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갤러리 | 김재각 조각가

요즘 혼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김재각 조각가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통해 지리산 기슭에 홀로 머물면서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산을 접했다. 먹을 통해 자유롭게 이뤄지는 많은 스케치는 화선지를 벗어나 철망으로 이어지고, 먹물이 스며든 화선지의 색채는 겹겹이 쌓인 철망을 통해 명암과 선이 됐다. 그래서인지 산수화를 보듯 그의 작품은 철재로 이뤄졌지만 차갑기보다는 따스하고 부드럽다.

“내가 느끼는 나의 모습과 타인이 인식하는 나의 모습은 때로는 심하게 다른 모습으로 마주하고 있지만 서로 교감하며 공존한다. 그리고 그 마주함과 교감은 경계가 모호하다.” <작가노트>

작가는 구상작가이지만 작품의 형태는 추상조각처럼 느껴진다. 산으로 암시되는 구상조각은 확산과 응축의 반복을 통해 긴장감을 더해주며 음악적 리듬감도 준다. 철망을 이용한 형상은 망의 빈 공간이 주는 야릇한 실루엣 효과로 공간에 대한 착시를 선사한다. 촘촘한 철망과 철망을 이어주기 위해서는 전기를 통한 순간적인 아크 용접(arc welding)이 필요하다. 여기서 발생한 열은 색의 변화를 주며 천연의 색감을 지니는 동시에 묘한 색채를 띤다. 이런 변화는 의도된 명암의 효과를 얻어내기도 한다.

‘Multiple Illusion·Mountain’을 근거리에서 보면 작품 안팎의 공간을 동시에 감지할 수 있다. 착각과 착시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의 재료적 효과를 통한 의도된 시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원거리에서 바라보면 서서히 드러내며 형상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HIDE’란 작품은 이와 반대로 근거리에서 본 모습을 드러낸다. 원거리에서 보면 커다란 나무의 형태이지만 근거리에서 보면 바닥의 거울을 통해 반사된 기하학적인 원형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원·근경의 시점 변화로 일구어낸 착시적 작품들이다. 작가는 조각이 가지는 고정적 사고보다는 상대적 변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조각에서 재료는 회화의 물감과 비슷한 것으로 이를 통해 색채감을 감지한다. 조각이 주는 재질이나 매스는 조형적 형태미뿐만 아니라 창의적 작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작가는 재료를 통해 새로움에 도전하고 있는 거다.
김상일 바움아트갤러리 대표 webmaster@thescoop.co.kr | 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