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는 신뢰할 만큼 정확한가

 

▲ 정부는 매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지만 단 한번도 실제 수치에 근접한 적이 없다.[사진=뉴시스]

국내총생산(GDP)은 한 나라의 경제규모와 국민 소득수준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가늠자다. 이 때문에 정부 경제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GDP가 누구나 신뢰할 만큼 정확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 GDP 수치는 오류가 많다. 옛날 집계방식을 고수하는 탓이 크다.

“GDP 신뢰성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지난 5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한 말이다. 이 총재는 “GDP 통계가 가진 한계점들은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더 확대될 것”이라면서 “한국은행은 앞으로 GDP 통계의 한계점을 보완하고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DP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인데, 사실 새삼스럽지는 않다. 김중수 전 한은총재도 ‘GDP 갭’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실제 GDP’와 ‘잠재 GDP’ 간에 간극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국회예산정책처도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생산지표로서의 GDP는 과거 제조업 중심의 경제규모를 파악하는 데 적합했지만, 서비스업 비중이 큰 오늘날의 경제활동 추계에서는 다양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GDP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주장이다.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소장은 “최근 기업 투명성이 많이 개선됐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기업의 탈세로 인해 누락된 자료가 많아 생산 관련 통계자료와 통계표본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면서 “선진국에서는 연쇄가격 방식(전년도 기준 추정방식)에 의해 실질GDP성장률과 디플레이터를 추정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여전히 불변가격(2000년도 기준 추정방식) 방식을 쓰고 있어 비교시점이 기준 연도에서 멀어질수록 실질GDP성장률이 과대평가되고 디플레이터는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GDP의 한계를 실감할 수 있는 사례는 많다.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늘 달라서다. 일례로 우리나라 1인당 GDP(2016년 4월 기준)는 2만5990달러(약 2948만원)로 세계 28위다. 하지만 참여연대가 국세청 납세 자료를 토대로 만든 통계(2014년 기준)에 따르면 임금노동자 연봉의 중간값은 1976만원에 불과하다.

더구나 GDP 성장률 전망치는 내놓는 기관마다 다르다. 올해의 경우 GDP 전망치를 기획재정부는 3.1%, 한국은행은 3.2%로 제시했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을 비롯해 민간 싱크탱크들은 모두 2% 후반대로 전망했다. 그러니 제대로 된 경제정책이 나올 리 없다. 김익성 동덕여대(EU통상) 교수는 “정부와 모든 기관들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면서 “예상을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펴겠는가”라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