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는 출사표 괜찮나

올 6월 현재 국내 자영업자는 564만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566만9000명에 비해 2만9000명 줄었지만 경제활동인구 2756만명 중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득실대는 ‘창업시장’이 포화상태라는 걸 잘 보여주는 수치다. 그럼에도 예비창업자들은 여전히 이 시장에 뛰어든다. 이유가 뭘까.

▲ 4050세대 창업자 4명 중 1명은 생계유지를 위해 창업한다고 답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창업시장은 ‘기회의 땅이면서도 죽음의 땅’으로 불린다. 출혈경쟁이 빈번한 탓에 생존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생계를 위해 창업을 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창업시장에서도 살아남기 힘들면 말 그대로 ‘비빌 언덕’을 모두 잃기 때문이다.

더스쿠프와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예비창업자 1500명 중 29.2%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창업을 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라는 응답률은 20.9%에 달했다. 절반을 넘는 예비창업자들이 결국 ‘돈’ 때문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특히 4050세대의 ‘생계유지’라는 답변 비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4050세대 응답자 3명 중 1명 이상은 ‘생계유지’와 ‘조기퇴직의 불안감’으로 창업을 생각했다. ‘생계유지를 위해 창업을 한다’고 밝힌 40대와 50대는 각각 24.1%, 25.6%에 달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창업 동기가 변했다는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 창업을 택했다’는 응답은 2014년 3.0%에서 2015년 5.8%로 크게 늘어났다. ‘조기퇴직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에 창업을 하려 한다’는 응답률도 같은 기간 8.5%에서 9.9%로 1.3%포인트 증가했다. 경기불황이 깊어지면서 생계를 위해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예비창업자들이 ‘창업하기 쉬운 업종’만 골라서 창업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신이 창업한 업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예비창업자들은 ‘창업하기 쉬울 것 같아서(22.2%)’ ‘경험과 기술이 없어도 가능할 것 같아서(21.7%)’라는 답을 쏟아냈다. ‘다른 업종보다 창업하기 쉬울 것 같아서’라는 답변은 2014년 21.2%에서 2015년 23.3%로 되레 상승했다. 이는 예비 창업자들이 별다른 준비 없이 창업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통계다.

외식업 몰리는 이유 ‘창업 쉬워서’

이에 따라 예비창업자의 선호 업종도 치킨ㆍ피자ㆍ커피 등 주로 외식 업종으로 몰리고 있었다. 도소매 업종에서도 편의점과 건강식품 창업이 관심받는 이유도 ‘경험과 기술이 없어도 가능할 것 같아서’였다. 윤인철 광주대(물류유통경영학) 교수는 “불황이 갈수록 깊어지고, 조기 퇴직 분위기가 감돌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 정도쯤이야’ ‘어떻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이 시장에 들어왔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고 꼬집었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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