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장창창이 남긴 두가지 논쟁거리
우장창창이 남긴 두가지 논쟁거리
  • 노미정 기자
  • 호수 203
  • 승인 2016.08.17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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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 책 이야기「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젠트리피케이션, 패배의 경제학

서울 가로수길 곱창집 ‘우장창창’이 난리다. 우장창창이 입주해 있는 건물을 인수한 가수 리쌍과 4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리쌍으로부터 가게를 비우라는 통보를 받은 우장창장은 지난 7월 18일 강제 퇴거됐다. 하지만 이 강제 퇴거집행은 의미 있는 두가지 논쟁거리를 남겼다. 상가임대차 문제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우장창창처럼 상가임대차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곳이 대개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중산층 이상이 낙후된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은 다른 곳으로 떠밀려 나가는 현상을 말한다. 2010년대 한국판 젠트리피케이션의 공식은 대개 이렇다. 낙후된 A지역에 저렴한 임대공간을 찾는 예술가들이 들어온다. 이들은 공방•연주실 등을 운영하며 A지역만의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낸다. A지역에 볼거리가 많다는 소문이 퍼지고, 사람들은 즐길거리를 찾아 A지역을 방문한다.

방문객이 늘자 몇년 뒤 분위기 좋은 카페나 레스토랑이 들어선다. 다시 몇년이 지나면 대기업 프랜차이즈 지점들이 대거 들어와 땅값과 건물값을 올려놓는다. 이 과정에서 건물 임대료가 상승하고, 이를 견디지 못한 기존 상인이나 원주민들이 쫓겨나다시피 지역을 떠난다. A지역은 고유한 색깔을 잃어버린 채 대기업 프랜차이즈만 즐비한 공간으로 바뀐다. 지역 특색이 사라지자 방문객도 줄어든다.

이런 국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역사, 정책과의 상관관계, 문화 등 다양한 각도에서 꿰뚫은 책이 출간됐다.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는 신현준 성공회대(국제문화연구학) 교수를 비롯한 8명의 연구자가 홍대·한남동·서촌·가로수길 등 8개 지역에서 3년 동안 132명을 만나 인터뷰한 결과를 엮은 총서다. 이 책에는 동네 토박이·세입자·건물주·구청직원·자영업자·노동자·문화예술인·건축가·마을활동가·부동산 중개업자 등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바라보는 저자들의 시각은 ‘건물주 vs 세입자’ ‘들어온 자 vs 내쫓긴 자’ 등 흔하디흔한 이분법에서 벗어나 있다. 서촌 젠트리피케이션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서촌에는 다양한 사람이 산다. 새로 들어온 주민(신주민)과 적극적으로 네트워크를 맺는 토박이가 있는가 하면 신주민을 배척하며 거리를 두는 토박이도 있다. 뒤늦게 이곳에 들어왔지만 ‘주민이 되고자’ 하는 사회운동가도 있고, 서촌에 카페·상점 등을 운영하며 공동체를 꾸려가는 창의적 자영업자도 있다.

이들은 모두 ‘동네를 보존해야 한다’는 어젠다에 동의한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를 놓고는 생각의 차이를 보인다. 생활 방식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저자는 “서촌은 분명 젠트리피케이션이 벌어지는 장소이지만,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을 승자와 패자,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누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다른 처지에서 각자 다른 경험을 하고 있지만, 모두가 젠트리피케이션을 겪는 당사자라는 것이다. 동시에 젠트리피케이션이 터전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 혼란, 무력감, 허무주의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결국 주민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상처를 주고 받고 있다는 얘기다.

저자들은 독자에게 되묻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거대한 도시 변화의 불가피한 현상인가, 아니면 주민의 자생적 노력과 정책적 개입으로 막을 수 있는 현상인가.” 자주 바뀌는 동네 가게 간판의 이면이 궁금하다면,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의 목소리를 따라가 보자. 

세가지 스토리


「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펴냄

거대 여객선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맹골수도에 침몰한다.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심해로 들어간 잠수사 나경수. 그는 좁은 선내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아이들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한다. 세월호 구조작업에 참여한 잠수사의 실화를 재구성한 소설이다. 독자가 소설을 통해 그날의 아픔을 공유하고 각자의 트라우마를 치유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소고기 자본주의」
이노우에 교스케 지음 | 엑스오북스 펴냄

중국이 소고기를 먹기 시작하자 국제 소고기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인덱스 펀드에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물불 가리지 않고 돈만 좇는 글로벌 머니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공영방송 NHK의 시사 PD인 이노우에 교스케가 ‘먹을거리 전쟁’이 펼쳐지는 세계 곳곳의 거점을 밀착 취재했다. 소고기값과 머니자본주의의 상관관계를 낱낱이 파헤쳤다.

「다른 색들」
오르한 파묵 지음 | 민음사 펴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이 자신의 삶을 두고 진중한 에세이를 썼다. 이 책에는 가족이 함께한 아름다운 일상, 어린 시절을 장식한 낡고 소중한 추억들과 같은 소소한 삶이 담겨있다.그뿐만 아니라 터키 국내 인권의 현실, 정부 비판으로 인해 겪은 소송, 대지진을 통해 새롭게 깨달은 사회적 문제점, 유럽 내 터키의 현주소 등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도 담았다.
노미정 더스쿠프 기자 noet85@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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