가 8월 12일 폐막한다. 여수엑스포 조직위원회는 ‘글로벌 엑스포’를 장담했지
 
만 결과는 따져봐야 한다. 여수엑스포에는 약 2조1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여수 인근 도로정비와 다리 건설(이순신 대교)에 투입된 세금 4조원은 별도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여수엑스포를 준비한 4년 6개월 동안 예산 12조원을 투입했다.

여수엑스포 조직위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된 만큼 경제적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했다. “12조2000억원의 생산 유발, 5조7000억원 이상의 부가가치와 7만8000여개 일자리 창출!” 1988년 서울올림픽의 2배, 2002년 한일월드컵과 맞먹는 경제 효과다. 예상 관람객은 총 1000만명가량이다.

이런 전망은 빗나가고 있다. 폐막까진 3주가량 남았지만 7월 18일 현재 누적 관람객 수는 400만명. 전망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 3월 30일부터 6월 10일까지 열렸던 고성공룡엑스포가 112억원을 투자해 17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한 것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성적표다.

3만3000원이던 여수엑스포의 입장권 가격은 현재 3000~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만하면 ‘땡처리’ 수준이
 
다. 강동석 여수엑스포 조직위원장은 6월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했다. ‘세계적 바다 행사’라고 홍보된 여수엑스포는 잘못된 수요 예측, 경제 효과 부풀리기, 예산 낭비, 주먹구구 행정이 자행된 행사로 기억될지 모른다.

정부 사업이나 정책에 의해 개인의 권익이 훼손당하는 이슈도 올림픽 기간 중 놓쳐선 안 된다.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가와 제주 강정마을이 대표적이다.

양평 두물머리 유기농지는 현재 강제 철거될 위기에 놓였다. 올 6월 말 경기도가 양평 두물머리 지역 4대강 사업권을 국토해양부 산하 서울지방국토관리청으로 넘기면서다. 국토부는 행정대집행을 통해 비닐하우스 등을 강제 철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양평 두물머리는 정부의 4대강 사업 반대 소송 중 유일하게 승소했던 지역이다. 두 차례에 걸쳐 하천점용허가취소처분 취소소송을 냈고, 법원은 2011년 2월 1심에서 농민의 손을 들어줬다. 2011년 11월 2심에선 양평군이 승소했다. 현재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대법원 판결 때까지 4대강 사업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실시 예정일은 8월 6일이다. 행정대집행이 시행되면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주도 강정마을의 상황도 신경 써야 한다. 현재 강정마을의 제주해군기지 반대는 물리적 시위가 아닌 행정전(戰) 양상을 띠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립 자체를 무효화시키기 위해서다.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2007년 입지 선정 당시부터 주민 의견 수렴과 동의, 환경영향평가 등 반드시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 6월 28일부터 시작된 ‘강정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촛불 이어켜기’는 런던올림픽 개막일 전날인 7월 27일 끝난다. 올림픽 기간엔 주목을 끌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관전 포인트

런던올림픽 기간 반드시 챙겨야 할 법안도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이다. 정부는 올 8월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해양부는 7월 18일 ‘5•10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 후속 조치로 분양가상한제 원칙적 폐지, 주택 전매제한제 탄력적 운용,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부과 중지, 재건축 용적률 인센티브제 확대 등 4개의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은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추진하다 무산된 것으로 2년 넘게 계류 중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1월 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하고 집값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재개발•재건축의 사업성은 높아지지만 아파트값에 거품이 생길 우려가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부동산감시팀장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을 억지로 높여주는 격”이라면서 “분양가 규제 제도를 다시 도입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국토부는 업계 이익에 치우쳐 필요한 규제를 너무 쉽게 풀어주려 한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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