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이야기「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다인종 연합세력이 부상하고 있는 미국

미국 공화당의 160년 역사상 최대 이변이 발생했다. 정치판의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서 16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거다. 자신의 유세현장에서 유색인종을 내쫓고, 여성과 소수자 비하를 밥먹듯 해대며, 돈자랑을 멈추지 않는 이 정치계의 이단아는 어떻게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했을까.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일명 ‘화난 백인 남자 노동자’로 불리는 보수층의 감정을 ‘대리 배설’해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재 미국 노동자 계급 백인 남성의 다수는 어려워진 경제상황으로 전통적 남성상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자신의 처지에 분노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화살은 지배계층이 아닌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해 있다. 트럼프는 이들의 분노를 툭툭 건드리며 지지층으로 결집시키고 있는 거다.

정치학자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미국학과 교수(부총장)는 트럼프가 황혼기에 접어든 미국 보수주의 세력의 민낯이라고 말한다. 공화당 지지자들이 겉으론 점잖은 체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수가 반反이민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거다. 이와 대척점에 있는 현상으로 ‘샌더스 열풍’을 거론한다.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버몬트) 민주당 상원의원은 힐러리(현 민주당 대선주자)와의 경선 기간 양극화된 자본주의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이민자, 소수자, 서민층으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안 교수는 트럼프와 샌더스 열풍을 미국이 중도주의·생태주의 등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한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선 과정을 정책 대결로 이해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지금 미국의 주인이 백인 보수층에서 다문화 인종 연합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거다. 저자는 흑인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의 당선과 재선이 그 징후라고 말한다.

그는 오바마 집권기를 가능케 했던 원동력과 부침의 원인을 진단하면서 미국의 주도 세력이 변하고 있음을 논증한다. 제조업과 군산복합체 등에 기반하고 있는 전통적인 주도 세력인 WASP(백인·앵글로색슨·프로테스탄트) 문명이 황혼기에 접어들고, ICT를 기수로 자유·평등의 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새천년 세대(1981년 이후 출생자들)와 다인종 연합(히스패닉·흑인·아시안 등)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지금 미국 사회에는 새천년 세대를 중심으로 진보주의적 담론과 생태 문명에 대한 관심이 보편화되고 있다. 얼마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 미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결정은 상징적인 현상이다. 오바마는 세계 공동체와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정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했고, 오바마의 뒤를 이은 힐러리는 우주로까지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안 교수는 이런 중도주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기존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의 대결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와 샌더스의 등장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저자는 미국의 주요 정치인들을 영화 속 영웅에 빗대 설명한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민주당 대선후보는 윤리와 힘(권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다크나이트의 배트맨,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는 기업국가를 추구하는 아이언맨, 양극화된 현실에 분노하는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영화 헝거게임의 캣니스 에버딘 유형으로 분류했다. 2016년 미국 국민은 어떤 영웅을 선택할까. 정치학자 안병진 교수의 해설서로 미국 대선의 관전 포인트를 즐겨보자. 

세가지 스토리

「버나드 쇼 : 지성의 연대기」
헤스케드 피어슨 지음 | 뗀데데로 펴냄

노벨상과 오스카상을 둘 다 거머쥔 유일한 인물. 영국에 노동당을 있게 한 정치사상가, 런던 정경대 공동 설립자. 이 대단한 수식어는 모두 한 사람을 가리킨다. 바로, 버나드 쇼다. 유쾌함을 잃지 않던 당대 지성 버나드 쇼의 일대기가 매우 흥미롭고 입체적으로 펼쳐진다. 오스카 와일드, 코난 도일, 로댕 등 유명인사들이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요시 셰피 지음 | 프리이코노미북스 펴냄

위기관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MIT 요시 셰피 교수가 제시하는 기업의 위기 극복 방법론이다. P&G·월마트·코카콜라·디즈니·제너럴모터스·허쉬·스타벅스 등 주요 글로벌 기업과의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도 생존과 성장을 이어가는 기업들은 무엇이 다른지 심도 있게 살펴본다. 열쇠는 회복탄력성이었다.

「레고, 상상력을 팔다」
김민주 지음 | 미래의 창 펴냄


레고 그룹의 100년사史를 돌아본 책이다. 1990년대 매각설까지 나돌았던 레고가 어떻게 제2의 전성기를 열게 됐는지 정리했다. 구성원들은 중국산 저가 장난감 공세·온라인 게임 급부상·출산율 감소 등 외부요인보다 장난감의 본질을 무시했던 내부에서 문제의 근원을 찾아냈다. 해결책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브릭으로 쌓아 올린 상상력의 세계를 재건한 10가지 전략을 살펴보자.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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