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려 총수를 사면?

▲ 무절제한 기업인 사면은 실리도 없고,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을 망치는 일이다.[사진=뉴시스]
모 그룹 직원들은 회장을 ‘양아치’라고 부른다. ‘양아치’란 무슨 뜻인가. 거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않고, 자신과 가족의 부富를 늘리는 일이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비자금 조성과 횡령 배임 혐의로 교도소까지 다녀온 그가 지금은 달라졌을까? 오히려 더 심하면 심했지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는 게 직원들 얘기다.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아가며 등기임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연봉공개를 하지 않는다. 해외법인에서도 은밀하게 연봉과 배당금을 챙기니 도대체 얼마를 받는지 알 수 없다. 직원 급여는 비슷한 규모의 국내기업에 비해 거의 꼴찌 수준이다.

해외에 가공회사를 수없이 만들어 놓고, 비밀리에 지분 거래를 반복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직원들은 궁금해한다. 여성과 관련된 추문도 끊이지 않는다. 가족을 버젓이 직원으로 등록시켜 놓고 월급과 장학금을 주는가 하면, 온 가족이 호화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경비는 모두 수행하는 회사 직원이 공금으로 처리한다. 심지어는 가족들 휴대전화 수리까지 회사 직원이 해야 할 지경이니 어쩌면 이 기업은 ‘가족의 놀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수는 과거 재판에서 선처해주면 사회공헌을 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해놓고 아직 한푼도 내지 않고 여론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8ㆍ15 특별사면 방침을 밝힌 이후 정치권이 쇄도하는 ‘특사민원’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 비서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2013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면로비를 위한 거대한 지하시장이 있다”며 “사면 주선을 대가로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도 거액의 금품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서민을 위한 생계형 사면은 최대한 큰 폭으로 하되, 기업인 사면은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무절제한 사면은 명분도 없고, 실리도 없고, 길게는 대한민국을 망치는 일이다. 창업자의 넘치는 카리스마가 이끄는 재벌은 당시 박정희 대통령과 손발이 척척 맞아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어 냈다. 이제 그들의 2ㆍ3세가 한국재벌을 이끈다. 이들에게 그만한 리더십과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신념이 있는가를 의심해봐야 한다.

정치는 아직 갈길이 멀지만, 과거에 비해 투명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기업 비리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주인의 눈이 어두워지면 쥐들이 집 세간을 차지한다. 아무리 부정부패가 심해도 내부고발자가 아니면 바깥에서 알 도리가 없다.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에게는 넥슨과 한진그룹이 있고, 홍만표 변호사에게는 네이처리퍼블릭과 수많은 기업의 비리가 자리 잡고 있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기업인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은 선진국에서 들으면 코웃음칠 일이다. 기업은 조직으로 움직인다. 재벌 총수는 언제 어디서든지 경영에 관해 결단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운동장에서 반칙한 선수에게는 그만한 페널티를 부여해야 경제가 올바로 선다.

기왕에 사면 혜택을 받은 기업인들이 경영복귀한 후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재판정에서 국가사회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굳은 다짐은 출옥 이후에는 헌신짝 취급받기 십상이다. 검찰ㆍ국세청ㆍ공정위 같은 힘센 ‘슈퍼 갑’ 출신 공직자들을 방패막이로 중용하고 있는 것만 달라졌다면 달라졌을 뿐 진지한 반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 오히려 탈법과 횡령이 더욱 교묘하고 치밀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엔론은 분식회계 혐의로 경영자들이 엄벌에 처해졌다. 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은 징역 24년형으로 선고받았고, 분식회계를 묵인했던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처벌을 받고 문을 닫았다. 한국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 그것도 너무 가혹해서 기업경영을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기업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법 탈법행위를 일삼는 일부 재벌 총수들을 방치하면 어린 아이에게 위험한 무기를 손에 쥐어주는 것보다 위험하다. 아이를 사랑하면 매를 들어야 한다. 기업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달라지고, 나라가 변하고, 한국의 미래가 바뀐다.  
윤영걸 더스쿠프 부회장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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