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지키는 투자가 상책

▲ 지금 금값이 오른다고 금투자를 결정하는 건 좋은 전략이 아니다.[사진=뉴시스]
요즘 투자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하는 조언이 있다. “내려갈 만큼 내려갔으니 베팅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불확실성이 극에 달한 상황. 주가 하락이 멈출지, 아니면 더 내려갈지는 며느리도 알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선 전문가의 조언이 별 의미가 없다. 일단 지키는 게 최선의 투자다.

올해 1월 A증권사의 팀장급 애널리스트가 진행하는 자산가격동향 관련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시는 달러ㆍ엔화ㆍ금 등 안전자산보단 주식ㆍ펀드를 비롯한 위험자산의 상승을 낙관하는 분위기였다. 강의가 끝나갈 무렵 필자는 질문을 던졌다. “실물자산 가운데 금값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그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제가 금을 싫어해서요. 아무튼 금 투자는 그리 추천해 드릴 만한 투자상품은 아닌 듯합니다.”

이 답변을 듣고 2가지 의문이 들었다. 첫째, 필자가 애널리스트인 전문가에게 금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개인적인 취향을 물어본 게 아니었는데, 왜 그런 답변을 했느냐다. 둘째, 혹시라도 이후에 금값이 오르면 어떤 변명으로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까 하는 거였다.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면서 답변을 바꿀까 아니면 ‘이후에 곧 떨어질 것’이라는 식으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까. 최근 일어나는 상황들을 보면서 그의 반응이 더 궁금해진다. 그 애널리스트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기 때문이다.

최근 단행된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강력한 경제적 파급력을 발산하고 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안전자산이던 달러ㆍ엔화는 더이상 안전자산으로 통하지 않는다. 하루에도 몇번씩 큰 변동폭을 보이고 있어서다. 연초 이후 달러는 거의 두달 간격으로 오름세와 내림세를 반복하고 있다. 단기 투자로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오르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물자산인 금값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연초의 예상도 무너졌다. 지난 1월 4일 g당 1073.18달러(4만1021원)였던 금값은 7월 26일 기준 1319.36달러(4만8195원)로 22.9%나 상승했다.

이른바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들은 과거에 발생한 일들을 정교하고 객관적으로 분석,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발생 가능한 사안들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아무리 잘 분석해봐야 현재를 예측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고, 그들을 전문가라고 부를 이유도 없다. 특히 ‘전문가’들 중에는 어렵고 긴 문장을 죽 늘어놓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어렵게 말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의 자산시장은 불확실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국제금융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그 누가 제대로 예상할 수 있겠는가. 이는 전문가나 일반인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고, 당분간 이런 상황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투자해도 괜찮을까. 필자는 이럴 때일수록 상식을 잣대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높으니 안전자산에 투자하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달러나 엔화, 금에 투자하더라도 수수료나 세금 등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기대수익률을 얻기 힘들다. 안전자산에 투자해 기대수익률을 올리려면 기본적인 자금이 있어야 한다. 투자금액이 최소 1억원 이상은 돼야 의미가 있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일반 투자자로선 안전자산에 투자할 가치가 별로 없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다. 일반 투자자들이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지키는 투자’가 가장 합리적이다. 비과세가 가능한 상품, 혹은 저금리가 당분간 유지될 거라는 걸 감안해 채권형 펀드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는 얘기다. 비과세의 경우, 본인뿐만 아니라 부모가 대상(62세 이상)이 되는 생계형 저축(5000만원 한도)도 있다. 이처럼 금값이 오른다고 금투자를 따라갈 게 아니라 내 수준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는 게 좋다.

지금 가장 위험한 투자는 ‘많이 하락했으니 지금은 매수를 해도 괜찮은 시점’이라면서 투자를 부추기는 전문가들의 말을 믿고 베팅하는 것이다. 많이 하락했는지, 더 하락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지금은 내 돈이 새지는 않는지를 점검하고, 놓친 것이 있다면 재빨리 단속해야 할 때다. 이게 현명한 투자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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