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언제 대형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콜밴의 노후화가 심각하다.[사진=뉴시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정부는 ‘콜밴’을 활성화했다. 큰 짐을 싣고 이동하는 여행객을 위해 새로운 교통수단을 마련해 준 것이다. 하지만 14년이 흐른 지금 콜밴의 수는 4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 노후화도 심각해 언제 대형사고가 터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이 콜밴을 달리는 시한폭탄으로 만들었을까.

‘콜밴’, 공항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밴(VANㆍ화물칸이 달려 있는 차량) 형태의 화물형 택시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콜밴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여럿이 함께 탈 수 있는 데다 적지 않은 짐을 한번에 옮길 수 있어 원룸이나 고시원에서 이사할 때 굳이 화물차를 부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콜밴이 안고 있는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2011년 11월 국토교통부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한 이후 콜밴은 방향키를 잃어버렸다.

콜밴 숨통 틀어막은 운수사업법

문제가 되는 개정안의 조항은 ‘물품 적재공간의 바닥 면적이 승차공간의 바닥 면적보다 넓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이 문제인 이유는 간단하다. 신규 등록된 6인승 밴의 경우, 차량의 가장 앞줄만 승객이 탑승할 수 있고, 나머지 2열과 3열은 적재공간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등록된 6인승 밴까지는 운행을 하게 해줬는데, 이 때문에 차량의 노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콜밴이 첫선을 보인 2000~2001년 콜밴의 등록 대수는 1만5000대가량이었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 이후 현재는 3700여대만 남아 있다. 더구나 현재 운행되는 콜밴은 2001년식으로 평균 주행거리가 100만㎞에 달한다. 언제든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만큼 상황이 열악하다는 거다. 실제로 콜밴을 타면 노후한 엔진소리가 가장 먼저 들려온다. 콜밴이 달리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이유다.

최근 일반 택시에 다량의 짐을 싣는다거나 불법 택시, 불법 렌트를 하는 등의 문제가 점차 늘고 있다. 하지만 합법적인데다 가격도 저렴한 콜밴은 노후차량 탓인지 이용자가 줄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의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 무엇보다 출구를 만들어야 한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하거나 한시적인 대차를 허용하는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튜닝활성화 측면에서 신차의 구조변경을 허용해주는 방법도 좋다. 콜밴 업계에서는 3열까지 승객을 태우는 불법 운행에 대해선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적용해도 좋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2열까지만 승객을 태우는 것을 허용해도 출구는 충분히 열리는 셈인 것이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정부의 필요에 의해서 만든 콜밴인 만큼 해결책도 정부가 제시해야 함은 분명하다.

100만㎞를 운행했으면 벌써 폐차를 10번하고도 남았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최근 미세먼지 문제로 노후한 디젤차를 줄이는 상황에서 100만㎞를 달린 디젤차 3700여대가 버젓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는 건 정부의 정책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LPG택시처럼 최근 개발된 LPG직접분사방식의 레저용차량(RV)으로 대체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더이상 정부 기관이 책임을 떠넘기며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 책임감 있는 모습 보여야

늙은 콜밴이 달리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운전자인가, 이를 방조한 국가인가, 아니면 법적 개정을 통해 대차를 제한한 주무부처의 책임인가. 콜밴 운전기사 대부분은 평균 나이 50대 후반으로 정년퇴직 후 제2의 직업으로 콜밴기사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정부는 더이상 힘없고 약한 콜밴 운전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다. 콜밴 대형사고는 당장 내일이라도 발생할 수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법조항은 때론 무기와 다를 바 없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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