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큰 별’ 떨어질 준비를 하다
조선의 ‘큰 별’ 떨어질 준비를 하다
  • 이남석 발행인 겸 대표
  • 호수 202
  • 승인 2016.08.1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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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이순신공세가 125

노량에서의 전투를 앞둔 이순신은 불길한 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오늘 밤에 큰 싸움이 있을 것이니 죽기로 싸우자”며 장졸들을 강하게 독려했다. 스스로는 갑판 위에 올라 “이 적들만 소탕한다 하오면 죽더라도 여한이 없다”며 결전의 의지를 스스로 새겼다. 이를 본 진린은 순신의 운명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명나라 제독 진린은 소서행장의 병선 두척을 장도 해문 밖으로 내어 보냈다. 순신은 이 소식을 듣고 곧 진린을 방문해 “어찌해서 적선 두척이 나가기를 허락하였소?”라고 질문하였다. 진린은 “일본으로 퇴군한다는 통지를 하러 보내는 것이라기에 허락하였소”라고 답했다. 순신은 발을 구르며 이렇게 말했다. “큰일 났소! 정녕코 사천과 남해로 청원을 하러 간 것이 분명하니 우리는 이제 여기서 앞뒤로 적을 맞이하게 되었소. 노량목으로 넘아가겠소.”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진린은 “우리도 노량으로 가겠다”고 동참했다. 17일 밤, 순신은 병선 20척을 떼어 두어 왜교의 적진을 치게 하고 전 함대를 끌고 노량으로 향했다. 진린의 함대도 함께 나왔다. 그리하여 순신의 후군後軍은 왜교의 적진을 맹공격을 하다가 나와서 합세하였다. 

이 무렵, 사천의 도진의홍은 명나라의 군사를 대파하고 다른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태합 풍신수길이 죽고 새 관백 풍신수뢰의 명령으로 군사를 거두어 들어오라는 명이 떨어졌다. 철병 명령을 받은 도진의홍은 행장을 꾸려 일본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때 소서행장, 종의지, 모리민부, 오도순현 등의 청원이 왔다. 자신들을 구원해 달라는 거였다.

도진의홍은 일본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들을 구원해 동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예 전군을 거둬 순천으로 가던 중 노량에서 이순신의 복병장 이순신李純信의 병선과 만나 맹렬히 싸운 뒤 왜교로 들어가게 되었다.

명 제독 진린은 노량목을 막아 진을 치고 순신의 함대는 남해 관음포 어구에 있는 섬 그늘에 숨어 진을 쳤다. 당초 순신은 자기가 노량목을 막고 지키다가 넘어오는 적군을 일거에 무찌르려 하였다. 하지만 진린은 공을 탐하는 마음에 자기가 맡겠다고 자청했다. 순신은 우려의 마음을 금치 못했다. 만약 도진의홍의 함대가 노량을 넘어서면 왜교에 있는 소서행장과 합세해 형세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소서행장의 마지막 항전

▲ 명나라 제독 진린은 이순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직감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래서 순신은 위장전술을 쓰기로 했다. 실제로 진린은 도진의홍의 사천 함대가 왜교로 빠져가게 하였다. 도진의홍은 예상대로 왜교의 소서행장, 종의지, 모리민부 등을 구원하려 하고 있을 때 이순신의 후군 안위 군사들이 엄습했다. 소서행장과 도진의홍 두진을 합한 군사가 안위의 군사를 겨우 격퇴하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남해 관음포 앞바다에 이르렀다.

소서행장, 도진의홍 등 연합 함대는 상하 장졸이 귀향하려는 마음이 급하여 안위의 함대를 순신인 줄 알고 ‘이제는 순신의 호구를 벗어났다’고 안심하여 노를 재촉하여 관음포에 다다랐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섬 그늘에 숨어 기다리고 있던 순신의 함대는 불의에 습격을 하였다. 적의 함대는 형세가 불리하매 일제히 횃불을 켜들어 구원병을 불러댔다. 남해로부터 오는 송포진신 등의 함대는 본국으로 철병하여 가는 판에 이 급보를 듣고 창선도에서 출동을 했다.

이날 밤은 11월 18일 밤이었다. 순신은 제장에게 이렇게 영令을 내렸다. “오늘 밤에 반드시 큰 싸움이 있을 것이니 다 죽기로 결심하라.” 순신 역시 이 전쟁이 최후의 일전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나랏일을 생각하여 마음을 정할 길이 없어 방황하다 목욕 관세를 한 후 새 군복을 갈아입고 갑판 위에 올라가 분향하면서 하늘에 기도하였다. “이 적들만 소탕한다 하오면 죽더라도 여한은 없사오니 황천은 돌아보아 도와주옵소서!”

빌기를 다하자 큰 별(하괴성河魁星) 하나가 은하수로부터 떨어져 날아와 이락파李落坡 앞바다로 빠졌다. 이것을 본 제장 군졸은 크게 놀라고도 이상스럽게 여겼다. 달빛은 밝고 별빛은 희미하며 찬바람은 불어와 물결을 일렁거렸다. 그때 진도독의 서간이 왔다.

“吾夜觀乾象 晝察人事 東方將星將病矣 公之禍不遠矣 公豈不知耶 何不用諸葛武侯之禳法乎(내가 밤에 하늘의 모습을 보고 낮에 인사를 살폈는데 동방의 장성이 희미해져 가고 있으니 공의 화가 멀지 않은 듯하오. 공이 어찌 모르시겠소? 어째서 제갈 무후의 양법(재앙을 물리치기 위한 제사 양식)을 쓰지 않으시오).”

진린은 재주와 무용이 넉넉하고 겸하여 천문지리에 능통한 사람이었다. 더구나 순신과 동거하여 순신의 일편단심이 죽음을 각오한 줄을 모를 리가 없었다.

죽음 각오한 순신

이날 밤에 진린이 천문을 보다가 큰 별이 바다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 이 서간을 써 보낸 것이었다. 순신은 진린의 서간을 보고 웃으며 “천수天數는 피하기 어렵다. 피하고자 하면 오히려 의외의 재앙이 닥치는 법이다”는 답서를 보냈다. 

“吾忠不及於武侯 才不及於武侯 德不及於武侯 顧此三件事 皆不及於武侯 而雖用武侯之禳法 天何應哉(나는 충성이 무후에 미치지 못 하고, 재주가 무후에 미치지 못하고, 덕망이 무후에 미치지 못하오. 돌아보건대 이 세 가지가 모두 무후에 미치지 못하니 비록 무후의 양법을 쓴다해도 하늘이 어찌 들어 주리오).”

등자룡은 나이 70이 넘은 노장이었으나 기운이 넘치고 강개하여 기풍이 있었다. 조선에 나온 뒤로 이순신의 충의용략을 흠모하여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도 그 짝을 찾을 수 없다고 찬양하였다. 또한 순신의 병선이 실전에서 우월하다는 이유로 판옥대맹선 한척을 순신에게 빌려 자기가 타는 배로 삼았다. 등자룡은 이날 밤에 순신의 답서를 본 뒤 자기가 공격을 받게 되더라도 순신의 병선을 호위하기로 결심했다.
이남석 더스쿠프 발행인 겸 대표 cvo@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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