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전 지니계수의 불편한 진실

 

▲ 세전 지니계수는 서민이 체감하는 소득불평등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한국의 소득불평등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근거로 종종 드는 기준이 ‘세전稅前 지니계수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세전 지니계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양극화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

소득불균형 상태를 확인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하는 지수는 ‘지니계수’다. 이는 소득 분포와 인구의 상관관계를 말한다. 지니계수의 결과는 숫자 ‘0~1’에서 나타난다. 0은 모든 사람의 소득이 같은 상태, 1은 한 사람이 소득을 독식한 상태다. 부유층의 소득 점유율이 높을수록 숫자가 커지고, 불평등이 심하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세전稅前 지니계수는 평균 0.476(이하 2013년 기준)이다. 영국과 미국은 각각 0.527, 0.513으로 가장 높은 편에 속하고, 핀란드(0.495)와 덴마크(0.442)도 상위권이다. 한국은 0.336밖에 되지 않는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의 소득 비중은 OECD 국가 중 제법 균등하게 분포한 경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도 이를 근거로 한국의 양극화 문제는 과장됐다는 논리를 편다. 아울러 법인세나 소득세 인상도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속을 뜯어보면 실상은 전혀 다르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양극화는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의 주요 근거는 OECD의 세전지니계수다. 하지만 세후稅後 지니계수와 소득재분배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OECD 자료에 따르면 핀란드의 세전 지니계수는 0.495지만, 세후 지니계수는 0.262에 불과하다. 그만큼 세금을 많이 뗀다는 얘기다.

덕분에 핀란드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47.0%로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하다. 대표적인 복지국가 덴마크의 세전·세후지니계수도 0.442, 0.254로 차이가 크다. 소득재분배율은 42.5%로 상위권이다. 앞선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소득불평등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영국과 미국도 각각 32.0%, 22.8%의 소득재분배율을 보였다.

한국은 정반대다. 세전·세후지니계수 모두 0.336·0.302로 OECD 평균(0.476· 0.314)보다 낮지만, 소득재분배 효과는 10.1%에 불과하다. OECD 평균 소득재분배율(34.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소득재분배율이 높은 핀란드(47.0%)와는 36.9%포인트, 상대적으로 소득재분배율이 낮은 미국(22.8%)과도 12.7%포인트 차이가 난다. 국내 조세제도와 재정지출이 양극화 해소에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다.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간사는   “정부는 세전 지니계수를 홍보할 게 아니라 세후 지니계수와 소득재분배율을  면밀히 분석해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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