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통계의 거짓말

 

▲ 우리 주변에는 특수고용직이 넘치지만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사진=뉴시스]

분명히 사장의 지시를 받고 일을 했는데,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근로자가 있다. 바로 택배 배달원, AS기사 등 특수고용직 종사자다. 이들의 법적 지위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4대 보험은 물론 기본적 노동권도 보장 받지 못한다. 문제는 ‘유령’으로 불리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정부의 통계치보다 훨씬 많은 230만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택배•퀵 배달원, AS기사, 보험설계사, 화물차 운전원, 학습지 교사, 검침원, IT 프로그래머, 방송작가, 골프장 캐디…. 이들을 뜻하는 법적 용어는 특수형태노동자(특수고용직)다. ‘개인사업자(자영업자)’로 분류되지만 임금노동자에 가깝다. 발주자로부터 업무 지시를 받고, 그 지시를 완수하면 대가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특수고용직에 해당하는 직종만 50개가 넘는다.

이상한 건 어떤 고용 통계를 샅샅이 훑어봐도 그 존재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규모가 정확하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고용형태별 부가조사(경활조사)’ 자료를 토대로 밝힌 올해 3월 기준 특수고용직 종사자는 50만2000명으로,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노동계의 분석은 다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안전보건공단의 ‘근로환경조사(2014년)’와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2014년)’를 토대로 조사해 지난 1월 발표한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추정치는 최소 230만명이다. 이에 따르면 전체 임금노동자 중 특수고용직은 133만6591명, 주요 직종의 자영업자 가운데에선 84만4581명이었다. 둘을 합산하면 229만6775명으로, 2014년 기준 전체 취업자 2568만4174명의 8.9%에 달한다.

추세 역시 통계청 자료와 달리 증가세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말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가입대상수는 2013년 말보다 20% 늘었다. 실제로도 이 기간 골프장 캐디는 1만6000명에서 2013년 2만4150명으로, 보험설계사는 5만3127명에서 33만4444명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특수고용직 종사자들이 법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거다. 최근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논의되고 있는 직종은 6~8개에 불과하다. 노동자가 아니어서 4대 보험은 물론 기본적인 노동권까지 보장받지 못한다. 게다가 이들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자영업 통계에도 거품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팀장은 “어디까지를 특수고용직으로 볼 건지, 특수고용직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인정할 건지에 따라서 노동정책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면서 “따라서 현재 특수고용직은 통계에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고 지적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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