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멘토링(46) 리뷰

▲ 멘토들은 대부분 기존의 길을 따라 가지 말라고 청년들에게 조언했다.[사진=뉴시스]
청춘 멘토링 시리즈를 마칩니다. 그 새 ‘수저계급론’이 회자됐고 ‘헬조선’이 유행어가 됐습니다.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은 “수저계급론이니 헬조선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나온 인식”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송혜자 우암 회장은 “수저계급론 논란은 우리 사회와 언론이 현실 세계의 어려움을 과장한 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요? ‘지옥 같은 한국 사회’에서 정말 “민중은 개ㆍ돼지”일까요?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은 “역설적이지만 우리나라만큼 젊은이가 행복한 나라는 없다”고 말합니다. 동의하기 어렵죠? 선뜻 수긍하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의 말을 더 들어 보죠. “우리나라는 부모가 다 해주잖아요? 객관적으로도 그래요. 세계적으로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인구가 30%가 넘습니다. 흔히 우리 사회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지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균형감각을 지니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계층 이동성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뿐더러 한국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라고 봅니다. 그리고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그런 사회를 유지할 책임이 이제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말대로 먼저 “이 일그러진 세상, 기울어진 운동장에 분노해야 합니다.” “여러분 세대를 억누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세요. 그러면 세상이 바뀝니다. 그럴 때만 세상이 변합니다.”

“위대해진다는 건 오해를 받는 것이다.” 미국의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의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세상의 오해를 받은 사람 중엔 큰 일을 해낸 사람이 많습니다. 권수영 연세대 교수 말대로 정의롭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환영이 아니라 오히려 핍박을 받아야, 그래야 위대한 사람이죠. 때로는 미움 받을 용기, 거부당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자기 확신입니다. 때로는 자신을 믿고 오해받을 각오를 다지세요.

송혜자 회장은 이 시대의 청춘이 n포 세대가 된 건 무엇보다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억울한가요? 그는 “포기하지 않으려면 무엇이든 직접 결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행은 바로 자신감에서 나와요.” 다수의 청춘이 결정장애를 겪는다는 인식과 통하는 진단입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박사는 “50대의 문화적 감성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야 청년의 살 길이 열린다”고 말합니다. 그 예로 그는 직업 선택에 대한 조언을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직업을 고를 때 부모 말을 듣지 말라는 겁니다.

여러 멘토에게 진로와 관련한 조언을 구했습니다(이들 중 여럿이 50대이기는 합니다). 도식적으로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사람들이 선망하는 일, 안정적인 일 중 어느 것을 해보라고 권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디자인 구루’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일을 잘할 수 있고, 잘해야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고 선망의 대상도 될 수 있다는 거죠.
결국 직업적으로도 안정이 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일석삼조인 셈입니다.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일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으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바로 평생 잘하는 일을 하는 비결입니다. 일을 잘해 사람들에게서 인정 받고 상응하는 보상도 받고 싶다면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세요.”

포기하지 말고 결행하라

이원복 덕성여대 총장도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권했습니다. 잘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탁월하게 잘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썩 잘해도 더 잘하는 사람에게 추월당할 수 있죠. 반면 좋아하는 일은 남에게 추월당해도 상관없어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좋아하는 일은 오래 하다 보면 베테랑이 되고, 선수가 돼요. 그 분야 톱이 될 수도 있고요.”

30대인 임건순 작가와 김무영 작가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로 변주했습니다. 임 작가는 여기에 ‘남들은 그 일을 싫어할 것’이라는 조건을 추가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남들도 좋아할 가능성이 큽니다. 나는 좋아하고 남들은 싫어하는 분야를 찾아내면 블루오션에 무혈입성할 수 있습니다.”  막상 그런 분야를 찾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 시사점은 음미해 볼 만합니다.

정민 한양대 인문대학장은 충족감이 큰 일을 하라고 권했습니다. 설사 삶이 황폐해지더라도 스스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죠. 반면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은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선택하라”고 권했습니다.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면 고통스럽습니다.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도 골프 선수가 되려면 힘든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그 과정을 통과해야 직업적으로 성장하고 성취의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을 통과하려면 그 일을 잘해야 합니다.” 젊어서 삽질(헛된 일을 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을 많이 하고 실패도 해봐야 한다는 30대의 김수영 작가도 “좋아하는 것도 직업이 되면 괴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국회 미래일자리특별위원회에 속해 있는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춘들이 대학 브랜드에 연연하는 건 출신대학의 결정력이 높았던 시절 대학을 다닌 부모들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건 나의 미래를 내가 아니라 이 사회가 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겁니다.”

