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 20대 국호에서 법인세율 인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쪽에선 ‘법인세가 너무 낮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선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추세’라고 맞받아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법인세 논쟁’이 격화됐으니, 양쪽은 벌써 8년째 갑론을박 중인 셈이다. 그렇다면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답은 간단하다. 법인세 실효세율을 보면 된다.

법인세 인상 논란에 또다시 불이 붙었다. 20대 국회의 시작과 함께 야당이 법인세 인상법안을 발의하면서다. 신호탄은 김동철(국민의당) 의원이 쐈다. 김 의원은 지난 6월 2일 과세표준 기준금액 200억원 초과 법인의 법인세를 2009년 이전 세율인 25.0%로 인상하는 법안을 발의 했다.

윤호중ㆍ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과세표준 500억원 초과 구간을 새롭게 만들어 25.0%의 법인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고용을 촉진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2년 내린 법인세가 되레 기업의 배만 불린 게 아니냐는 자성自省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전년 1분기 710조3000억원 대비 6.09%(4조3000억원)늘어난 753조6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뜨겁다.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면 투자와 고용이 줄 것이라고 반박한다. 대부분의 국가는 법인세를 유지하거나 인하하는데, 우리나라만 ‘역행’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늘어놓는다.

누가 진실의 혀를 깨물고 있는 걸까.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22.0%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평균 법인세율 23.4%에 비해 낮다. 미국(34.0%), 프랑스(34.0%), 일본(23.4%) 등 주요 선진국보다도 낮다. 여기에 각종 비과세ㆍ감면제도를 적용하면 법인세는 더욱 하락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2년 세법개정 효과까지 반영된 2013년 법인세의 실효세율은 중소기업 12.5%, 중견기업 16.5%, 대기업 17.3%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6 경제ㆍ재정수첩’을 통해 이보다 더 낮은 14. 2%(2014년 법인세 실효세율)로 분석했다. 명목 법인세인 22.0%에 비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내는 실효세율은 크게 낮다는 것이다. 국세청의 법인세 공제ㆍ감면 사항은 25개로 중소ㆍ중견기업에 해당하는 조항을 제외해도 18개에 달한다.

김영한 성균관대(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국민에게 적용하던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했다”면서 “이런 맥락에서 재벌 대기업이 누리고 있는 비과세ㆍ감면혜택을 줄이는 게 정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세계 각국의 투자가 이어지는 건 법인세가 낮기 때문이 아니다”면서 “기업이 투자를 안 하는 진짜 이유를 찾지 않고 법인세 탓만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