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박근혜 정부 외교

▲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외교 성과를 자화자찬하지만,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심상치 않다.[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만큼 열심히 해외순방 외교를 하는 국가수반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통령 전용기에 재벌총수 등 기업인들을 대동한다. 비중 있는 국가를 방문할 때면 미리 준비해 그 나라말로 연설한다. 때로는 몸살이 나 링거를 맞으면서 빡빡한 순방 일정을 소화한다. 

순방외교 직후 국정 지지율이 반짝 상승하는 등 정부가 자화자찬해온 것이 외교 성과인데 최근 돌아가는 상황은 어째 이상하다. 곳곳에서 한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잇달아 상계ㆍ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을 향한 보호무역주의 불똥으로 치부하기엔 타격이 결코 가볍지 않다. 미국에 뒤질세라 중국과 인도 또한 한국산 철강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들었다.

미국 대통령선거 과정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공격당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한미 FTA를 ‘깨진 약속’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오바마 정부의 약속과 달리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150억 달러 늘고 일자리는 10만개 날아갔다며 한미 FTA 재협상을 선언했다. 우리보다 곱절 넘게 많은 무역흑자를 내는 일본에 대해선 시비를 걸지 않으면서 유독 한국만 봉으로 여겨 목청을 돋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또한 한미 FTA를 포함한 미국의 대외 경제협정을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누가 당선돼도 한미 FTA를 재협상하자는 소리가 나올 낌새다.

역대 최상의 관계라던 중국과의 파열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발표 이후 상용 복수비자 발급 요건 강화와 한류문화 교류 중단 등 알게 모르게 조여지는 중국측의 비관세ㆍ무역외 장벽이 높아지는데도 외교 라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을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사대주의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지난해 말 ‘불가역적’이란 멍에를 쓴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이후 일본을 향한 우리 외교부의 저자세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 일본 고위 당국자들의 망언과 10억엔 출연 협상 과정에서 왜 걸핏하면 위안부 소녀상 철거 문제가 거론되는가. 그리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왜 묵묵부답인가.

수천명의 목숨을 위협한 가습기살균제 옥시 사태, 배출가스 조작으로 말썽을 빚은 폭스바겐 사태에서도 우리 정부의 외교는 보이지 않는다. 피해자들과 이들을 돕는 시민단체가 직접 외국으로 날아가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했지 사태 초기부터 정부가 피해자인 국민 편에 서지 않았다.

대한민국 외교가 왜 이 지경인가. 안보외교도, 경제외교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외교부와 통상산업자원부 등 외교ㆍ통상 라인이 무능하고 안이해서인가? 국제정세 변화에 둔감해 판단을 잘못한 것인가? 우리의 결정적 국익이 걸려 있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한국 외교가 보이지 않는 데는 대통령의 책임도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유탄이 더 이상 날아들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먼저 정부가 적극 나서라. 한미 FTA를 통해 미국은 서비스수지에서 대규모 흑자를 내고 있고, 한국의 대미對美수출 증가는 주로 FTA 비혜택 품목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을 포스코 등 기업들도 미국 무역법원에 항소하거나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적극 대응해야 한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껄끄러워진 한중 관계는 양국 정상이 9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풀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쯤 대중對中특사 파견을 고려할 시점이다. 박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사드 배치 결정 여파로 달라진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러시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이 너무 잦다는 지적을 듣지 않으려면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한다. 정상외교는 국가 외교력의 집합체이자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냉철한 정세 판단 아래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처해도 몇 퍼센트 부족할 수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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