부모에게서 독립하라

한비야 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교장은 “엄마의 꿈, 선생님이 심어 준 꿈에 ‘현혹’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건 내 꿈이 아니라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적 꿈일 뿐이에요. 뷔페 식당에 갔으면 샐러드부터 후식까지 자기가 먹을 음식을 스스로 선택해야죠. 자기가 음식을 직접 골라서 내 접시에 담아야죠. 인생이라는 평생 뷔페에 차려진 음식을 부모가 고르게 할 거예요? 고기가 가장 비싸니 고기 앞에 줄 서라고 하면 설 거예요? 엄마가 담아다 줄 테니 넌 자리에 앉아 있어 하면 포크 들고 기다릴 건가요?”
김수영 작가는 “대부분의 부모는 이상적인 존재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습니다. 교육 기업인 휴넷의 조영탁 사장도 “학벌의 인생 결정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거보다 평생 학습하겠다는 자세와 노력이 중요합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그는 금호그룹에 다니면서 서울대 경영대학원 MBA 취득과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을 동시에 해냈습니다.

부모 의존증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김영세 회장은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구실로 부모에게 기대지 말라”고 말합니다. 캥거루족으로 살지 말라는 거죠. “무슨 일이든 해서 자립은 해야죠. 좋아하는 일을 꼭 찾아내 그 길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말라는 겁니다.”

송혜자 회장은 “목표지향적인 원대한 꿈만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적으로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는 게 꿈이라면 이참에 눈높이를 낮춰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꿈에 낀 일종의 거품을 빼 보라는 거에요. 꿈의 다운그레이드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그럼 시야에 들어오는 게 더 많아질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전보다 작아진 꿈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꿈이 이뤄져 있을지도 몰라요. 백수로 있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 어떤 시도든 해 보라는 겁니다.” 김수영 작가는 인생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모든 꿈을 장래 직업과 연결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직업적 꿈만 꿈이 아니라는 거예요. 반드시 꿈을 펼쳐서 먹고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세계에서 넘버원이 돼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별로 없고 모 아니면 도 식 접근을 하는 거예요. 제가 많은 꿈을 이룬 건 즐거운 아마추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인도에서 볼리우드(연간 1000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하는 인도의 봄베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고, 지난해엔 자신이 가사를 쓴 노래를 만들어 취입도 했습니다.

조정민 목사는 “환경이 갖춰져야만 꿈을 꿀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꿈이 강렬하면 꿈이 이뤄지는 환경을 그 꿈이 스스로 조성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다 밥을 굶어도, 이거 하다 내가 죽어도 상관없다는 자세가 되면 상황이 풀려요. 목표가 확고하면 같은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반응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생의 목표가 낮고 낮은 가치를 추구하다 보면 인생 전체가 낮은 수준에 머뭅니다. 높은 가치를 추구해야 그런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얻죠. 가치 지향적으로 살아야 새로운 가치도 창출할 수 있어요.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조차 좌절하는 건 나의 선택입니다.”

주는 게 많아야 성공한 인생

그는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지낸 언론인 출신입니다. 마흔일곱에 기독교에 귀의해 쉰셋의 나이에 목회자의 길을 걸으려 신학교에 들어갔죠. 많은 청춘들이 행복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 같습니다. 시인협회장을 지낸 신달자 시인은 “행복의 기준은 모호하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정답이 없다는 거죠.

“저마다 행복을 재는 자기 잣대가 있을 뿐이죠. 우리나라는 유복한 가정에서 좋은 머리로 태어나 좋은 학교 나오고 좋은 직장 다니다 좋은 배우자를 만나면 대체로 행복하다고 하죠. 그런데 이런 ‘금수저’는 막상 별로 없어요. 사실 이들은 행복하다기보다 굉장한 행운아인 거죠. 행복과 행운은 달라요. 돈은 불행을 예방하고 불안을 완화해 주는 효과가 있지만 행복의 조건은 아닙니다.”

조영탁 사장은 “성공의 척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받는 것보다 주는 게 많아야, 그래야 성공한 인생입니다. 나로 인해 세상이 더 살 만해진다면, 단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느낀다면 그럼 성공한 거예요. 돈 많이 벌고 이름을 날리는 게 성공이 아니라. 재산, 명예, 권력은 세상에서 받는 거예요. 받기만 하다 가면 내가 세상에 주는 게 아니라 세상이 나에게 주기만 한 거죠.”

유진룡 전 문화부 장관은 성공하고 싶으면 신뢰를 쌓으라고 했습니다. “성공에 대한 야망이 있다면 더욱이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나아가 먼저 사람들에게 신뢰를 보내야 합니다. 일례로 회사의 CEO라면 구성원들이 정직하다고 믿어야 합니다.”  

한비야 교장은 “공감 능력을 키워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의 시민으로 성장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진정한 글로벌 리더도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구체적으로 “취업에 도움 되는 인턴만 할 게 아니라 시민정신을 기르는 사회 인턴을 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원동연 국제교육문화교류기구 이사장은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리더는 ‘흙수저’ 가운데서 나온다”고 합니다.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쁜 상황을 타개하는 건 여러분 어깨에 지워진 책임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건 여러분 세대의 특권이기도 합니다. 위기의 시대 불안감이 큰 건 그게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조정민 목사)
이필재 더스쿠프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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