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이크쉑이 일으킨 열풍 ‘거꾸로 보기’

‘쉐이크쉑’을 들어봤는가. 서울 강남을 뒤흔든 ‘햄버거 브랜드’다. 이 햄버거를 파는 서울 강남 매장은 쏟아지는 고객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문제는 이 열풍의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한편에선 ‘소비자의 수요를 자극했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에선 ‘작은 사치욕을 부추겼다’고 깎아내린다. 대체 뭘까.

▲ 숱한 화제 속에서 론칭한 수제버거 브랜드‘쉐이크쉑’서울 강남점이 버거맛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사진=뉴시스]

# 2011년, 미국 뉴욕을 찾은 SPC그룹 허희수(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차남) 마케팅 전략실장은 낯선 햄버거 브랜드 매장을 수소문 끝에 찾아갔다. ‘프리미엄 버거’로 입소문이 솔솔 나던 햄버거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매장이 10개밖에 없는 ‘무명에 가까운’ 햄버거를 한 입 베어문 허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이 햄버거를 만든 사람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싶다.” 돌아온 답은 냉랭했다. “He is crazy!”

허 실장과 SPC그룹은 뜻을 꺾지 않았다. 5년간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프레젠테이션과 협상을 수차례 진행한 끝에 2015년 12월 그 햄버거를 독점적으로 들여오는 데성공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입방아를 쳤다. ‘햄버거 하나에 5년이나 투자하는 건 미친 짓’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햄버거, 과연 어떻게 됐을까.

# 숨막히는 뙤약볕 아래, 직장인 한종우(33)씨가 서 있다. 벌써 2시간째 기다림. 흠뻑 젖은 손수건으로 땀을 훔쳐내는 하릴없는 수고를 반복하면서도 그는 꿋꿋하다. 목표물이 코앞이라서다. 그렇게 30여분, 마침내 건물 안으로 입성한 종우씨가 말했다. “여기, 햄버거 하나랑 감자튀김 주세요.”

종우씨는 무려 2시간하고도 30분 만에 햄버거를 양손에 쥐고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어학연수생 시절,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 잔디에 앉아 친구들과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종우씨는 “제 인생에서 가장 여유롭고 평화로웠던 한때를 추억할 수 있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이 햄버거인데, 이제 한국서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작은 햄버거 하나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허 실장이 5년을 투자해 들여온 바로 그 햄버거, 이름하여 ‘쉑쉑버거(shake shake·공식명칭 쉐이크쉑)’다. 서울 강남점 론칭 첫날인 7월 22일부터 쉐이크쉑을 맛보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매출도 상당하다. 개점 닷새만에 단품 버거로만 총 1만5000개를 팔아치웠다.

7월 22일 강남점 앞에서 만난 대학생 김민지씨는 친구와 함께 2시간을 꼬박 기다려 쉐이크쉑 버거를 맛봤다. “워낙 고급 수제버거로 유명한 브랜드라서 꼭 먹어보고 싶었어요. 일단 재료에 믿음이 가고, 레스토랑 같은 매장 분위기도 좋고, 일반 패스트푸드 프리미엄 버거 단품과 가격차도 크지 않아서 버거가 당길 땐 이곳을 찾을 것 같아요.”

5일 만에 1만5000개 팔려

쉐이크쉑 열풍은 수제버거 조리기구 등 관련 상품의 판매량도 자극하고 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7월 19〜25일) 가정용 햄버거 조리기구 ‘햄버거 메이커’의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3.0% 늘었다. 양상추(874.0%)·파프리카(653.0%)·토마토(15.0%)·슬라이스 치즈(125.0%)·베이컨(98.0%)·수제햄(33.0%) 등 햄버거 재료 판매량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대체 쉐이크쉑이 뭐기에 이렇게 난리법석일까. 쉐이크쉑은 ‘파인 캐주얼 레스토랑’을 표방하는 고급 수제버거 브랜드다. 미국 뉴욕 레스토랑 사업가인 대니 마이어 회장(유니온 스퀘어 호스피탈리티 그룹)이 청년 사업가 랜디 가루티(현 쉐이크쉑 CEO)와 손잡고 2004년 미국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육즙이 흘러 넘치는 두툼한 소고기 패티와 살짝 녹아 있는 고소한 치즈, 부드러운 번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사이드 메뉴인 크링클컷 감자튀김의 맛도 일품이다.

친환경 제품을 재료로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항생제와 호르몬제를 쓰지 않는 소고기(앵거스 비프)와 유기농으로 재배한 로메인, 토마토, 양파, 오이 등을 사용한다. 조리 과정도 친절하다. ‘애프터 오더(after-order)’ 시스템이 도입돼 조리사가 고객을 주문을 받은 뒤에 버거를 만들기 시작한다. 또 매장을 오픈 키친으로 구성해 소비자가 햄버거 조리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기농 즉석 수제버거인 셈이다. 이런 장점 덕분인지 쉐이크쉑은 ‘맥도널드의 나라’ 미국에서도 입소문만으로 시장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SPC그룹이 쉐이크쉑을 들여오는 데 5년이나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쉐이크쉑이 언제까지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느냐다. 한편에선 꼬꼬면, 허니버터칩처럼 한동안 인기를 누릴 것으로 내다본다. 꼬꼬면과 허니버터칩의 론칭 전후로 나타났던 현상이 쉐이크쉑 열풍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어서다. 먼저 다른 맛 전략이다. 꼬꼬면과 허니버터칩이 보유한 가장 독보적인 가치는 기존 라면·감자칩의 카테고리에 없던 색다른 맛이 돋보였다. 언론이 조명하기 전부터 SNS와 블로그를 통해 입소문이 돈 것도 새로운 현상이었다. 출시 이후엔 품귀 현상이 여러달 이어졌다. 

▲ 쉐이크쉑 열풍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사진=뉴시스]
쉐이크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보적인 두께로 소고기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패티는 쉐이크쉑 버거의 상징과도 같다. 론칭 전부터 SNS와 다양한 형태의 후기를 통해 입소문이 나 있는 상태였다. 론칭 이후엔 또한 버거 맛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ㄷ자 줄이 매장 운영 시간 내내 유지된다. 쉐이크쉑이 꼬꼬면·허니버티칩과 같은 경로를 걷고 있다는 분석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쉐이크쉑이 한동안 누릴 인기를 방증하듯 쉐이크쉑을 들여온 SPC그룹의 삼립식품 주가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삼립식품은 SPC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다. 쉐이크쉑 강남점 론칭 전날인 7월 21일 18만2000원이었던 삼립식품 주가는 론칭일인 22일 19만4500원으로 6.9%(1만2500원)나 껑충 뛰었다. 론칭 1주일 뒤인 7월 29일에도 종가 19만2000원을 기록하며 쉐이크쉑의 높은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반짝 열풍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도 맛과 질을 자랑하는 수제 버거가 즐비한 데다 저가 공세를 펴는 프랜차이즈 버거도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오픈빨’이 사라지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거다. ‘작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김경자 가톨릭대 교수(소비자과)는 “불황과 실업난에 지친 청년들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화제가 된 고급 수제버거’를 소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사치재는 대중화되면 그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다수가 버거 맛을 본 이후엔 지금과 같은 열풍이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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