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감시망❷ 실적 부풀린 2014년 성과급 잔치, 그들도 ‘수혜자’
무너진 감시망❷ 실적 부풀린 2014년 성과급 잔치, 그들도 ‘수혜자’
  • 김정덕 기자
  • 호수 203
  • 승인 2016.08.16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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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뭐했나

▲ 대우조선해양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노조만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사진=뉴시스]
대우조선해양 전현직 경영진들의 성과급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경영진이 실적을 부풀린 덕분에 직원들도 성과급을 받았다. 연봉도 올랐다.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를 노조는 알 수 없었다’는 이유로 그들은 책임을 피할 수 있을까. 노조는 과연 ‘바다가 아닌 산’으로 향하는 회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수조원대의 손실을 숨긴 대신 실적을 부풀리고, 온갖 비리로 회삿돈을 횡령한 이들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경영진이다. 책임을 져야 할 이들도 경영진이다. 일만 했던 노동자들은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받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를 외치는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경영진의 비리 행태가 드러나면서 투명 경영을 위해 노조의 감사위원회 참여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전엔 ‘경영은 경영진의 고유권한’이라는 이유에서 노조의 경영참여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경영진이 분식회계나 실적 부풀리기, 일감몰아주기, 횡령 등 비리를 저질러도 미리 대처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억울하다”는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럼에도 노조가 과연 당당하게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먼저 연봉을 보자. 2010년과 2015년을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남자 직원의 1인 평균 연봉은 7200만원에서 7700만원으로 올랐다. 단순히 1인 평균 연봉만을 비교하는 게 무리라는 걸 감안해도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이 부풀려지는 동안 직원들의 급여 수준이 개선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심지어 분식으로 실적이 포장됐던 2014년엔 기본급의 100%에 이르는 성과급까지 지급받았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은 남자 직원 1인 평균 연봉이 7900만원에서 8032만원으로 고작 100만원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삼성중공업 역시 7300만원에서 7700만원으로 올랐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인상폭보다는 낮았다. 조선 빅3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의 임금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셈이다. 더구나 현대중공업 직원이 2만5650명에서 2만3582명으로 줄어드는 동안 대우조선해양은 1만1521명에서 1만2249으로 늘었다.
▲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내부인사를 얘기할 때는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사진=뉴시스]
노조가 외부세력을 지나치게 터부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시계추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임명된 지난해 3월께로 돌려보자. 당시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인선이 늦어지자 ‘낙하산 인사’의 가능성이 제기하면서 ‘대우조선 사장선임 촉구, 정치권 개입 금지, 낙하산 인선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실적 부풀려져 직원도 성과급 챙겨

현시한 노조위원장은 “회사의 문화ㆍ정서ㆍ환경을 전혀 모르는 외부인사를 선임한다면 크나큰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현재 사장 또는 내부인사들이 선임된다면 노조에서 굳이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능력 여부를 떠나 내부인사만을 CEO로 앉혀야 한다고 주장한 셈이다. 전임 경영진과 노조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설적이지만 전임 경영진은 대우조선해양 비리의 한복판에 서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1997년 외환위기로 문을 닫을 뻔했다가 약 3조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회생한 기업이다.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국민연금공단 등이 절반이 넘는 지분을 갖게 된 배경이다. 단순히 성과를 냈다고 경영진이든 노조든 맘 놓고 연봉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일 만한 기업이 아니라는 거다.

노조가 제 역할을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초 조선업계에는 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2014년 4분기에 조선3사 중 유일하게 대우조선해양만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나홀로 흑자’를 두고 “기술개선을 통한 단가하락으로 입찰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고, 수주를 독식하면서 흑자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사측의 공식입장이기도 했다.

반면 경쟁사 관계자들은 “조선3사의 기술력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면서 “수주 제품까지 많이 겹치는 상황에서 한 곳만 이익을 내고 있다는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지만 노조는 아무런 의문을 달지 않았다. 앞서 언급했듯 그해 말 기본급의 100%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고, 연초 연휴까지 누렸다.
결국 노조가 경영 상황을 알 수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왜 우리만 잘나가지’라는 상식적 의문까지 외면한 셈이다. 이는 경영진 덕에 임금인상과 함께 성과급까지 받으면서 주머니가 두둑해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적 부풀리기에 따라 연봉과 성과급을 토해내야 하는 건 전임 경영진만이 아니라는 거다. 물론 노조의 첫째 역할은 누가 뭐래도 노동자 처우개선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이 의무를 충실히 수행했는지도 의문이다. 협력업체와의 연대투쟁을 강조하면서도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불법파견 문제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서다.

일례로 지난 2010년 고용노동부가 기업체의 불법파견 현황을 조사할 때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불법파견 현장조사 반대 투쟁’만 했을 뿐이다. 이는 당시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빚은 일이었다. 대우조선해양 기술교육원에서 교육을 이수한 젊은이들이 원청으로 가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의 협력업체로 내몰리고, 이를 노조가 ‘고용세습’을 위해 방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다시 말해 노조가 처우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건 오로지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만을 위해서지 ‘그들과 함께 일하는 모든 노동자’는 아니라는 거다. 

대우조선 노조, 제 역할 다 했나

최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투표를 통해 파업을 결의했다. 하지만 파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회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리한 파업은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전략적인 측면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업경영 컨설팅 전문가는 “노조는 대우조선해양이 어떤 기업이고, 그동안 자신들이 무엇을 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심각하게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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