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테헤란밸리 인기몰이

▲ 테헤란밸리는 1990년대 닷컴 열풍, 2000년대 벤처 붐을 주도했다.[사진=뉴시스]
베드타운 역할에 그치던 수도권 신도시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 바람의 정체는 미래형 첨단 산업단지인 ‘테크노밸리’다. 우량기업이 속속 입주하면서 지역 내 생산과 고용을 유발하고 있다. 수준 높은 주거환경을 갖춘 신도시에 둥지를 틀고 있어 인구 유입 효과도 크다. 이 지역 부동산에 ‘밸리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다.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 우리 정부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창업을 꿈꾸는 젊고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성장 기반을 다지는 메카를 만들겠다는 거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주요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국형 실리콘밸리 조성이 본격화하고 있다. 판교ㆍ광명ㆍ평촌ㆍ일산ㆍ동탄ㆍ용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지역에 관심을 두는 것은 스타트업 CEO뿐만이 아니다. 인근 부동산 시장도 동시에 들썩이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들어선 지역은 먼저 저렴한 임대료를 미끼로 많은 업체들이 이주를 해온다. 풍부한 배후수요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주택시장에서도 ‘업무지구 접근성’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업무시설이 밀집된 지역은 문화ㆍ법률ㆍ주거ㆍ교육ㆍ교통 등이 잘 갖춰져 있는데다 각종 개발호재와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가치상승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이들 지역 인근 분양단지에는 프리미엄(웃돈)이 종종 붙는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던 기존 신도시와 달리 지역 특성에 맞춘 최첨단 산업단지 조성과 국내 굴지의 기업 유치를 통해 고소득의 수준 높은 인력을 끌어 모으는 차별화된 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최근 많은 지자체가 앞장서 지역 특성에 맞춘 첨단산업단지 육성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다.

이미 부동산 업계는 ‘밸리 프리미엄’의 위력을 경험했다. 서울 삼성역에서 선릉역을 잇는 테헤란로에서다. 여기에는 과거 안철수연구소ㆍ두루넷ㆍ네띠앙 등 정보통신 벤처기업이 입주하면서 ‘테헤란밸리’라는 별칭을 얻었다. 코엑스라는 랜드마크를 기점으로 주요 기업의 사옥이 몰렸다. 닷컴열풍이 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임대로 나온 사무실을 찾기 어려웠다. 폭증하는 임대수요로 사무실 임대료가 ‘부르는 게 값’인 시절도 있었다.

테헤란밸리의 영광을 이어받은 곳은 판교 테크노밸리다. 현재 국내 굴지의 IT기업과 대규모 연구개발(R&D) 단지 등 1121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매출액만 70조원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오는 2018년까지 미래부ㆍ국토교통부ㆍ중소기업청ㆍ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판교 창조경제 2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창조경제밸리는 정부가 스타트업의 창업에서 성장, 해외진출까지 지원하는 첨단 ICT 기업 단지다.

밸리 프리미엄의 위력

이 단지는 창업 기업을 지원하는 ‘창조공간(2만㎡ㆍ약 6000평)’ 맞춤형 사업장을 제공하는 ‘성장공간(4만㎡ㆍ약 1만2000평)’ 글로벌 기업들과 교류를 할 수 있는 ‘글로벌 공간(7만㎡ㆍ약 2만1100평)’ 등 모두 6개 공간으로 구성된다. 총 면적만 43만㎡(약 13만평) 규모다. 이미 구축된 테크노밸리 지역 인근의 도로공사 부지 등을 이용해 확장 조성된다.

2밸리가 본격 조성되면서 판교 일대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IT(정보기술) 분야의 고급 인력이 몰려들면서 부동산 수요층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초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판교 알파돔시티로 이주한 점도 판교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판교신도시 운중동의 평균 아파트값은 창조경제밸리 마스터플랜이 발표된 지난해 6월 3.3㎡당 1937만1000원에서 올해 7월 현재 2026만2000원으로 89만원 올랐다. 전용면적 84㎡(약 25평) 아파트로 계산하면 3000만원 정도 오른 셈이다.

용인테크노밸리 조성 사업도 급물살을 탔다. 용인시는 지난 6월 28일 용인테크노밸리 기공식을 가졌다. 이 단지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일대에 건설되는 85만㎡(약 280만평) 규모의 용인 첫 공공산단이다. 오는 2018년 완공되면 반도체와 IT, 전기ㆍ전자 등 100여개의 첨단분야 업체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용인시는 테크노밸리 조성을 통해 7000명의 일자리 창출과 8900억원의 경제효과를 전망했다. 입지적인 측면도 좋다. GTX 구성역이 이미 확정된데다 경찰대, 법무연수원 등 주요 행정기관이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일산에는 경기 북부 테크노밸리가 개발을 앞두고 있다. 고양시 일산서구 및 동구 일원 30만~50만㎡(약 99만~165만평) 부지에 조성된다. 경기도가 북부 테크노밸리 입지로 고양시를 선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도로ㆍ철도ㆍ항공 등 교통인프라가 우수하고, 국내 최대규모의 전시시설인 킨텍스와 문화콘텐트 분야의 핵심시설인 한류월드, 영상밸리 등 인프라가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행복주택 조성 등으로 정주여건도 좋고, 기업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경기도는 일산테크노밸리가 조성될 경우, 약 1조6000억원의 신규투자와 1900여개 기업 유치, 1만8000명의 직접고용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밸리에 숨은 수많은 혜택들

동탄테크노밸리도 부동산 업계가 군침을 흘리는 지역이다. 이곳은 판교테크노밸리의 약 2배, 광교테크노밸리의 약 11배 규모를 갖춘 첨단개발지구다. 삼성전자ㆍ두산중공업ㆍ3M 등 대기업에서부터 각종 도시형공장, 연구시설, 벤처기업 등이 연이어 입주하면서 지역기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정부는 동탄테크노밸리로 이주하는 기업들을 위해 다양한 비용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신축 IT타워에 입주하는 업체들은 총 분양금액의 70~80% 장기저리 융자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업들의 초기 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혜택도 있다. 2016년 12월 31일까지 입주하는 업체들에게는 취득세와 등록세가 50% 감면된다. 특히 수도권 과밀억제권에서 이주해 오는 업체에게는 법인세를 4년 동안 100% 면제해 주고, 이후에도 50%의 감면혜택이 있다. 덕분에 기업의 ‘릴레이 입주’를 앞두고 있어 인근의 부동산 시장도 그 반사효과를 누리고 있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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