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주 6개 종목 분석해 보니…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금리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단행, 사드, 그리고 불황. 올 상반기는 국내 증시에 봄바람이 불지 않았다. 아니, 봄바람이 불려야 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지난해 대비 각각 0.67%, 5.92% 하락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독야청청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린 분야가 있다. 주가가 연초 대비 41.92%나 껑충 뛴 ‘죄악주’다.

▲ 올해 주식시장에서 담배, 도박, 성 등과 관련된 '죄악주(Sinful stock)'의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은 성장이 멈춘 지 오래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이어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리스크까지 터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금리인상, 일본 금융정책위원회의 추가부양책, 미국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 증시에 봄바람이 불려야 불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물경제 역시 바닥을 기고 있다. 한국은행은 7월 14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0.1%포인트 낮췄다. 지난 4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8%로 낮춘 뒤 3개월 만에 다시 낮춘 것이다. 물가 전망치도 0.1%포인트 내린 1.1%로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독야청청 잘나가는 것이 있다. 바로 ‘죄악주(Sin Stocks)’다. 이는 기업이 속한 업종, 영업 방식, 생산품 혹은 서비스가 사회통념상 인간의 신체와 정신에 해악을 끼칠 수 있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산업 분야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박, 술, 담배, 군수, 사금융 산업’에 속한 기업과 그 주식이 죄악주로 분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죄악주는 담배제조기업 KT&G다. 올해 초 10만원이던 주가는 최근 13만원을 넘보고 있다. 7월 27일 기준 시가총액은 코스피 15위다. 정부가 담배 소비 억제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해 1월 담뱃값을 2000원씩 올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올해 1월 4일 기준으로 주당 3255원에 거래되던 콘돔 제조업체 유니더스의 주식은 7월 27일 기준 9870원에 거래되고 있다. 6개월 만에 세배나 넘게 뛴 셈이다. 카지노 업종의 대표주자인 강원랜드도 우상향 흐름이다. 올해 1월 7일 3만6900원까지 떨어졌던 강원랜드의 주가는 5월 일 연중 최고치인 4만46000원을 기록하더니 여전히 4만원대 주가를 유지 중이다.

KT&G 승승장구의 비밀

게임주의 대표 회사인 엔씨소프트의 주식은 지난 6월 17일 연중 최저가인 21만3000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상승세를 타며 7월 27일 26만4000원까지 올랐다. 연초 6000원 수준이던 한빛소프트의 주가는 7월 27일 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플레이위드와 와이디온라인의 주가 역시 각각 연초보다 배 가까이 올랐다.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있는 넷마블은 올해 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이들의 주가가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불황 탓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사람들이 술이나 담배를 찾게 되고, 일확천금을 꿈꾸는 경우도 많아져서다. 실제로 KT&G는 올해 2분기 높은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2분기 매출이 1조8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늘었다. 내실은 더 좋아졌다. 영업이익은 3538억원으로 14.5% 증가했다.

정선카지노를 운영 중인 강원랜드의 매출 역시 3년 연속 상한가다. 올해 1분기 매출은 43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가 늘었고, 영업이익은 1778억원으로 5.0% 증가했다. 입장객 수도 2015년 1분기 79만1000명에서 2016년 1분기 80만9000명으로 2.2%나 증가했다. 이 상태로라면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 

카지노에 도박기기용 모니터를 공급하는 코텍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80% 증가했다. 올해 실적 전망은 더 밝다. 업계는 코텍의 올해 영업이익을 지난해보다 100억원 늘어난 3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은 앞으로의 상승여력도 충분하다. 부정적 이미지의 사업으로 돈을 번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로부터 소외된 저평가주이기 때문이다. 규제 산업으로 경쟁사의 진입장벽도 높아 대부분이 독과점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는 과거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증시가 흔들릴 때마다 죄악주는 예외 없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이슈화됐던 지난해 7월과 8월에도 시장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가 36.7% 상승하며 증시 변동성이 커졌었는데, 해당 기간 ‘죄악주’는 수익률 7.8%를 기록했다.

불황일수록 더 잘나간다

김상호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죄악주는 변동성이 상승하는 국면에서 더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전히 미국 금리인상시기와 횟수에 대한 불확실성, 신흥국 경제 위기 등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는 요소가 많이 남아 있어 이들 종목은 주목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죄악의 주식’들이 뜨고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김상호 연구원은 “이들 업종이 인기를 끄는건 경기둔화 우려에도 국민들이 가장 마지막까지 소비를 줄이지 못하는 중독성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무턱대고 죄악주에 베팅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죄악주 상당수가 규제산업인 까닭에 생각지 못한 새로운 규제가 등장하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죄악주도 투자에 앞서 기업의 현재와 미래가치, 경영자와 오너의 경영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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