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공동기획

 

▲ 왜곡된 창업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부 시책이 시급하다.[사진=지정훈 기자]

최근 강원도 속초로 향하는 고속버스가 매진되는 일이 잦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도 많은 사람이 속초행行을 택했다. 업계는 정식 서비스 대상국도 아닌 우리나라 이용자가 벌써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게임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이 페이스북을 뛰어넘기도 했다.

흥미로운 건 이 글로벌 신드롬의 개발사가 대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이라는 점. 개발사인 나이앤틱랩스(Niantic Labs)는 구글 사내벤처로 출발해 2010년 분사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그럼에도 이 게임의 플랫폼은 세계 각국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제2의 포켓몬 고’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면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자성自省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일찍이 창업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준비를 분주히 했는데, 왜 이런 파괴적인 혁신 서비스를 갖춘 스타트업은 나오지 않느냐는 거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ㆍ중소기업청 등 정부 부처, 각 지방자치단체, 각종 유관기관은 ‘창업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막대한 예산과 지원책을 쏟아 부었다. 전국 곳곳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18개의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컨트롤타워도 만들어졌다.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까지 나서 “우리나라를 ‘창업의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스스로 무엇이든 배우고, 창업에 도전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하는 이들은 늘고 있다.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창업해 지난해 처음으로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개인 사업자는 65만2285명. 1년 전(56만5612명)보다 15.3%나 늘어난 수치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를 ‘창업의 천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속을 까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들이 창업한 업종은 외식업이 16만3988명으로 가장 많은 25.1%를 차지했다. 새로 창업한 4명 중 1명이 식당을 개업한 셈이다. 외식업으로 창업이 몰리는 이유는 다른 업종보다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창업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도 아니다. 거듭된 출혈경쟁으로 문을 닫는 이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지난해 폐업을 신고한 사업자는 총 81만5015명. 이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만604명으로 전체의 83.5%에 이른다.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장은 “우리나라 창업 시장은 기술형 창업보다 생계형 창업에 집중된 탓에 경기불황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라며 “왜곡된 창업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정부 시책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창업시장에 ‘실업률 급등→창업시장 호황→출혈경쟁→폐업 속출→실업률 급등’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건 오래 전 일이다.

지금 필요한 건 창업시장의 자화상自畵像을 꼬집는 게 아니라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예비창업가 1500명의 심리를 분석해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비창업가의 니즈를 먼저 꿰뚫어야 솔루션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답을 찾아야 할 때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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