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잔치에 취해 현실을 잊을 텐가

▲ 올림픽 이벤트는 중요한 이슈들을 희석시키기 좋은 소재다.[사진=뉴시스]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한 중소기업 CEO는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던졌다. “리우 올림픽이 언제 열리는가. 그때까지만 참자. 올림픽 이슈에 우리 사건이 묻힐 게 뻔하니까.” 어떤가 영화 ‘내부자들’에 나오는 대사와 똑같지 않은가. 
더스쿠프(The SCOOP)가 올림픽 기간 중 잊지 말아야 할 이슈를 정리한 이유다.

‘민중은 개ㆍ돼지와 같다.’ 최근 사회적 물의를 빚은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발언이지만, 영화 ‘내부자들’의 명대사이기도 하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 또 다른 이슈를 던져주면 국민은 그걸 물어뜯으며 과거를 잊는다’는 게 이 대사가 나온 배경이다. 중요도가 떨어지는 이슈에 떠밀려 더 중요한 이슈를 놓칠 수 있다는 충고이기도 하다.

8월 6일 브라질 리우에서 올림픽이 개막됐다. 거의 모든 언론이 올림픽 뉴스를 홍수처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건 올림픽만이 아니다. 우리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슈들은 올림픽보다 중요할 수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 재판 8월 시작 =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재판이 8월에 본격 시작된다. 관련자가 구속됐지만 진짜 심판은 이제부터다.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지난 6월 24일 검찰에 기소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유통ㆍ제조업체 관계자들이 첫 재판의 당사자다.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사장을 비롯한 일부 피의자들은 여전히 피의 사실을 ‘몰랐다’면서 부인하는 상황이다. 재판이 쉽게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다. 국민적 관심이 식어선 안 되는 이유다. 

까딱하면 11조원 날릴 수도

❷ 검찰의 롯데 수사 어디로 = 비자금 조성, 횡령ㆍ배임, 회계 조작, 부당 세금 환급 등 각종 비리 혐의로 롯데그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8월 행보도 주목해야 한다. 수사가 산으로 갈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약 두달간 이어지고 있는 이번 검찰 수사는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자택과 집무실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됐다. 결국 검찰은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의 비밀금고까지 털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의 돈을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여태껏 검찰은 신 회장을 소환하지 않고 있다.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을 펼친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❸ 11조원 추경, 보름 만에 처리할까 = 8월 12일 예정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두고 여야가 벌써부터 대립각이다. 언론에선 벌써부터 ‘추경안 통과의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여야의 대립이 아니다. 무엇을 위한 추경인지, 추경을 통한 효과는 또 무엇인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더구나 추경안이 제출된 건 지난 7월 26일이다. 과연 보름 만에 11조원에 달하는 추경을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볼 문제다. 

❹ 홍준표 경남도지사 결심공판 = ‘성완종 리스트’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결심공판이 열리는 날도 8월 12일이다. 홍 지사는 지난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지시를 받은 윤승모 전 부사장으로부터 현금 1억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4월 기소됐다. 이 사건을 주목해야 하는 건 돈을 줬다는 경남기업 임직원들은 줄줄이 구속됐지만,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❺ 이재현 회장, 특사로 풀려날까 = 8월 1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광복절 특사가 예정돼 있다. 늘 그렇듯 특사의 핵심은 재벌 총수의 사면이다. 이번 특사의 관심사는 상고를 포기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포함되느냐다. 일부에선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 회장의 선처를 바라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번 특사에 이 회장이 포함될 경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공식이 또한번 증명되는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❻ 우병우로 불똥 튄 ‘정운호 게이트’ = 우리나라 법이 모든 국민 앞에 평등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정운호 게이트’ 재판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초 이 사건의 핵심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법원ㆍ검찰 등에 전방위로 로비를 벌여 각종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었다는 거다. 정 대표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최유정ㆍ홍만표 변호사는 이미 구속됐다. 그런 홍 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해준 브로커 이민희씨의 재판이 8월 18일부터 진행된다. 중요한 건 이씨의 수사과정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이름이 나왔다는 거다. 우 민정수석은 일면식도 없다고 부인하지만, 만약 두 사람이 접촉했다면 현 정권과의 유착도 배제할 수 없다. 

끝나지 않은 권력형 비리 수사

▲ 추경 예산이 섣불리 통과됐다가는 11조원의 나랏돈을 허공에 날릴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❼ 진경준과 넥슨 커넥션 밝혀야 = 현재 진행 중인 진경준 전 검사장과 넥슨의 커넥션 수사과정도 잘 지켜봐야 한다. 검찰은 진 전 검사장이 넥슨으로부터 받은 ‘공짜 주식’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정주 NXC 대표가 ‘보험성’이 있다고 밝힌 만큼 진 전 검사장이 반대급부로 무엇을 주기로 했는지 밝히는 게 목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또다시 등장한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논의는 어떻게 전개될지 등도 지켜볼 대목이다.

❽ 하투와 정부의 대처 = 노조의 하투夏鬪도 빠뜨리면 안 될 이슈다. 현재 현대차 노조가 임단협 과정에서 파업을 단행했고, 조선업계는 구조조정 반대를 외치면서 파업 열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부에선 ‘회사가 죽어 가는데 무슨 파업이냐’는 논리도 나온다. 하지만 중요한 건 파업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다. 불통으로 일관하느냐 소통으로 전환하느냐에 따라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됐는지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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